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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봉창 두드리기' <3> 다 고마운 일이건만

무엇이든 성석제............... 조회 수 653 추천 수 0 2002.09.07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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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02-01-04 오전 10:17:22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자 귀에 들어오는 말들은 이랬다. 첫째 지금의 학부형 세대가 중학교 다닐 때의 과정과 현재 중학교 과정을 비교하면 유치원과 중학 정도의 차이가 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애들은 중학교 1, 2학년 과정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배우고 들어간다. 셋째 학부형이 집에서 공부를 가르치지 못한다면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학부형은 중학 과정을 가르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면 나는 대단히 주관이 강한 학부형이거나 바보일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런 말이 들려왔다.
  ‘우리 면(面) 학원들은 수준이 형편없잖아. 애들이 학원에서도 맨날 놀기만 한대. 역시 학원에 보내려면 읍으로 보내야지. 거기 애들은 수업 분위기가 되어 있다는 거야.’
  
  나는 물었다.
  ‘면에서 너도 나도 아이들을 읍에 있는 학원으로 보내면 자리가 모자라지 않겠어?’
  누군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셔. 읍에 있는 애들은 시로 간다니까.’
  나는 또 물었다.
  ‘시에 있는 애들, 그러니까 시에 살다가 중학교로 진학할 애들은 어느 학원에 가야 하나?’
  다른 누군가 대답했다.
  ‘걔들은 서울로 간대. 강남으로 말야.’
  난 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강남 애들은 어디로 가지? 유학을 갈까, 중학교가 없는 나라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의 눈길에서 또 쓸데없는 궁금증으로 저와 남을 괴롭힌다는 비난의 의사를 읽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나도 바보는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고 아이는 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읍에 있는 학원에 간다고 나갔다.
  
  갔다온 아이는 풀이 죽어 있었다.
  ‘읍의 학원은 면 학원하고 다르게 시험을 보더라. 읍에서 제일 좋다는 학원에 갔거든요. 거기 영재반하고 일반반이 있어요. 영재반은 일주일에 다섯 번 가구요, 하루 여섯 시간씩 공부하는데요....’
  
  함께 갔던 아내가 이어서 설명했다.
  ‘일반반은 일주일에 사흘 한대. 영재반은 자신이 없대서 일반반에 신청했지. 시험을 봤는데 얘가 암만 생각해도 떨어진 것 같다는 거야. 그 학원은 나중에 결과를 알려준대. 그래서 옆에 있는 학원으로 갔어. 그 학원은 읍에서 두 번째 가는 학원인데 좀 덜 시끄럽다고 그러더라구. 또 시험을 봤는데 얘가 삼십 분도 안 됐는데 금방 나오는 거야. 그런데 오 분도 안 돼서 결과가 나왔어.’
  
  학원의 상담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애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학력이 떨어지죠? 맨날 노나 봐요.’
  
  아내는 그래도 학교에서 2, 3등은 하는데요, 하고 조그맣게 저항을 하기는 했다고 한다. 그러자 상담 교사는 상담은 하지 않고 호령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념하여 앞으로는 그를 호령 교사, 아니 호령 장군, 아니 호령대원으로 부르겠다.
  
  ‘학교 반에서 2, 3등 아니라 6년 내리 전교 1등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학교에서는 국어·영어·수학같이 학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목을 음악이나 미술하고 같이 치잖아요. 그거 믿고 애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얘, 중학교 2학년만 돼도 다른 애들하고 경쟁이 안 돼요. 대학은 꿈도 못 꾸게 된다구요. 그게 부모 책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 성적은 안 되지만 우리 학원 일반반에 붙여줄 테니까 내일부터 당장 다니게 하세요. 아셨죠?’
  
  아내는 호령대원 앞에서 주눅이 들다 못해 수치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아내는 일단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밥맛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았다고 한다.
  
  ‘까짓 거 안 가면 그만이지. 학교 교육은 전인교육이잖아. 사실 뭐 전인교육은 과장이라고 치더라도 최소한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교육 아니겠어. 그 결과는 나를 보면 알 것이고. 까짓, 학원 교육은 점수기계를 만들 뿐이야.’
  
  그 말이 벌집을 들쑤신 꼴이 되었다. 아내는 호령대원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내게 풀기 시작했다. 누구는 학원을 보내고 싶어서 보내느냐, 학원비가 애 장난인 줄 아느냐, 안 보내면 다른 애들한테 떨어지고 한 번 떨어진 성적은 만회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지금 학원을 안 보냈다가 나중에 가래로 막을 일을 불도저로 막아도 당하지 못한다, 불도저 값이 얼만 줄 아느냐....
  
  결국 나는 만세를 불렀다.
  ‘그래 보내, 보내시라구. 갈 수만 있으면 가줬으면 애한테도 고맙지. 지금 한달에 오십만 원 넣어서 고등학교 때 한 달에 백만 원 이하로 과외비를 맞출 수 있으면 엄청나게 비용을 절약하는 게 되겠습니다. 어, 고맙군, 모두들. 애, 학원, 당신, 학교, 세상, 교육부 전직 현직 미래의 장차관 차관보 국장 나리까지 셀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기타 등등의 교육계 종사자 여러분.’
  
  그리고나서도 나는 궁금한 게 있어서 아이를 나중에 따로 불렀다.
  ‘ 그 영재반 애들 말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 여섯 시간씩 학원에서 공부하면 도대체 학교에서는 뭘 배우니. 잠은 언제 자고?’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은 수업시간에 잔다고 하는 것이었다. ‘잠 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니라 ‘잠 자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교사들은 차라리 고마워한다고 한다. 차마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가 덧붙이는 말인즉.
  ‘아빠, 언니들이 그러는데요. 우리 중학교는요. 수업시간 오십 분에서 사십 분은 조용히 하게 만드는 데 쓰구요, 나머지 십 분 수업한대요. 그 십 분 동안 공부해 가지고 다른 도시 애들하고 경쟁이 안 되니까 학원에 가는 거래요.’
  
  아이의 6년 선배가 되는, 곧 올해 우리 면의 고등학교 3학년인 아이들 가운데 수능시험에서 수석을 한 아이는 대도시 변두리의 전문대학에 진학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랬더니 교사들이 집으로 찾아와 그 아이가 전문대학을 가면 다른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다시 가란 말이냐고, 떨어지더라도 사 년제 대학에 꼭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으 다롱디리.
  
  이웃집의 늦둥이 영훈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인사도 잘 한다. 어른만 보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아주노라 ‘그래 영훈이도 공부 잘 하니!’ 하면 귀여운 영훈이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에이휴!’ 하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한숨을 쉰다. 어른이 박장대소를 하는 몇 초 동안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던 영훈이가 동강동강 뛰어간다. 날은 환하고 빛은 거울처럼 맑아도 겨울이다. 얄리 얄리 얄라셩.  

성석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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