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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와 엄마

김용수............... 조회 수 1323 추천 수 0 2008.04.04 08:07:27
.........
나는 가끔 시간이 나면 라이브 콘서트를 보러 간다. 내가 좋아하고 노래도 잘하는 왁스의 콘서트를 예매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좌석도 콘서트 보기에는 좋은 자리이다. 다음날 회사에서 잔업을 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걸려온다.
엄마가 무릎이 아프셔서 내일 수원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퇴근하고 엄마 집으로 가는데 어제 예매한 왁스 콘서트가 생각이 난다. ‘취소할까? 엄마가 그때까지는 좋아지시겠지!’
집에 가보니 엄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편찮으셨다. 며칠 전보다 더 늙으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두어 시간 동안 엄마랑 이야기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집에 갈 때 왁스 콘서트를 생각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엄마는 17년 전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우리 두 형제를 지금까지 돌봐주고 계신다. 형은 형수님하고 오후부터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엄마도 공장에 다니시는데 퇴근하시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들을 봐주신다. 조그만 밭도 일구시고 교회도 열심히 나가신다. 시간이 나시면 늘 성경을 읽으신다. 새벽기도에 나가시기 때문에 잠도 별로 못 주무신다. 장사하는 형과 아직도 결혼 안 하고 혼자 나가서 사는 내 걱정까지, 하루도 마음 편히 쉬는 날이 없는 엄마다.
그런 엄마가 아프신데 잠시 딴 생각을 한 내가 한심해보인다.
‘쯧쯧, 언제나 철이 들는지….’
- 김용수, 경기도 오산시 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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