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부활절 계란의 유래>
부활절 계란 준비하셨나요? 부활절 계란은 어디서 어떻게 유래했을까요? 교회에서 어렴풋하게 이야기되는 가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잠시 십자가를 대신 져준 구레네 시몬이 계란 장수였다는 설
2. 십자군 전쟁 당시 징병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마을 사람들에게 계란을 나누어주었다는 설.
3. 계란은 거의 모든 문화와 종교에서 다산과 생명을 상징하며, 알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모습에서 기독교 부활의 상징성이 더 강화되었다는 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가장 이해할 만한 것은 유럽 민속학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들은 부활절에 계란을 나눠주고 먹는 풍습을 다산이나 부활을 상징하는 신앙적 의미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동물성 식품인 달걀은 7세기나 8세기부터 사순절기간 동안 금지되었는데, 그렇다고 암탉이 산란을 멈추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달걀은 사순절에도 계속 생산되어 쌓일 수밖에 없었고, 사순절 금식이 완전히 끝나는 날인 부활절에 그동안 남아돌던 계란을 급히 소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니 안 그러면 다 상해 버리잖아요. 그래서 가장 확실하고 기분 좋은 방법은 부활절 아침 교회에서 나누는 방법이었습니다.(참조: Sonntagsblatt: 2024. 3.18. “Osterbrauchtum: Osterhase”)
진짜 그런 거냐고요? 저도 잘 몰라요. 나중에 예수님 만나면 진짜 그런 거냐고 물어보려고 메모해 봅니다. 아, 우리 교회도 내일 삶은 계란 나눠줍니다.
풍성한 부활절 되세요^^
음식 남기지 맙시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시던데 음식 남기면 지옥 간답니다.
2024. 부활절 전날 씀.
<부활절 계란 이야기>
부활절 계란 이야기입니다. 별 것도 아닌 이 계란 이야기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떤 이는 고대 이집트인 태양신 라가 세상을 창조할 때, 계란 모양의 이미지가 등장한 게 유래라고도 하고, 페르시아의 봄맞이 축제인 노루즈 때 계란을 색색으로 물들이며 새해의 풍요를 빌었던 것이라고도 하고, 로마와 그리스에서 다산과 생명의 상징으로 계란을 제단에 올린 게 부활절 계란의 유래라고 말합니다.
그게 사실인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문화 한복판에서 기독교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계란에 대한 이미지는 고대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겉은 단단하고 생기 없어 보이지만, 안에는 새로운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껍질을 깨고 생명이 나오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죽음과 삶, 끝과 시작의 순환을 떠올리게 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기독교가 세상에 퍼지면서, 계란은 새로운 의미를 입게 됩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계란의 껍질을 예수님의 무덤에, 깨진 껍질을 부활의 순간에 비유했죠. 특히 2세기경 동방 정교회에서 붉은 계란을 물들이는 전통이 시작되었는데, 붉은색은 예수님의 희생과 피를 상징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막달라 마리아가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며 계란을 건넸는데,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외치자 하얀 계란이 붉게 변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이 전통은 그리스 정교회에서 이어져, 부활절 성찬예배 후 붉은 계란을 나누며 “Christos Anesti”(그리스도가 부활하셨다)를 외치거나, 세계 많은 교회에서 부활절 아침에 '그리스도가 부활하셨습니다. 응답: 진실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중세 유럽으로 넘어가면, 계란은 또 다른 모습으로 삶에 스며듭니다. 사순절 동안 40일간 금식이 이어졌고, 계란 같은 음식은 먹을 수 없었죠. 그래서 부활절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아둔 계란을 꺼내 한 번에 배터지게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냉장고도 없고 먹거리도 부족하던 시절이니 금식기간 동안 참다가 기회는 이때다 하고 고기 대신 먹었던 것이지요. 빨리 안 먹으면 상하니까 되도록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도록 교회를 이용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13세기 영국에서는 ‘계란 토요일'(Egg Saturday)라는 날이 있었는데, 농민들이 교회에 계란을 바치면 이를 교인들이 색으로 물들인 다음 부활절에 서로 선물했다고 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이 금박을 입힌 계란을 주고받았고, 훗날 러시아 황실에서는 파베르제 계란 같은 예술 작품이 탄생했는데, 이 화려한 계란들은 부활의 기쁨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역마다 계란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피산키’라는 정교한 계란 장식을 만들었는데, 밀랍으로 그림을 그려 염색하는 이 계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가문의 번영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거기 새겨진 태양 모양은 생명을, 십자가는 신앙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부활절 계란은 익숙합니다. 부활절에 이것저것 그림을 그린 계란을 나누는 건 이미 부활절 교회 문화가 되었습니다.
부활절 계란은 종교를 넘어 세상 곳곳에서 사랑받는 축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초콜릿 계란, 플라스틱 계란, 장난감이 든 계란까지, 상업화의 물결이 가세한지 오래입니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매년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를 열어 수만 명이 모여 계란을 굴리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누군가는 이런 변화가 계란의 신앙적 의미를 흐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저는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팍팍한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잠시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부활절 계란은 작은 껍질 속에 큰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고대인의 생명 숭배, 초기 기독교인의 부활 신앙, 중세 마을의 나눔,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그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 계란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줍니다.
저도 정말 놀라운 건, 별 것도 아닌 계란으로 이리도 길고 장황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덧붙여 무엇보다 주의할 것은, 삶은 계란 너무 많이 먹으면 주변 공기 오염도를 심각하게 높일 수 있으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2025.4.19. 부활절 전날 씀.
최주훈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