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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뒤흔드는 교회

무엇이든 심재원............... 조회 수 669 추천 수 0 2002.11.20 11: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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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소음 공해,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교회 건축을 하면서 제일 먼저 봉착하는 어려움이 주변 사람들의 반대다.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되다시피 하였다. 그 일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건축법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을 해도 막무가내다. 교회가 들어서면 소음 때문에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최소한 40대 이상의 장년층이면 새벽종 소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교회 종소리가 사라지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교회 지붕마다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차임벨(chime bell)을 울려대던 시절이 있었다. 소음 공해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결국은 교회의 종소리를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몰아내고만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은 아직도 성당에서 종을 울리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은 얼마 전 34년 간 쳐오던 종에 균열이 생겨 외국에서 새로 종을 제작하여 들여왔다고 한다. 지금도 하루에 세 번(오전 6시, 낮 12시, 오후 6시) 어김없이 종을 치고 있다.

사회와 정부로부터 이런 차별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입조차 열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회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대표적인 몇몇 교회에서만이라도 잃어버린 종소리를 다시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염치없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교회의 소음 공해는 외부와의 관계로 그치지 않는다. 교회 내부의 소음 문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찬물 속에 개구리를 넣고 열을 가하면 뜨거운 줄도 모르고 서서히 익어서 죽는다고 한다. 교회 내 소음 공해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한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우리가 새벽 시간을 아직도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그래도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백 년 전부터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새벽기도회'를 만들고 지금까지 지켜 내려오고 있다.

이제 최소한 서울 시내에서는 이런 소박한 생각이나 바람을 갖고 새벽에 교회를 찾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뽕짝류의 복음성가가 예배당 안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 교회가 한 둘이 아니다.

고요함 가운데서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는 현대인의 심성을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날로 확산되고 있는 노래방 문화가 이렇게 깊숙이 교회 안에까지 들어와 있단 말인가? 주위 사람의 기도 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나, 더불어 신앙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숙함을 아직도 갖추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새벽마다 '주여, 삼창'을 외치고 기도하는 서울의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의 말이다. "주위에서 왜 그 교회 사람들은 새벽마다 누구를 죽이라고 그렇게 '죽여, 죽여'를 외치느냐?"고 묻더란다. 비아냥거리는 소리인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기도에 대한 열정으로 알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새벽이 이러니 낮과 밤 시간은 어떻겠는가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예배당 건물 크게 짓는 것은 '거룩한 낭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합리화하면서도, 교회 음향시설에 대한 인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앰프의 용량에만 온통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세계에서 마이크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요즘 새삼 깨달았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일본인들보다 한 발 앞선다. 마이크를 뽑아 입에 대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함께 불러야 할 찬송가를 이렇게 독창하듯 하면 교인들은 찬송할 의욕마저 잃는다. 우리는 독창이나 제창(齊唱)에는 익숙해도 합창(合唱)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합창은 내 음성과 주위 사람의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조화롭게 불러야 한다. 그런데 피아노 반주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지경에서 함께 찬송할 마음이 들겠는가?

이런 소음 공해 속에서 교인들의 건강 문제를 떠올린다면 믿음 없는 늙은이의 노파심이라고 나무랄지 모르겠다. 그 원인이 교회의 소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오래 전부터 귀 울림(이명:耳鳴) 증상을 느끼며 살고 있다.

통계 자료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청력을 검사하면 아마 기독교인의 난청이 심할 것 같다.

강남에 있는 어느 산악회는 등산회원을 모집할 때 아예 세 분류로 나누어 예약을 받고 있다. 음악이 전혀 없는 조용한 차에 승차할 사람, 다음은 음악은 있으나 춤을 출 수 없는 차, 마지막으로 노래와 춤을 마음껏 출 수 있는 차로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차를 선호한다. 그래서 음악 없는 차를 타려면 최소한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자연을 즐기러 가면서도 나만의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물며 하나님과의 만남, 영적 성숙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찾은 교회가 새벽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아서 어떡하겠나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렇게 기다려지던 새벽 시간을 피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
심재원 (2002-11-19 오전 11: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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