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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울고있는 사모

무엇이든 임복남............... 조회 수 716 추천 수 0 2002.09.09 17:45:11
.........
어제 저녁 배추를 절여놓고 잤으니, 일찍부터 서둘러 김치를 담아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은 미루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어제 밤에 양념을 준비해 놓고 자야 하는데,
배추만 달랑 절여 놓고, 보고 싶던 책을 보았다.
새벽기도 다녀와서, 무 씻어 썰고, 파, 마늘까고, 정신없이 바쁜데 전화가 온다.
6시 30분, 이른 시간에 오는 전화는 사람을 긴장시킨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서둘러 나온다.
"누구예요?"
"이 집사님"
"왜요?"
"아침에 비닐 씌우는데 거들어 달라고"
"너무하네. 주일 아침 이 시간에......."
"잠깐이면 될텐데 뭘..."
속이 상했다.
지난 번 태풍에 비닐이 벗겨졌으니, 비닐을 다시 씌우는 일이 급하긴 급한 일이다.
그렇지만, 하필 주일 아침에 목사님을 불러다가 일을 하려는 집사님네가 야속하다.
나보고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목사님은 내색도 없이 가셨는데, 화를 내고 있는 나때문에 점점 더 화가 났다.
전화가 또 온다.
고추가루 범벅이 된 손을 대충 씻고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전데요. 우리 기계가 안 살아나서...."
"무슨 기계요?"
"예취기요"
"지난 주에 벌초한다더니......"
"못했어요. 목사님 계세요?"
"목사님 지금 이집사님네 하우스 비닐 씌우러 가셨어요"
"그래도 잠깐 오셔서 봐 주시면 안될까요?"
"그럼 이집사님네 하우스로 가 보세요"

해도 너무들 하는 것 같다.
비닐을 씌우는 집사님네는 예배 전에 마치고, 예배는 드리러 나올테지만, 벌초한다는 집은 보나마나 예배 참석도 못할텐데........
농촌목회 사명이라 여기고,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목사의 행동 하나 하나는 거울같이 비췬다는 것을 알기에
논, 밭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일 하는데, 양복입고, 가방들고 다니며 심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남편은 늘 논, 밭으로 헤맨다.
원래 검은 얼굴이지만, 완전 깜상이다.
저마다 자기 일이 바쁘니, 집집마다 손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목사님 주일 아침시간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목사님이 뭔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배추김치, 오이김치, 동치미, 세 가지 김치를 다 담고, 아침 쌀 씻어서 솥에 앉히고
오징어 다듬어서, 양념준비 다 해서 후라이팬에 앉혔다.
두 아이는 꿈 속을 헤매고 있으니, 남편이 오는 대로 불만 켜면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고추를 한 마당 널고, 투정을 다 부리고 난 8시, 남편은 아직도 안 오고, 사모는 울고 있다.

댓글 '1'

이은경

2002.09.15 23:40:11

너무 가슴이 아파요... 콧날이 시큰 거릴 정도로...
한희철 목사님의 책을 통해 처음으로 농촌 목회에 대해 알았어요..
전 한 번도 농촌이란 곳에 살아보지 못했는데
아름다움과 정겨움만 상상하고 살았는데
한희철 목사님과 그리고 임 사모님 글을 읽으니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란 생각에 죄송해 집니다.

힘드시죠?
제 친구들도 사모님들이 있어서 조금은 짐작이 가지만
모두 농촌교회나 개척교회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라서
잘 몰랐어요...

이런 말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자, 조그맣게 말씀 드립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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