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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예레미야 51:54~64
우리말은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라 말이 주는 느낌이 상반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잘한다’는 옳고 바르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하는 짓이 못마땅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반어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자와 어구뿐만 아니라 행간과 여백을 읽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수석 보좌관께서 바빌론 도성으로 가거든, 이 말씀을 반드시 다 읽고”(51:61) “이곳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도록 멸망시켜서, 사람도 짐승도 살 수 없는, 영원한 폐허로 만들겠다”(51:62)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상고하며 기도한 후 “책에 돌을 하나 매달아서, 유프라테스 강 물에 던지십시오.”(51:63)
예레미야는 유다 왕 시드기야의 군수품 관리를 책임진 스라야에게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시, 곧 바빌로니아의 운명에 대한 기록을 한 책에 기록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스라야는 시드기야 왕 제4년(주전 594년)에 왕의 사절단으로 바빌로니아에 갔습니다. 스라야는 예레미야의 말대로 그 책을 읽고 기도하였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바빌로니아 땅을 아무도 살 수 없는 폐허로 만들겠다’(62)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바빌로니아를 향한 경고입니다. 그런 후에 ‘그 책을 돌에 달아 유프라테스 강에 던지라’(63)고 하였습니다. 책을 돌에 매어 강에 던지는 상징 행위는 포기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유사한 말씀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전 11:1)도 그렇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말씀의 의미는 유대인에게 망각이 찾아오고, 망국노의 삶을 사는 고통을 수용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도리어 그 반대입니다. 그것은 잊으라는 게 아니라 또렷이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기록은 지워지더라도 기억은 남습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근대사의 아픔이기도 한 일제강점기에 대하여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발언들이 근래에 넘치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일본이 우리를 깨웠다’고도 하고, ‘일본 식민 시절이 있어서 우리가 발전했다’고도 합니다. 아직도 상처가 역력한데 이제는 잊자고 합니다. 딱하고 슬픕니다. 아직도 우리는 광복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주님, 우리는 근대사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바르게 읽어야 하겠습니다. 읽지 않으니까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일제 강점의 슬픔을 잊지말고 기억하겠습니다. 기억이 희미하면 정체성도 희미합니다.
2024. 8. 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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