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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는 어떻게 싸구려 이미지를 탈출하고, 브랜드가 되었나?>
1. 다이소 초창기, 나(=박정부 회장)는 퇴근 후 인근 매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인인 듯한 남녀가 매장 앞에서 다투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2. “잠깐 들어가서 구경하자”, 그런데 남자는 “싸구려 파는 델 창피하게..”라며 여성의 손을 잡아끌었다.
3. 당시만 해도, 천 원 균일가숍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체면 신경 쓰느라 매장 앞에서 기웃거리다가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으로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4. 돌아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초창기만 해도 좁은 매장에 상품을 하나라도 더 갖다 놓으려는 욕심에 제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그러니 고객도 상품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곳에서 어렵게 뒤져가며 물건을 골라야 했다. 조명도 그리 밝지 않아 매장이라기보다는 창고 같은 느낌이었다.
5. 그날 이후, 고객들이 조금 더 당당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먼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았던 진열대를 고객의 눈높이까지 낮추고, 조명도 환하게 바꾸었다. 넓은 중앙통로를 중심으로 좌우 진열대를 배치해서 입구에서 들어서는 순간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첫인상부터 쾌적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6. 그러자 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싼 상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이소는 ‘고르는 즐거움을 파는 곳’이 됐다.
7. 한편, 매대 높이를 낮추는 것은 모험이기도 했다.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상품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열하는 상품의 가짓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매출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8. 그래서 평균 면적이 70평 안팎에 불과했던 매장을 최소한 100평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매장을 대형화하다 보니 임대료가 큰 부담이 되었다. 가뜩이나 이익률이 낮은데 고정비용의 상승은 매장 운영에 큰 부담이다.
9.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복층형 점포였다. 다이소 매장 중에는 1층과 2층, 혹은 지하 1층과 1층으로 연결된 복층 매장들이 많다. 임대료가 비싼 1층에 넓은 매장을 내기가 어려우니,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지하층이나 2층과 연계해 복층 형태로 매장을 꾸몄다.
10. 매장에 들어설 때는 1층으로 들어오지만, 지하층이나 2층을 오가며 쇼핑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시도를 통해 점포 면적은 넓히면서 임대료 부담은 줄일 수 있었다.
11. 출점 전략도 바꾸었다. 강남 1호점을 내면서 외곽 상권 위주에서 서울 시내 한복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가형 생활용품 매장이 부자 동네인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누가 벤츠를 몰고 와서 1000원짜리 물건을 사겠느냐고 말이다.
12.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부자든 아니든, 고객은 1000원의 가치보다 더 큰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사고 싶어 했다. 강남점이 다이소 제품은 값이 싸서 사는 게 아니라, 품질이 좋아서 사는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준 셈이다.
13. 강남점에서 다이소의 상품력을 인정받았다면, 명동점은 다이소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명동에 2005년 30여 평의 규모로 첫발을 내디뎠다.
14. 그 후 몇 번 위치를 옮기다가 2017년 명품숍이 즐비한 명동 중심가에 12층짜리 건물 전체를 임대해 명동역점을 개점했다. 당시 1000원짜리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균일가 매장이 명동 한복판에 대형매장을 연 것 자체가 큰 사건이었다.
15. 워낙 임대료가 비싸서 어지간한 브랜드들도 대형매장은 엄두를 내지 못했고, 또 매장을 낸다 해도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권이었기 때문이다.
16. 그런데 명동역점은 인근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부터 주부, 학생,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고객이 몰려드는 명동의 명소가 되었다. 덕분에 명동역점은 다이소가 가격만 싼 상품을 파는 ‘천원숍’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었다. 수천수만 가지의 편리하고 기발한 생활용품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생활센스숍으로 말이다.
- 박정부, <천 원을 경영하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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