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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물..물..

무엇이든 유한나............... 조회 수 470 추천 수 0 2002.09.02 14:04:32
.........
루사가 지나가며 쏟아진 폭우로 만신창이가 된 도시에서 겪어야되는 어려움은 또 물이었다.
그렇게 많은 물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논과 밭과 다리과 도로와 철로가 떠내려간 후에
상수도관까지 파열되니 당장 먹을 식수가 없어 물난리 속에서도 시민들은 물통을 들고 먹을 물을 구하러 다닌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지하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물통 두개들고 딸과 함께 같더니 그 행렬이 끝이 없었다.
밤하늘엔 언제 비가 그렇게 내렸느냐는 듯이 별들이 총총 나타났는데
엄마와 함께 물통들고 나온 칭얼거리는 딸들과 갓난아이를 업고 나온 새댁과
세수대야를 들고 나온 할머니와 낚시질한 물고기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까지 들고나온 아저씨하며
손에 들고 나온 물통의 종류도 다양했다.
이러므로 물과 사람은 끊을 수 없는 관계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한덩어리가 되어
몸서리쳐지도록 느끼게한 태풍 루사의 출현이었다.
이렇게 한통의 물을 받기위해 기다리는 동안 물 한컵의 소중함을 묵상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수도꼭지를 틀기만하면 물이 콸콱 쏟아지던 어젯저녁을 생각하며 하루아침에
물에 대하여 온 시민이 쪽박신세가(거지)된 것이다.
사람들은 농담삼아 이판에 새치기를하면 손과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병에 몰매 맞을 것이라고
줄 옆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은근히 겁을 주기도 한다.
여기 저기에서 지루한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었다.
"엄마, **는 미리 받아 놓은 물로 머리도 감았다고 자랑해.."
"**네는 집앞에 다리가 무너졌데."
"**네는 뒷산이 무너졌데."
"**는 내일 학교에 가야되는 것인지 말아야되는 것인지 걱정해."
바쁘게 숨가쁘게만 살아가던 사람들이 큰 재난을 당해 갑자기 살아가는 속도가 정지되다시피하면서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하러다니던 아이들까지도 물뜨러 나와 몇시간을 기다리며 한가롭다.
사람은 사람이 만든 문명의 시간 속에서 빠른 시간 속을 달리다가 천재지변을 당하게되면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며 수십년 전의 시간 속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밤 중까지 한개의 샘물 앞에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줄을 서며
오래 기다리며 인내하며 경건해지며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는 것도 귀한 체험일 것이다.
저만큼에서는 이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이 50대의 아주머니 한분이 노련한 솜씨로
물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두팔을 앞뒤로 휘이 휘이 저으며 보란 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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