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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 자리

임형수............... 조회 수 1072 추천 수 0 2004.03.31 18: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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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교회 청년 자매의 이삿짐을 싣고 새로 이사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주소를 보며 가곤 있지만 초행길이라 낯설고 어디서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새집에 대한 얘기로 들떠 있는 두 자매가 열기가 느껴집니다. 청명한 하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풍경이 잘 어우러져 마음까지 가벼워졌습니다. 이때 좀더 가야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거리 이름이 바로 앞에 나타나 황급히 우측으로 운전대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
회전하자마자 철도 건널목이 나오고, 기차가 오는 것을 알리는 타종 소리와 빨간 경고등이 번쩍번쩍! 급히 우회전하느라 경고등도 보지 못했고 주변의 정경과 음악에 취해 급한 타종소리도 미처 듣질 못하고 가까이 가서야 상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하필 건널목 한가운데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오른쪽을 보니 저만치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 차 앞뒤로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오고, 타종소리는 더욱 시끄럽게 귓가를 때립니다. 위험을 감지한 기관사가 더 크게 기적을 울립니다. 차를 후진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기어를 후진에 놓고 액셀레이터를 힘있게 밟았는데 … 차는 '부웅' 소리만 날뿐 후진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어가 중립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찔함을 다시 느끼며, ‘주여!’를 수도 없이 되뇌며 기어를 전진으로 놓고 아슬아슬하게 차단기를 빠져나왔습니다. 내 인생에 얼마 되지 않는 절대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어느 때는 '이게 아닌데 …'하며 선 자리가 얼마나 위태롭고 힘겨운지 모릅니다. 앞뒤로 꽉 막힌 상황과 때로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위기감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 갈 수 없는 중립기어의 상태처럼 결코 얻을 수 없는 헛된 염려와 욕심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하나님이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지켜보시며 조정하시지요. 이 모든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자매의 정겨운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됩니다. 거울을 통해 그들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문득 그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지나치는 위험과 급박한 위기 속에서도 평안을 위한 땀을 흘리시고 지키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오늘 내가 선 자리가 그분이 원하시는 자리, 내가 서 있을 자리인지 조용히 주님께 여쭈어 봅니다.

- 임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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