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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번역 유감>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13년째 어려운 문어체성경을 쉬운 구어체성경으로 편찬하면서 참 안타깝고 개탄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왕하 20:1을 보면 히스기야가 죽을 병이 들었는데, 개역개정을 비롯한 15개 버전이 12절에서 바벨론 왕이 사절단 편에 편지와 예물을 보냈다고 썼다. 죽을 병이 들었는데 예물을 보낸다?
아무리 약 2500년 전의 이스라엘 문화가 우리와 달랐다고 해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인륜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면, 혹시 죽음을 재촉하는 뜻으로 보냈을까?
그러나 1937년 발행 구약전서와 조선어성경과 현대어성경은 이사야 39:1과 호응을 이뤄 '병에서 회복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예물을 보낸 것으로 썼다.
오역을 하게 된 원인을 학자들은 이렇게 추론한다.
우리말 '치료하다, 회복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할람'이고, '병 들다'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할라'인데, 두 단어가 다 히브리어로 세 글자인데, 뒤의 두 글자는 같고 첫 글자가 아주 흡사한데서 온 사본 필사자의 오류로 추정한다. '치료, 회복하다'의 히브리어 첫 글자는 우리글 'ㅁ'과 같고, '병 들다'의 첫글자는 우리글 'ㄷ'을 시계 방향으로 90° 돌린 것과 같은 모습인데, 사본 필사자가 여기서 오류를 범해 'ㅁ'으로 써야 할것을 'ㄷ'을 시계 방향으로 90°돌린 글로 썼기 때문에 빚어진 오류로 추정한다.
문제는 히브리어 사본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그 사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번역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왕하'를 번역한 사람이 '사'도 번역했을 텐데, 사 39:1을 번역하면서 왕하 20:12 내용을 도외시하고 히브리어 단어 직역에만 열중한 결과가 이런 오류를 낳게 된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는 대수롭지 않은 오류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의 신뢰성에 큰 손상을 입히는 중차대한 오류다. 이런 가정을 한번 해 보자. 평소 기독교에 대해 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독교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을 읽다가 이런 오류를 발견했다고 하면 뭐라고 말할까?
일구이언은 사내대장부가 할 바가 아니라고 했는데, 어떻게 전능하다는 하나님이 일구이언을 하나? 병 들면 예물 보내는 거야? 아니면 병이 나으면 예물 보내는 거야? 성경 읽기 여기서 끝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이사야 39:1에서 읽기를 마치지 않을까?
성경 번역에서 히브리어 헬라어 버금가게 중요한 것은 우리말 실력이고, 이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성경에서 중요한 사건은 사건 전체의 맥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15개 버전이 오류를 범한 이유는 단 하나다. 히브리어 단어를 직역하는 데만 몰입했기 때문이다. 같은 사건인데 '왕하'와 '사'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면 이런 오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오류를 범한 15개 버전 번역자들을 이렇게 말할까?하나님 말씀에는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 따라서 열왕기하를 쓸 때 하나님의 마음은 히스기야가 병 들었을 때 예물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보다 약 160년 정도 후에 이사야서를 쓸 때는 히스기야가 병에서 회복 되었을 때 예물을 보내는 것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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