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새로운 수첩과 달력이 상큼한 냄새를 풍기며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새 달력과 수첩을 쓰기 시작하면 마치 새로운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그러면서 올 한 해 사용했던 수첩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정든 이처럼
쳐다보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펼쳐든다.
한 해 동안 전화 연락도 못한 친구나 친지의 이름을 보곤 나의 게으름과
무성의를 자책한다. 새해부턴 내가 먼저 부지런히 챙기리라 마음을 먹는다.
수첩 속에 이름이 올라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넨다.
‘한 해 동안 고마웠습니다’
‘용기를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친구야,새해엔 좀더 자주 얼굴 보자구나’
‘어르신,건강하세요’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덕담을 뿌리고 싶다.
그러나 그 속에 마음 편치 않은 사람,나에게 상처를 준 이름이 몇 있다.
내내 미움이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마음을 부대끼게 했던 그 사람에게도
한 해의 끝자락이 주는 여유를 보이며 ‘이제 다 용서했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용서가 건방진 말이라면 그냥 다 잊었노라고 씩 웃으며
역시 새해를 맞는 그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다.
새 달력을 벽에 걸며 슬며시 열두 달의 시간을 미리 훔쳐본다.
다가올 미지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길이가 평등하게 주어진다.
모두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보낸다.
희망의 싹이 앞으로 펼쳐질 열두 달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회한의 무게가 희망의 무게보다 클 때,
그 순간부터 인간은 늙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희망이 그저 희망으로 그치면 환상에 불과하겠지만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때
희망은 어느 틈에 실현된다.
유행어였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물리적인 나이를 넘어서 성취하고픈 조그만 소망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우리는 언제나 젊은 영혼일 수 있다.
해마다 다짐하기에 어쩌면 변주 내지 반복에 불과한 낡은 구호들이지만
‘건강을 위하여,사랑을 위하여,자기성장을 위하여,이웃을 위하여’
작은 실천을 꾸준히 행하리라 다짐해 본다.
계속 흐르는 시간에 인위적이나마 구획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아픔과 회한의 어두운 시간을 떠내려보내고 깨끗한 소망의 시간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있지 않은가.
오늘 저녁 지는 해에 묵은 시름들을 산 아래로 같이 묻어 버리고 나면,
내일 아침 금빛을 뿌리며 새로운 해가 밝아올 때
희망이 마음속 깊이 따스하게 번져가리라. 그 따스함으로 첫발을 디디자.
2005년이란 새로운 시간 속으로.
한쪽 방에서의 시간이 다 되어 문이 점점 닫히고 있다.
그러나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찬 다음 번 방이 기다리고 있다.
생은 계속되고,역시 살아볼 만한 것이다. 시간에도 인사를 건넨다.
안녕 2003년…. 안녕 2004년!
글쓴 이/ 오은주(소설가)
새 달력과 수첩을 쓰기 시작하면 마치 새로운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그러면서 올 한 해 사용했던 수첩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정든 이처럼
쳐다보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펼쳐든다.
한 해 동안 전화 연락도 못한 친구나 친지의 이름을 보곤 나의 게으름과
무성의를 자책한다. 새해부턴 내가 먼저 부지런히 챙기리라 마음을 먹는다.
수첩 속에 이름이 올라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넨다.
‘한 해 동안 고마웠습니다’
‘용기를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친구야,새해엔 좀더 자주 얼굴 보자구나’
‘어르신,건강하세요’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덕담을 뿌리고 싶다.
그러나 그 속에 마음 편치 않은 사람,나에게 상처를 준 이름이 몇 있다.
내내 미움이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마음을 부대끼게 했던 그 사람에게도
한 해의 끝자락이 주는 여유를 보이며 ‘이제 다 용서했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용서가 건방진 말이라면 그냥 다 잊었노라고 씩 웃으며
역시 새해를 맞는 그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다.
새 달력을 벽에 걸며 슬며시 열두 달의 시간을 미리 훔쳐본다.
다가올 미지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길이가 평등하게 주어진다.
모두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보낸다.
희망의 싹이 앞으로 펼쳐질 열두 달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회한의 무게가 희망의 무게보다 클 때,
그 순간부터 인간은 늙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희망이 그저 희망으로 그치면 환상에 불과하겠지만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때
희망은 어느 틈에 실현된다.
유행어였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물리적인 나이를 넘어서 성취하고픈 조그만 소망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우리는 언제나 젊은 영혼일 수 있다.
해마다 다짐하기에 어쩌면 변주 내지 반복에 불과한 낡은 구호들이지만
‘건강을 위하여,사랑을 위하여,자기성장을 위하여,이웃을 위하여’
작은 실천을 꾸준히 행하리라 다짐해 본다.
계속 흐르는 시간에 인위적이나마 구획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아픔과 회한의 어두운 시간을 떠내려보내고 깨끗한 소망의 시간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있지 않은가.
오늘 저녁 지는 해에 묵은 시름들을 산 아래로 같이 묻어 버리고 나면,
내일 아침 금빛을 뿌리며 새로운 해가 밝아올 때
희망이 마음속 깊이 따스하게 번져가리라. 그 따스함으로 첫발을 디디자.
2005년이란 새로운 시간 속으로.
한쪽 방에서의 시간이 다 되어 문이 점점 닫히고 있다.
그러나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찬 다음 번 방이 기다리고 있다.
생은 계속되고,역시 살아볼 만한 것이다. 시간에도 인사를 건넨다.
안녕 2003년…. 안녕 2004년!
글쓴 이/ 오은주(소설가)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