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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예레미야 34:1~7
귀밑 머리가 희어지고 노안이 찾아오면서 드는 생각 하나 있습니다. 탑을 쌓는 일은 어려운데 허무는 일은 식은 죽 먹듯 쉽다는 점입니다. 공의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은 가파른 오르막처럼 더디고 힘 드는데 평화의 약속을 파기하고 불화를 조장하는 일은 눈 감고 아웅 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거침없습니다. 최근에 남·북 사이에 어렵게 조성된 평화가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듭니다. 전쟁을 준비하던 지역에 개성공단이라는 생산 시설을 조성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것을 파기하는 것은 단숨입니다. 서로 적대적 감정을 자제하고 비방하지 않기를 약속하기 위해서 수많은 날이 필요했지만, 그 약속을 변개하는 일은 찰라입니다. 착한 일을 하기는 어려운데 악한 일에 휩쓸리기는 참 쉽습니다.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칭찬하기는 어려운데 그를 흉보는 일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나누어지기는 쉽지만 일치는 정말 어렵습니다.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이, 자기의 모든 군대와 자기의 통치를 받고 있는 땅의 모든 왕국과 모든 백성을 이끌고 예루살렘과 그 주변의 모든 성읍들을 공격하고 있을 때에,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하신 말씀이다.”(34:1)
하나님의 말씀이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임했을 때의 형편을 성경은 이처럼 기록하였습니다. 바빌로니아가 유다를 멸망시키는 일에 패권국가 혼자의 힘만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느브갓네살은 많은 봉신 국가와 연합하고 동맹을 맺었습니다. 유다라는 약소국 하나를 멸망시키는 일에도 국제적인 연합이 필요합니다. 악을 도모하는 일에도 그럴진데 선을 도모하는 일에는 그보다 더 많은 연대와 협력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를 만들어 띄우는 일보다 그 활주로를 가로막는 일이 더 위대합니다.
생각없이 사는 이들은 의와 선과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적 질서와 인권 존중의 풍토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밑빠진 항아리에 물 붓는 아글타글하는 심정으로 이 일을 소명을 느낀 이들과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악을 도모하는 일보다 의를 추구하는 일이 거세고 섬세해야 합니다.
주님, 전쟁을 준비하는 일보다 평화를 도모하는 일이 힘듭니다. 파괴보다 건설이 힘듭니다. 우공이산 심정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의 마음을 주십시오.
2024. 7. 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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