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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가!
열왕기하 7:3~20
군대에서 하는 제식훈련 가운데에 ‘뒤로 돌아가!’가 있습니다. 지휘자가 이 구령을 하면 군인들은 가던 방향에서 뒤로 돌아 같은 자세로 오던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맨 뒤에 있던 이는 맨 앞에 위치하게 되고, 가장 앞에 가던 이는 꽁무니가 됩니다. 집단적이고 통일성이 필요한 군인에게 절도와 규율을 익히는 제식훈련 ‘뒤로 돌아가’에는 인생사의 오묘한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잘나고 힘 있는 사람이 앞잡이가 되는 세상에서 가끔은 그 질서가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에 명토 박아 기록하신 안식년과 희년 제도 역시 일종의 ‘뒤로 돌아가’입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의 나라란 ‘뒤로 돌아가’가 실현되는 세상입니다.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복지제도 역시 일종의 ‘뒤로 돌아가’입니다. ‘뒤로 돌아가!’ 구령이 들리지 않는 세상은 수많은 모순과 불평등을 유발하고 힘을 숭배하는 전근대적 사회입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시리아가 다시 이스라엘을 침략하였습니다. 시리아 왕 벤하닷이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포기하자 성안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졌고 심지어 서로의 자식을 잡아먹은 인간 이하의 상황이 펼쳐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때에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 무렵 네 명의 나병환자가 성문 어귀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마리아 성에 선뜻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사마리아의 기근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숙의 끝에 시리아 군대에 항복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군대가 정규군인도 아닌, 게다가 기피 대상인 나병환자의 항복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래도 그들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여 시리아 진영을 향해 걸었습니다. 굶주린 아군보다 부요한 적군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시리아 진에는 개미 하나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시리아 진영에 큰 군대의 소리를 들리게 하므로 그들은 이스라엘이 헷과 이집트 왕들과 연대하여 쳐들어오는 줄 알고 혼비백산 달아난 것입니다. 나병환자들은 일단 허기를 채운 후 시리아 진영의 값나가는 물건을 숨긴 후에 이 좋은 소식을 사마리아에 알렸습니다.
주님, 좋은 것을 독식하는 것은 악과 동일합니다. 좋은 것일수록 나누어야 합니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탐욕의 노예에서 벗어나 좋은 소식을 서로에게 알리는 인간성 회복을 기도합니다.
2024. 9. 1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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