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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門)에 대한 묵상

오충영............... 조회 수 966 추천 수 0 2004.03.25 23:17:12
.........
문이 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열려야 할 때 열리고, 닫고자 할 때 닫혀야 문인 것을.
그런데, 이 문은 이상하다.
겉모양은 분명히 문인데, 도대체 열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는다.

당겨야 열리는 문이었다.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야만 한다.
아무리 급해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열고 들어갈 수 있다.

문을 밀어서 여는 것과 당겨서 여는 것은 사뭇 다르다.
밀어도 열리는 문을
자기 쪽으로 당겨서 여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배려인 동시에 물러섬이다.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 한 걸음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한다.
한 발짝이면 될 것을 절대로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멀고 험한 길을 걸어서 문 앞까지 온 사람들 중에는
도무지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고집 때문이다.
그 고집을 인생을 통해서 배웠다고 생각하는 독선 때문이다.

밀어붙이는 것이 편하긴 하다.
누가 부러 문을 당겨서 열고 싶을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습관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배운 사람이 있을까?

바로 그 한 걸음을 물러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그래서 열고 싶지만 열 수 없는 답답함이,
그래서 타인을 향해 스스로를 활짝 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내게도 있다.

- 오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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