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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기도회

이여림............... 조회 수 1317 추천 수 0 2004.03.31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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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마다 권사님들이 모여 기도회를 한다. 나도 권사는 아니지만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 언제부터인가 거기에 참석하게 되었다. 모이신 분들 모두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그분들과 거의 나이가 비슷하실 것이다. 친할머니의 얼굴은 아예 알지도 못하고 외할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나 외할머니에 대한 느낌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손자를 학수고대하시던 할머니께 나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으니까. ‘얼굴을 안 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지만 할머니에게는 꼭 아들이기를, 아니 아들이 아니면 안 되는 분위기에서 그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리고 태어난 딸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런 소리를 자주 들은 탓일까, 아니면 할머니와 같이 산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까.
할머니에 대한 애정은 고사하고 그리움이라든지 애틋함, 이런 감정이 나에겐 전혀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권사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그분들이 우리 할머니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은 나를 손녀딸처럼 여기시지 않는다. 오히려 사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들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 나를 의지하신다. 내가 기도회에 참석하면 권사님들은 그동안 부르고 싶었지만 당신들끼리만은 어려워서 부르지 못했던 찬송가를 부르자고 보채신다. 찬송가를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권사님들을 대할 때마다 그분들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마치 어린아이 같으시다. “사모님, 힘들게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어떡해요”하시며 수줍어하신다. 그런 부탁이 하나도 싫지 않고 고맙게만 여겨진다. 그분들이 부르는 찬송가의 음정은 나와 전혀 다르다. 박자도 자주 놓치신다. 하지만 열심히 따라하신다. 그 모습이 죄송스럽지만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기도실을 나올 때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권사님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자꾸 우리 할머니가 생각난다. 돌아가시기 전에 손 한번 따듯하게 꼬옥 잡아드리지 못했던 할머니 …. 오늘따라 유난히 할머니가 보고 싶다. 이제야 철이 나나 보다.
- 이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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