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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귀신
김홍한 글
나는 깔때기 모양으로 함정을 파고 살아요. 지나가는 개미나 다른 작은 것들이 내가 만든 함정에 빠지면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나는 크고 무시무시한 집게로 그를 잡아서 그의 체액을 빨아먹지요. 사람들은 나에게 개미귀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내가 파놓은 함정은 개미지옥이라 하구요. 내 생김새도 정말 무섭고 징그럽게 생겼어요.
그러나 나를 미워하지는 마세요. 난들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징그럽게 생기고 싶어서 이렇게 생긴 것도 아니구요.
나는 친구도 없어요. 늘 혼자지요. 이 함정 속에는 나 혼자 사니까요. 나 같은 개미귀신이 어딘가는 있겠지만 만날 일도 없고 만날 수도 없어요. 그리고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그도 나같이 생겼을 텐데 그 무시무시하고 징그러운 모습을 보면 그도 나도 절망 할꺼여요.
나는 함정 속에 숨어서 하늘을 봐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 잠자리, 풍뎅이들이 정말 부러워요. 단 하루라도 이 비루하고 징그러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나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요. 너무 불공평하시니까요. 누구는 저렇게 예쁜 나비로 만드시고, 저렇게 자유로운 잠자리로 만드시고 나는 이렇게 징그러운 개미귀신이라니요. 그래도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나님께서 괘씸하게 여기셔서 다음 생에도 또 이렇게 개미귀신으로 태어나게 하시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기도를 해요.
“하나님, 다음 생에는 꼭 개미귀신이 아닌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나는 매일 이렇게 기도를 해요. 기도하고 또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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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나는 날개를 달고 다시 태어났어요. 하늘을 훨~훨~훨 날아요.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내 날개를 보았어요. 와~ 너무 곱고, 너무 멋있어요. 내가 그 징그러운 개미귀신이었다는 것은 먼 기억 속에 있어요. 설마 내가 개미귀신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없겠지요? 누군가가 그것을 안다면 나는 너무 부끄러울꺼예요.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눈을 지그시 감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어요.
“안녕”
누군가가 내에 말을 걸어와요. 개미귀신였을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에요. 누굴까?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까? 놀라움과 흥분과 두려움 속에 눈을 떴어요.
헉! “명주잠자리”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꿈도 꾸지 못할 만큼 곱고 아름다운 명주잠자리가 내 눈앞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와요. 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그의 날개짓이 너무 신비해요.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너무 아련해요. 마치 하늘나라에서 울려오는 소리 같아요. 나는 숨이 막힐 것 같고 기절할 것 같아요.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데 그가 또 말해요.
“아!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요.
세상의 모든 잠자리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명주잠자리,
세상의 모든 명주잠자리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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