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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버스 정류장에서

염지선............... 조회 수 808 추천 수 0 2004.03.31 18:04:06
.........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또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운 이동.
햇빛이 뜨거운 한낮에,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옆에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아버지와 아이가 있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아이와 체구가 큰 아버지는 뭔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은 채였다.
아이는 크고 맑은 눈으로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열심히 말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대하듯 열심히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커다란 가방을 옆에 세워둔 채 ….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 한켠에 밀려들어왔다.
키가 작은 아이를 내려다보지 않고 아이만큼 몸을 숙여 마주 바라보는 아버지, 그들의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분명 행복한 부자간임을 알 수 있었다.
몸을 숙여, 마음을 숙여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 잊혀진, 아니 잃어버린 모습.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그 소중함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좀더 가까운, 좀더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진심으로 나를 낮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나를 만나주신 주님의 사랑이 새삼스레 묵상되었던 시간, 한낮의 버스정류장에서 더할 수 없는 행복과 감사를 선물로 받았다.

- 염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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