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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맥주병 위에 떠 있는 빈 배
1995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이른바 현대 설치미술이 대종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종래의 예술 개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중 대상 수상작인 쿠바 작가 크초(Kcho)의 작품 앞에서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크초는 맥주병 2000여개 위에 빈 배를 올려놓았습니다. 쿠바 난민들의 처지를 은유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본 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보채며 말했습니다. “이게 다 뭐다요?” 할아버지가 답했습니다. “뭐긴 뭐여. 인생이란 맥주병 위에 떠 있는 빈 배라는 말이지.”
핵심을 꿰뚫는 할아버지의 촌철살인 해설을 옆에서 들은 한 평론가는 즉시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해설은 곧 고달픈 인생을 술잔 없이는 살 수 없었던 한 사람의 통찰이었습니다. 하나님 없는 인생은 ‘술병 위에 떠 있는 빈 배 같은 인생’일지 모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맞으며 우리는 기대합니다. 술병 위에 떠 있는 빈 배 같은 인생이 아닌, 고난의 바다를 통과하여 평안의 포구에 도착하는 만선(滿船)의 행복으로 가득 찬 인생을.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길 기대해 봅니다.
박지웅 목사(내수동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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