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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국화 옆에서
교회 어르신 행사에 참여하느라 남한산성에 가야 했습니다. 문화축제 탓인지 산길이 온통 주차장이고, 2㎞ 가는데 40분이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은 속 터지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차 안에 있을 때는 조급했는데, 산길을 밟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산국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입속을 맴돕니다. 시인은 길고 긴 여정을 돌고 돌아 온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인제는 돌아와’라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괴롭고 외롭고 아팠던 삶의 순간을 다 거치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은은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탕자의 비유에서도 방탕했던 아들은 인생의 막장에서 제정신이 돌아오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을 떠올리며 새로운 인생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하나님 앞에 돌아와’ 새출발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국화 옆에서 얻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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