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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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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제 중학교를 졸업한다.
이제 두 달이 조금 지나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감사가 있다면
주님께서 나를 위해 오셨고,
구원해 주셨다는 것과
내게 두 아이를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아들이 어렸을 적에 참 유혹도 많았다.
내 아들과 같은 또래를 둔 엄마들에게서
"사모님,
이 과외 같이 시켜요.이 학원에 같이 보내요.
이거해요. 저거해요."
함께 무언가를 시키자는 제의도 참 많이 받았다.
그럴 때 마다 남편과 나는 웃으면서 침묵을 지키곤 했다.
내가 돈이 없어서 아이에게 투자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어릴 때는 노는 것이 남는거다 라고 이유를 댔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가난한 성도들 소외당하고
외면당한 성도들의 아이들을 생각해서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내 어린시절을 떠 올렸고
그 소외당했던 심정들을 떠 올렸다.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너무나 좋으신 분이셨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에는 누구 못지않은 열심을 갖고 계셨다.
당연 같은 또래로 자라고 있던 나는 그 모든 일들에
얼마나 부러운 눈을 가지고 보아야 했던가.
그래서 나는 자라면서 목사님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다.
그리고 결심을 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열심을 내고
투자함으로 인해 상처받는 성도들은 없게 하겠다고.
그래서 큰 아이 초등학교 6년동안은 물론,
중학교 입학할 때도 보습학원 하나 보내지 않았다.
남편이 큰 교회의 부목사님으로 있고
나 역시 교단에서 공과책에 나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학원하나 보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살림은 절대 아니었기에
주변 분들은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셨다.
특히 시 어머님은 전화만 하시면
아이들 학원에도 보내고 과외도 시키라고 성화를 내시곤 하셨다.
요즘에 너 같이 아이들 키우는 엄마가 어디있냐고
하다못해 친정동생은
"언니는 계모같애" 라고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해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특히 교회 집사님 중에 아들하고 친한 친구의 엄마가 계셨는데
그 분만 만나면 기가 죽곤 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하나 빠지는게 없다면서
중학교 입학할 때 쯤 엔 뭐든지 너무 잘해서
어떤 방향으로 진로를 정해야할지 고민이라고 까지 하셨다.
그런데 왜 그렇게 성도의 자녀들은 공부를 잘하는지.
이야기 해보면 못 하는 아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내 아이들을 보면
너무 밝고 예쁘고 건강한데
그래서 행복한데
성적표만 받아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싶었다.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우리는 아들과 전쟁을 치루어야 했다.
이제 중 3도 되었으니
학원이래도 가야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학원에서 보내야 하냐고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참 많이도 힘이 들었다.
마침 딸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하게 되어서
네 동생도 보낼테니 같이 데리고 다니라고
큰 전쟁을 여러번 치룬 후에
아이들 학원을 보내게 되었다.
사실 공부도 목적이 있었지만
방학동안 덩치 큰 녀석 빈둥데는 것을 보기가 힘들어서도 있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중 3이 되어서 첫 성적표을 받아왔을 때
성적이 올랐다고 저는 너무 좋아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데 엄마인 나는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그 때 내 마음에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주님, 제가 정말 잘한 짓일까요?
주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돈이 없어서 아이들 안 가르친 것도 아니고
목회자의 마음으로 없는 성도들 생각해서 그렇게 했는데
주님, 저 후회하지 않게 해주세요.
제가 내렸던 결정이 잘했던 일이라고 주님 말씀 해주세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싸인을 보내셨다.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소질을 보였었다.
초등학교시절 특별히 영어학원에 다닌것도 아니고
특별히 따로 교육을 받은 것도 없는데
눈높이란 학습지를 싸우면서 한 2년 하고 났는데
-버린 것은 반도 더 되었고-
어느 날 보니 거리에 있는 영어들을 줄 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영어성적이 좋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영어경시대회 대표로 뽑혔다는 것이었다.
물론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그까짓 경시 대회 한번 가지고 뭘 그러냐고 그러겠지만
나는 그것을 하나님의 싸인으로 받았다.
"얘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네 아들은 내 아들이야. 책임질게"
하는 음성으로 말이다.
그러나 대회에는 나가지 않았다.
주일날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남편은
선교여행겸 영어에 대한 경험도 좀 더 하라고
나와 두 아이들을 필리핀에 보내주었다.
필리핀에서도 아들은 내게 큰 힘이 되주었다.
며칠 전 구역장으로 일하시던 집사님이 정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씀을 해주셨다.
"사모님, 정말 민구는 은혜네요.
하나님 은혜라고 밖에 설명이 안돼요.
그래서 우리 구역의 어려운 식구들이
아이들 때문에 걱정을 하다가
민구 때문에 위로를 받았어요" 하신다.
나는 어려운 성도들에게 이야기 하곤 한다.
그것은 물론 내 자신에게도 하는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공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임받냐가 더 중요하다"고
"내가 노력하면 노력한 것 만큼은 얻겠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부어주시면
자신이 노력한 것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을 얻을 것이라고
양치기 소년 다윗을 왕으로 삼으신 이가
우리 주님이 아니신가요?"
하고.
이제 중학교 3학년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방과 후 매일 마다
만화책을 한 보따리 품에 안고 들어오는 녀석보고
"가끔 성경도 읽어라" 한다.
그러면 아들은 대답한다.
"제가 신앙생활 잘 하고 있으니 엄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저는 잘 될거에요."
이제 긴 방학이 앞으로 두 달 인데~
또 어떤 전쟁을 치루어야하나...
하지만 난 안다.
아빠가 준 스킨을 발랐더니
여드름이 너무 나서 얼굴이 아파죽겠다고 불평하는 녀석이지만
그 아들이 내 사랑하는 주님의 품안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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