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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한글학당]동시로 '동심 읽기'

무엇이든 서태영............... 조회 수 502 추천 수 0 2002.09.01 23: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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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하면 보통사람들의 선입관으로는 얕잡아 보기 쉽다. 어디 보통사람들 생각만 그렇겠는가. 이를테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초등-중등-고등-대학 선생을 대등하게 보지 않고 초중고 선생은 교사고 대학교 선생은 교수님으로 나누어보는 식으로 썩 곱지 않은 인식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아동문학하시는 분들도 그렇지만 아이들 글도 그렇게 업신여길 글이 아니다.음미해볼 사실은 정작 우리말글의 원형은 아동문학을 하시는 분들로부터 창작과 비평 영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어 새롭다.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2002년 6월호 <조선일보에 실린 아이들 글을 보고>를 읽다가 문득 어린이 한겨레가 간절해졌다. 소년조선일보 3-4월 문예상 가작에 뽑힌 두 편의 어린이 시를 읽어내는 인천글쓰기의 분석은 놀라웠다.


먼저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쓴 씨름선수를 감상해보자.


[詩]"씨름 선수가 모래밭에서 싸운다.몸으로 밀려고 살도 엄청쪘네.
온 힘을 다 해 미네.보기만 해도 내 몸에 힘이 들어가네"


아이의 글을 읽은 어른들의 평을 요약하자면,



1. 신문사에서 제목을 내어주고 글을 쓰게 하니까 이렇게 생각해서 썼구나. 그러니까 상받으려고 억지로 쓴 억지 글이네.

2. 일본의 스모를 보고 쓴 것은 아닐까? 요즘 한국 씨름 선수들은 몸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살이 찌지는 않았어. 근육질이란 말이야. 일본의 스모는 육중한 몸으로 미는 거잖아.

3. 우리 씨름을 보고 썼으니까. 모래밭에서 싸우고 있다고 했잖아. 처음에 힘을 주고 밀고 있는 장면을 보고 썼을 수도 있지. 그걸 생각하고 썼거나.

4. 이 시는 읽다보면 점점 화가 나. 왜 그럴까?

5. 맞지 않는 표현법을 써서 그래. '-네'로 끝나는 것과 '온 힘을 다해 미는 것'과 어긋나는 말이지. '온 힘을 다해 미는 것'과 '-네'라는 연약한 표현이 맞지가 않으니까 읽는 사람이 짜증스럽고 편치가 않아.

6. 어쩌면 이 아이는 1,2연을 썼는데 2연에서 '쩠네'로 끝나니까 거기에 맞추어 3,4연도 미네, 들어가네로 어른이 고쳐 준 게 아닐까? 아이가 이렇게 썼을 리가 없어.

7. 어떻게 보면 잘 쓴 시 같은데 아무 느낌이 안 나. 내가 어렸을 때 글짓기 선수로 시 쓸 때 이런 식으로 썼어. 책을 보고 흉내 내서 조선일보에 나왔어. 제목을 신문사에서 주고 그걸 주제로 쓰다보면 이렇게 쓰게 돼. '요'나 '네'로 끝나야 시가 된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거든.





행여 이 시를 지은이의 동심에 멍이 들까 조심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인천글쓰기회에서 문제삼은 것이 어른들의 타성을 나무라는 것이므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꼭 조선일보 문제를 건드리면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히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 점을 미리 밝혀 둔다.


평론자들은 "글감부터가 억지 글감이고 그걸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기억하여 억지로 쓰다 보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장면이 아니고 머릿 속에 그린 한 장면을 표현하게 된 것이고 그렇게 쓴 글을 어른이 다듬어 주다보니 애들 말이 아니고 과장이 심하고 거짓으로 지어 낸 이야기가 되고 만 것이지요"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을 문예상감으로 뽑으신 분의 [평]은 동심을 어른스럽게 멍들도록 이끄는 것 같았다. "1연은 모래밭, 2연은 씨름 선수의 모양, 3연은 동작, 마지막 연은 글쓴이의 마음이다. 글쓴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독자들도 그렇게 느끼도록 차근차근 잘 안내한 글이다.씨름 선수의 몸집과 동작을 나타낸 다음 ‘보기만 해도 내 몸에 힘이 들어가네.’라고 마무리를 지었는데, 아주 뛰어난 표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쓴 또 한편의 시, 아픈 엄마를 읽는 어른들의 마음은 아프게 찔렸다.


