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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문고읽기049] 바다의 선물 (린드버그)

 

<책에서 한구절>

바다는 

너무 극성스럽고

욕심을 부리고 

안달하는 사람들에겐

보답을 베풀지 않는 법.

참을성, 참을성, 참을성-

이것이 바로

바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해변> 중

 

<독서일기>

작가는 어느 여름 휴가를 외딴섬에서 보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바닷가에 가면 지천으로 뒹구는 조개 껍데기들, 그래서 누구나 슬그머니 지나쳐버리고 마는 그 하잘것없는 패류인 연체동물 속에 우주를 지배하는 진리가 응고되어 있음을 린드버그 여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관찰력으로 기록한다.

뉴욕헤럴드 신문은<이 책은 여성들을 위한 책이지만 남성들도 애인이나 부인, 장성한 딸에 대해 놀랄만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멋지고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의 성실과 용기, 진실은 18세 이상의 모든 여성을 위해 있다. 이 책을 읽지 못란 여성이 있다면 참으로 섭섭하다.>라고 소개를 한다. 

소라고둥, 달고둥, 해돋이 조개, 굴 조개, 배낙지 조개, 몇 개의 조개 이야기가 해변에서 펼쳐진다.

(옮김:신상웅 초판1976.11.10.)

 

<저자>

미국 출생. 여류작가, 시인, 수필가, 사회사업가, 비행사이다. 1935년 초기의 비행체험을 기록한 '동양 저 북방'을 출간한 이후 여성 특유의 섬세한 표현과 오묘한 통찰력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함. 대표작인 '바다의 선물'은 출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국 국립부인협의회 도서상과 크리스토퍼 상 등을 수상했다.

 

<차례>

해변

소라고동

달고둥

해돋이조개

굴조개

배낙지조개

몇 개의 조개

해변을 떠나며

 

<내용 맛보기>

 

해변

 

바닷가란 독서하거나 집필 혹은 사색할 장소는 아니다. 

나는 지난 몇 해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마땅히 그것을 알고 있었어야 했다. 어떤 진실된 심적 단련이나 정신의 드높은 비상을 즐기기에 해변은 너무 따뜻하고 축축하고 부드럽다. 그런데서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책과 원고지와 회답이 늦어진 편지와 심을 잘 다듬은 연필과 작업 목록 그리고 훌륭한 의욕까지를, 색이 바랜 마대麻袋 가방에다 툭 불거지도록 잔뜩 집어 넣고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책장은 들추어보게 되지도 않고 연필심은 부러지고 원고지 꾸러미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처럼 고스란히 동댕이쳐져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은 물론이고 사색에 잠기는 일마저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다. 

처음엔 지쳐 떨어진 몸이 옴쭉달싹을 못하게 한다. 사람들은 마치 멀미나는 갑판 위에 올라섰을 때처럼 멍청해져서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모처럼의 의욕도, 온갖 조촐한 결심도 어쩔 수 없이 해변의 원시적 일렁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부서지는 파도, 솔잎을 뒤흔드는 바닷바람, 모래톱 위를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왜가리의 느릿느릿한 날개 소리는, 도시의 아우성치는 소음과 빈틈없는 일과, 예정 같은 것을 말끔히 잊어버리게 한다. 사람들은 마술에 걸려 넋을 잃고 맥이 탁 풀려서는 몸을 늘어뜨리고 엎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바다가 그렇게 만든 편편한 해변에 드러누워 그 해변과 하나가 되고 만다. 어제의 온갖 어지럽던 흔적이 오늘의 밀물로 말끔히 씻겨진 바닷가처럼 아무런 꾸밈도 없고 탁 트이고 텅빈 마음이 되어. 

그러던 2주째의 어느 날 아침, 마음은 잠을 깨고 다시 살아난다. 도시 감각으로가 아니라 - 아니고 말고 -해변의 양식?式으로 말이다. 마음은 해변을 간질이는 그 게으른 물결처럼 표류하고, 뛰놀고, 부드럽게 굽이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아무도, 이 한가하게 일렁이는 무념無念의 파도가 의식있는 마음의 평온한 모래톱에 무슨 우연의 보물을 밀어올려 줄는지를 모른다.- 그것이 아주 동그란 조약돌인지, 아니면 깊은 바다 밑으로부터 떼밀려온 보기 드문 조개 껍데기일는지를. 어쩌면 그것은 소라고둥이나 달고둥, 아니면 배낙지조개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보물을 찾아내려 하거나 파내어서는 안 된다 - 그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정말이다. 바다 밑을 파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이다. 바다는 너무 극성스럽고 욕심을 부리고 안달하는 사람들에겐 보답을 베풀지 않는 법. 보물을 찾아 파헤친다는 건 무엇인가. 초조하게 안달하고 탐욕스럽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은 곧 신념의 결핍을 나타낸다. 참을성, 참을성, 참을성 -이것이 바로 바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참을성과 신념. 사람들은 텅빈, 시원스레 트인, 허심탄회한 해변 같은 마음으로 바다가 보내 는 선물을 기다려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