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26~38 수태고지
어려서부터 성경 이야기를 듣고 자란 사람일수록 엄청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듣는 마리아의 마음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영광과 감격과 외경심의 상태가 아닙니다. 도리어 동정녀에게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며 인생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미국의 흑인 화가 헨리 오사와 터너의 <수태고지>는 그런 점을 잘 묘사하였습니다. 미술사에 나타난 <수태고지>는 한결같이 마리아를 거룩한 장소에서 순종하는 성녀로 묘사하였습니다. 그에 비하여 터너는 으슥하고 남루한 골방의 초라한 침대에 앉은, 아직 소녀의 티를 다 벗지 못한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희미한 등잔과 물항아리가 있을 뿐 소녀의 방은 아무런 장식도 없습니다. 빛을 향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그녀의 눈은 질문하는 눈빛이 영력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주 잡은 손은 순종을 결심한 듯합니다.
수태고지는 일회적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품고 사는 일은 수없이 반복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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