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구멍가게

무엇이든 이규섭............... 조회 수 529 추천 수 0 2003.03.17 11:53:48
.........
이규섭의 세상 엿보기(2) 구멍가게

구멍가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구멍가게 주인들도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집 근처 초등학교 후문 귀퉁이에 위치한 세 평 남짓한 구멍가게는 근린공원을 산책하려 가는 길에 담배를 사러 가끔 들린다. 구멍가게 주인은 작달만한 키에 허리가 굽은 칠순의 할머니다. 가게 앞 공터에 빈 병이나 신문지 등 폐품을 모아서 팔 정도로 부지런하다. 얼마 전 담배를 사려고 그 가게에 가니 함석 문이 굳게 닫혀 있고, 회색 함석에는 '임대' 쪽지가 붙어 있다. 할머니가 구멍가게를 '저승'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에는 초등학교 정문 부근에 있는 구멍가게 할머니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더니 "먼저 보냈어"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노인들이 소일 삼아 운영하는 구멍가게 주인들도 사라져 가는 가게와 운명을 함께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코묻은 돈으로 눈깔사탕이나 쫀디기 과자를 사먹었던 어린 시절, 캐러멜을 훔치던 아이들을 붙잡아선 '먹고싶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캐러멜을 나눠주던 구멍가게 아저씨의 후덕한 인심도 추억의 편린이 되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상인을 만나지 않고 흥정이랄 것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면 물건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디지털 시대다. 전자상거래가 아니더라도 대형 할인판매점이나 슈퍼마켓, 백화점에 들러 싸고 편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문명의 혜택에 익숙해진 게 우리들이다. 동네 주민을 상대로 담배나 식품, 생필품 등을 팔던 '서민의 벗' 구멍가게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구멍가게식 운영'이니 '구멍가게만도 못한 경영'이니 하는 비유의 대상이 될 정도로 홀대를 받아왔다.

흔히 구멍가게로 불리는 서울의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 소매업체'는 1999년 말 2만539곳이던 것이 2001년 말 1만8395곳으로 10%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는 1997년 말 14만2935개이던 것이 2001년 말 11만1888개로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할인마트나 슈퍼마켓은 늘어나면서 덩치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덩치가 커야 사람을 끌어들인다.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이 늘어나면서 동네 목욕탕 역시 천덕꾸러기다. 각종 휴게시설이 구비된 찜질방엔 젊은이들이 큰 대자로 누워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 어른들의 등을 밀어주던 동네 목욕탕 풍경도 사라진지 오래다. 교회도 갈수록 덩치가 커진다. 덩치 큰 교회에 나간다고 하나님이 더 넓은 가슴으로 받아드리지는 않을 터인 데, 신도들은 동네 작은 교회 앞을 지나 덩치 큰 교회로 발길을 돌린다. 거대한 공룡들이 불가사리처럼 작은 것들을 집어삼키는 약육강식의 법칙 앞에 작은 것이 아름답고 소중했던 삶의 가치도 구멍가게처럼 위기를 맞고 있다.

- <담배인삼신문 3월14일자> (2003.0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19 무엇이든 신나는 교회, 상식 깬 '세대별 전도집회' 화제 임성은 2003-03-22 845
2018 무엇이든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친 한국! 전쟁반대 2003-03-21 475
2017 무엇이든 미국, 그대들, 결국 이렇게 무너지는가? 전쟁반대 2003-03-21 566
2016 무엇이든 부시의 이라크 침략전쟁, 50문 50답 전쟁반대 2003-03-21 560
2015 무엇이든 한국, 일본, 필리핀이 총대를 맨 이유 전쟁반대 2003-03-21 780
2014 무엇이든 바보들아, 문제는 제 2의 한국전이야. 전쟁반대 2003-03-21 511
2013 무엇이든 [크리스쳔웹죤]여러분! 취업난 돌파하세요~*^^* 씨웹죤 2003-03-19 705
2012 무엇이든 방명록입니다 강세은 2003-03-19 585
2011 무엇이든 전쟁에 관한 새들백 교회 릭워랜 목사님의 서신. 다람쥐 2003-03-18 688
2010 무엇이든 [긴급기도요청] 전쟁 임박! 다람쥐 2003-03-18 556
200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3-03-18 973
2008 무엇이든 [속보] 부시, 노벨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다! 펀글 2003-03-18 634
2007 무엇이든 [칼럼니스트No.755]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이규섭 2003-03-18 1301
2006 무엇이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이규섭 2003-03-18 592
2005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정희 2003-03-17 922
2004 무엇이든 사랑하는 법 1811 2003-03-17 803
2003 무엇이든 교회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 1810 2003-03-17 864
2002 무엇이든 [방송0316] "평신도와의 대화...." 임성은 2003-03-17 600
2001 무엇이든 용서와 사랑 1809 2003-03-17 857
2000 무엇이든 일상적인 삶에서 주님을 만나게 하소서 1808 2003-03-17 833
1999 무엇이든 각자에게 맞는 헌신 1807 2003-03-17 669
1998 무엇이든 ♣어느날 갑자기 후세인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3] 하니 2003-03-17 794
1997 무엇이든 하늘같은 사랑 1806 2003-03-17 784
1996 무엇이든 ♣전도사님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하니 2003-03-17 598
1995 무엇이든 ♣오늘 편지를 보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 드네요 하니 2003-03-17 579
» 무엇이든 구멍가게 이규섭 2003-03-17 529
1993 무엇이든 아름다운 사람 1805 2003-03-17 878
1992 무엇이든 가장 무서운 병균은 절망 1804 2003-03-16 831
1991 무엇이든 내 마음 파란 빛 하늘이 되어..^^*.. 1803 2003-03-16 862
1990 무엇이든 봄이 오는 소리 1802 2003-03-16 1179
1989 무엇이든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1801 2003-03-16 935
1988 무엇이든 그냥 믿기만 해라 1800 2003-03-16 743
1987 무엇이든 작은돌의일생 1799 2003-03-16 787
1986 무엇이든 내 그리운 사람 1794 2003-03-15 812
1985 무엇이든 누가복음4:31-37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누가복음15 2003-03-15 1546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