초등학교 1학년의 감성이 엄마 걱정보다는 집 걱정이 앞선다니 참 막막해진다.


"제목은 아픈 엄마인데 이 아이는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집 걱정을 더 하고 있잖아.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이 하나도 안 써 있으니까 좋은 글이 아니지."


[詩] "엄마가 아프면 우리 집이 아프다. 엄마가 아프면 화장실도 아프고 아빠 마음 내 마음도 아프다.엄마가 아프면 우리 집 전체가 아프다"


이 글을 문예상감으로 뽑은이의 [평],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엄마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다. 그리고 공연히 심술도 난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면 어떨까. 정말이지 집 전체가 아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화장실이 지저분한 것을 ‘화장실도 아프다’고 썼다.참 재미있는 표현이다."에서 병든 어른들의 마음을 읽게 된다. 참 재미 있는 평이었다!


"하하, 어쩜 아이가 쓴 글을 이렇게 잘 이해했을까?" 글쓰기회 모람-모인사람-들의 평은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아주 잘못된 어른의 글고치기 방식으로, 아이들 글을 이야기하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이와 견줄 어린이 시를 글마당에서 뽑아냈다. 강원양양 화룡초등 1학년 장은혜양의 <혜진이 언니>는 꼭 껴안아주고 싶은 글이었다.


[詩]"오늘 아침에 나는 혜진이 언니한테 찐덕찐적 붙었어요. 혜진이 언니가 좋아서 붙었어요."


강원삼척 고천분교 3학년 고현우군의 <현관문>은 어른들의 호통이 두려웠던 어릴적 솥두껑을 깨고 "쥐가 깼다"고 떠넘기려 했던 내 유년시절을 되돌아보게 했다.


[詩]"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현관문이 깨져 있다. 우리들은 바람이 깼다 생각하고 어른들은 우리가 깼다 생각한다"


이오덕 선생은 <일하는 아이들 머리말>에서 "저는 이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지만, 이 아이들에게 참된 시를 배웠습니다"고 했다. 나 역시 초등학생들의 시에서 글을 배우고 있다. 확실히 아이들은 어른의 선생님이다. 소년조선일보의 이상한 감성교육법을 읽으면서 나는 아빠엄마가 된 독자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어린이 한겨레'를 재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신문 시장은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한이다.


한은 한겨레가 아니고 한국일보이다. 한겨레를 읽는 엄마아빠의 아이들은 어떤 신문을 읽을까? 어린이신문 가운데는 광주에 본사를 둔 주간 굴렁쇠가 오로지 입소문의 힘으로 어린이한겨레를 대신(?)하고 있다.


이 신문은 '우리말과 아이들의 삶을 사랑하는 어린이중심 신문이다. 한겨레가 어린이신문을 발행할 계획이 없으면 굴렁쇠신문과 제휴라도 해서 한겨레 아이들의 감성 가꾸기에 큰 힘을 보태주기를 기대해 본다. 어른이 우리 아이들과 가장 즐겁게 만나는 곳에는 우리말이 함께 한다. 어린이한겨레를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굴렁쇠 신문을 추천한다.


시 한편 더 소개하고 마치겠다. 음성 무극초등학교 3학년 강성우군의 <안 아프게 맞는 법>을 읽으면 씨익씨익 웃음이 나온다. 어린 것들이 건네주는 웃음은 일류 개그보다 웅숭깊은 맛이 있다.


[詩]"동근이랑 내가 선생님한테 맞았다. 동근이는 겁이 나서 손바닥을 폈다가 피하고 폈다가 피하고 해서 너무 웃겼다. 나는 하도 많이 맞아 봐서 안 아프게 맞는 법을 안다. 안 아프게 맞을려면 손바닥을 최대한 쭉 펴고 눈을 감는다"(2000년 글쓰기 회보)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펴내는 한국글쓰기연구회는 충주에 본부를 두고 있다.전화번호는 043 857 7733이다.


하니리포터 서태영 / rangkae@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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