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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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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저자/김규환 기자 kgh17@hitel.net  

감에 대한 몇 가지 추억

감꽃 피는가 싶더니 꽃 떨어지고 어느새 아이 목젖 만한 새끼 감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늦여름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채 익지도 않은 감을 주워 항아리에 재 넣고 굵은 소금 넣어 물 한바가지 부어 놓으면 사흘 못돼 먹을만 하게 우려졌던 감이 생각납니다.

덜 익은 감은 떫어서도 싫지만 옷에 뭍혀 집에 갔다가는 엄마에게 누구나 혼났을 겁니다. 어른들은 이런 떫은 감을 주워 모아 물푸레나무 껍질 벗겨 삶아서 옷을 멋드러지게 물들여서는 출타하실 때 입으시고 헤진 다음엔 작업복으로도 쓰셨습니다.

추석무렵이 되면 남도에서는 꼭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밤새 떨어진 홍시를 줍느라 밤이 다람쥐 차지가 된 것도 몰랐답니다. 파시니 고종시니 대봉시니 하는 여러 가지 감을 이젠 마땅히 딸만한 사람이 없어 방치한다고 하니 현실이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까치 밥' 남겨 놓은 고향의 훈훈한 인심은 정겨운 한 폭의 풍경화였습니다.

<감색 운동화 한 켤레>라는 소설에서 이진경씨는 어린시절 누이의 중학생 모습을 잘도 그려냈습니다. 그럼 감색은 무슨 색인가요? 감색은 붉으스름하게 익은 감도 아니고 그냥 파란 색감을 띤 어떤 것도 아닙니다. 덜익어 떫은 감을 칼로 잘랐을 때 공기에 산화되어 시퍼렇게 멍든 볼마냥 짙푸른 색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누이의 운동화는 군청색에 가까운 끈을 매는 촌티나는 운동화인 것입니다.

옷 살 때마다 들먹이는 곤색은 대체 무엇일까? 일본인들의 마음에 있는 감색, 감청색의 한국적 표현이라 해야 맞지요.

아직 감 익을 때 아닙니다

이런 감이 익어갑니다. 단감이야 홍시보다는 딱딱한 것을 깎아 먹는 게 제 맛이므로 제외하더라도 요즘 시중에는 감 철입니다. 하나에 500원에서 어떤 것은 1000원이나 하더군요. "어, 이상하다. 우리 시골에 있는 감은 채 익지도 않고 이제사 살짝 색이 붉은 빛을 띠었던 데 어떻게 익은 감이 저렇게 많지?"라고 의문을 품어 본 분들이 간혹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감은 아직 익지 않았답니다. 익을 시기가 아니지요. 그런데 어떻게 익어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이 많은 차령산맥 이남으로 가면 감은 한 나무에 5천원에서 1만원 정도에 나무째 상인들에게 팔립니다. 아니면 몇나무 묶어서 동네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노인네에게 한 5만원 정도 막걸리 값 주고 통째로 삽니다. 못 딸 바에야 이렇게라도 파는 게 남는 장사지요.

공업용 화학약품 카바이트로 강제 숙성시킨 감 홍시

이 감에다 낙과(落果) 방지제를 치고 강제로 숙성을 시키기 위해 농약을 칩니다. 이 뿐입니까? 푸르댕댕한 것을 따서는 창고에 두고 '카바이트'(노점상 아저씨들이 전기를 끌어오기 힘들 때 촛불처럼 켜던 것으로 플라스틱 용기에 한 덩이 넣고 물을 부으면 부글부글 끓어 올라 불만 붙이면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공업용 화학 약품)를 수십 덩어리 놓으면 이틀만 지나면 붉게 익는 답니다.

이 카바이트로 처리한 감은 20여일을 먼저 수확한 걸로 둔갑하니 가격은 더 비쌉니다. 드셔보세요. 그럼 겉 껍질이 내용물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분리가 됩니다. 속 따로 겉 따로 노는 형국이라고나 할 까요. 이런 감을 맛있다고 뚝딱 예닐곱개를 해치우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감에 눈 먼 당신께 말씀드립니다. 오랜 동안 저를 기억하시려거든 홍시는 10월 말에나 드세요. 지금 나온 감은 당신의 몸을 망칩니다. 진짜 가짜를 드시다니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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