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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실 인선 비판받을 일인가?

무엇이든 최용식............... 조회 수 545 추천 수 0 2003.02.25 22: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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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던 일부에서까지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은 우리 국민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 왜 이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언젠가 한번쯤 사용했던 글감을 동원하여 그 이유를 밝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도와 관행 중에서 어느 것이 체제의 건강성과 성장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칠까? 역사적 경험은 관행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오늘은 이 문제를 한번 따져보자.


학맥, 인맥, 가문이 인사발탁의 중요 요소가 되면 안 된다. 그 측면에서 최소한 청와대 인사의 인선은 잘한 것이다.


조선왕조는 입헌군주국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신료의 권한이 막강했다. 왕이 전횡을 저지르면 반정이 일어날 정도였고, 신료들이 반대하면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했던 것이 조선시대의 왕이었다. 또한 조선왕조는 현대적 의미의 정당정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비록 일제에 의해 당파싸움으로 폄하되기는 했지만, 당파로 나뉘어 서로 견제했으며 대의명분과 백성을 중요시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현대 민주주의의 싹을 틔웠다는 영국보다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훨씬 더 선진적인 나라였던 셈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영국은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데 비해, 조선왕조는 이민족에게 주권을 빼앗겨야 했을까? 정치가 썩어서 그랬었을까? 그건 분명히 아닌 것 같다. 영국의 민주주의가 싹트던 시절에는 유권자를 집단적으로 매수하는 일도 흔했었고, 유력한 경쟁자를 음모를 꾸며 미리 배제하는 일까지 종종 일어나곤 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조선왕조의 선비들은 명목상으로나마 청렴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었고, 다른 나라 왕조들에 비해서는 가렴주구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 그러면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인재 발탁방법에 있어서의 차이점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정치발달사는 신흥자본가가 왕을 포함한 귀족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의회정치가 성립된 것도 바로 그 싸움의 결과이다. 그래서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었냐, 누가 더 자본을 많이 축적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했냐가 인재발탁의 기준이 되었다. 실질적인 업적이 인재발탁의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해전승리의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해적이었던 자가 해군참모총장에 발탁되고 귀족의 작위를 받게 하기도 했다. 실제 업적이 이처럼 인재발탁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업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었고, 이것이 누적되어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조선왕조는 어느 연줄을 잡았냐가 출세를 가름했다. 소론이 득세할 때는 소론에 소속된 자가 출세할 수 있었고, 노론이 세를 떨칠 때는 노론에 속하지 않으면 출세하기가 어려웠다. 조선시대에는 인재발탁 기준이 실적이 아니라 연줄이었던 것이며, 바로 이런 관행이 나라의 운명을 기울게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연줄만 잘 잡으면 출세할 수 있는데, 누가 업적에 신경을 쓰겠는가? 오히려 지나치게 훌륭한 업적은 신료들의 시기와 질투만 부를 뿐이었다. 중인 출신임에도 탁월한 과학적 업적을 남겼던 장영실이 온갖 모함 속에 귀양 가야했던 것이나, 뛰어난 전적을 남겼음에도 이순신이 백의종군해야 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데, 이러고도 어찌 나라가 잘 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실적이 숭앙되는 사회에서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연줄이 출세와 부를 보장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야 한다. 나는 왜 이런 판단을 함부로 하는 것일까? 잠시 이 점을 살펴보자. 어느 신문이나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은 사람들의 부고난을 두고 있다. 여기에는 고인의 아들은 물론이고 사위 이름까지 올라가는데, 이곳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연줄 사회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세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누구의 아들이거나 누구누구의 사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관료 중에서 장관이나 차관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직계 선조의 후광을 입었거나, 처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봐도 거의 틀리지 않다. 재계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혼맥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다국적 기업은 독특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명문대가 집안의 자식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여 많은 보수를 지급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해당산업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 산업은 공공부문이 주요 수요처였는데, 명문대가 자식들이 연줄을 이용하여 탁월한 영업실적을 거두곤 했던 것이다. 공개경쟁입찰의 경우에도 이 다국적 기업제품의 운영체계를 중심으로 입찰조건을 결정함으로써, 다른 제품은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물론 지금은 이런 불합리한 일은 거의 사라졌으며, 그 결과 국내가격도 국제가격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어떻든 이런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병들어 있었는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다국적기업까지 우리나라의 연줄 풍토를 이용하여 뱃속을 채웠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분계층이 점차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상류계층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만 혼맥으로 얽히고 설켜가면서 연줄을 굳게 구축하고 있으며, 그 연줄이 거대한 신분사회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래서 상하계층의 교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학벌도 이제는 상류사회를 위해서 존재하고, 여기에 지역적 차별성까지 가세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현 실정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체제로서는 국제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 이런 체제는 역동성을 잃어가는 경향이 있고, 체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 성장성과 경쟁성이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보면, 가문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줄에 의한 인재등용의 전통을 과감하게 깨뜨려버린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역동성을 크게 높이는 혁명적인 일로서, 노무현 정권이 드디어 국민정치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느낌이다. 물론, 관료들은 불만이 여간 많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근무가 곧 진급의 지름길이고, 청와대를 거치면 장차관까지 무난하게 승진하곤 했던 관행이 무너져 버렸으니, 그들의 불만이 얼마나 크겠는가!

사실 관료계처럼 집안의 후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야도 드물다. 자기 집안이 빵빵하지 않으면, 처가라도 빵빵해야 출세할 수 있는 곳이 관료계이다. 그렇지 않으면 출세의 길은 바늘구멍일 뿐이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집안 출신으로서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장가라도 잘 가려고 발버둥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청와대에 발탁되고 출세가 보장되었던 사람들이 누구던가? 연줄에 의해 추천된 사람들이 대부분 아니던가! 이런 전통이 깨져버렸으니, 얼마나 혁명적인 변신이고 탁월한 업적인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처럼, 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쇄신한 것도 그 자체만으로 높이 평가해줄 수 있다. 그러나 업적이 뛰어나지 않으면 이런 평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시도가 다시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바꿔 말해서, 인사쇄신은 그 방향도 올바라야 하지만, 구체적인 인선의 내용도 뛰어남으로써 훌륭한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인사쇄신이 대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선내용까지 훌륭한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아니, 아직은 평가하고 싶지 않다. 우선은 청와대 비서진인선에 있어서는 연줄인사의 전통이 깨졌다는 데에만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도 당분간은 연줄이 맥을 못추는 사회가 되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번에도 장관급 물망에 오른 이들의 상당수가 명문대가의 자식들이거나 사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거 실적과 행적을 뒤적여보면, 포장만 개혁주의자인 사람도 있고, 심지어 과거의 대형 비리사건과 관련되어 구설수에 올랐던 사람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으로 노무현 정권이 국민정치의 시대를 열고 싶다면, 세간의 명성이나 명망가의 평가에만 의존하여 인재를 등용하는 짓은 이제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명성이나 평가가 실제로 정당한 것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세간의 명성이나 평가는 연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보라, 어떤 이가 명성을 얻는가? 물망에 오른 사람들의 평가는 누구에게서 얻어진 것인가? 혈연과 학연 등 각종 연줄이 명성과 평가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말이다. 무엇보다도, 명성과 평가만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실력배양과 실적축적이 아니라 연줄형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대부분 주변의 혹평을 받아야 했었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면평가의 취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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