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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손가락 피아니스트

한숙희............... 조회 수 944 추천 수 0 2004.05.22 16:35:05
.........
초등학교 2학년인 명숙이가 우리 피아노 학원에 다닌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항상 레슨 시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피아노를 치는 주근깨가 귀여운 명숙이. 하루는 물었다. "명숙이는 피아노가 정말 좋은가 보구나. 나중에 피아니스트가 될 거니?" 명숙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요. 피아니스트는 제 동생이 될 거예요. 저는 그림이 더 좋은 걸요!" "그래? 동생이 몇 살인데?" "다섯 살이요."
"그럼, 우리 학원에 같이 다니지 그러니?" "정말요?"
명숙이는 그래도 되겠냐며 내게 몇 번씩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명숙이 동생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내가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어느 날, 명숙이는 대뜸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피아노는 꼭 다섯 손가락을 가진 사람만 칠 수 있나요?"
"응? 글쎄, 그건 왜 묻지?" "제 동생은 손가락이 여섯 개거든요. 그럼 다섯 손가락보다 훨씬 더 빨리 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동생이 피아노를 배울 수 없대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뭐라고 해야 하나 ….'
머뭇거리며 말을 못하고 있는데 명숙이는 벌써 결론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요, 제가 열심히 배운 다음에 동생에게 가르쳐 줄 거예요.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피아노를 빨리 치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거든요."
총총히 사라지는 명숙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여섯 손가락을 가진 피아니스트의 멋진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 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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