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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로 마음을 훔치는 큰 도둑

마중물............... 조회 수 1377 추천 수 0 2004.07.13 10: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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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 책벌레 177호 | 투모로우 *

 글로 마음을 훔치는 큰 도둑, 이청준

이청준의 인생/ 이청준 지음/ 한향란 사진/ 열림원
아름다운 흉터/ 이청준 지음/ 정정엽 그림/ 열림원

이청준의 고향에서는 밤길에 마주 오는 길손끼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마디 해준다고 한다. “소리치면 들릴 만한 거리에 다른 사람이 가고 있소.”한치 앞이 두려운 칠흑 같은 밤을 홀로 걷는 나그네에게는 몇 십, 몇 백 걸음 앞에 동행자가 있다는 믿음만큼 든든한 게 없다.

진짜로 앞서 걷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유명한 만큼 대중적 인기는 없었던” 이청준 문학은 깜깜한 현실 속을 걷고 있는 깨어있는 독자들에게는 그러한 든든함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채우는 소설가 이청준이 불혹에 이른 문학 인생을 음미하며 두 권의 산문집을 냈다. 매혹적인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진 이번 책들은 어쩌면 앞으로 쓰게 될 기다란 자서전의 앞토막과 꽁지 부분일 것이다. 유년시절과 고향 이야기가 엮인 ‘아름다운…’이 앞토막이라면, 삶의 여정에서 중요 대목을 짚고 세상 풍물의 표정을 들여다본 ‘이청준…’은 꽁지쯤이다.

예수가 비유로만 말씀하신 시인이었다면 이청준은 자서전마저 일화로만 쓰는 천생 이야기꾼이다. 가까이에서 본 이청준은 능청스럽고 까다로운 신사다. 상체를 약간씩 흔들거나 슬쩍 안경테를 만지면서 자분자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는 분은 아시고 모르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이청준의 글맛은 ‘자분자분’에 들어 있다. 그래도 결국 이청준의 독자들은 가엾다. 그가 글로 마음을 훔치는 큰도둑이기에 독자는 당하면서도 당하는 줄도 모른다. 은은한 글향기에 취하면 도리가 없다.

이청준은 이번 책을 내면서 세상을 용서한다. 그와 오래 사귄 사람들은 그것이 이청준이 세상을 휘어잡는 방책이라는 것을 안다. 책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축조한 수십가지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세상을 밀쳐내듯 품고, 노려보면서 감싸 안는다.

가령 대표 장편 ‘당신들의 천국’을 쓰고 평생 ‘소록도 신사’가 된 이청준은 소록도를 격리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을 용서한다. 그곳에는 스러져 간 사람의 얼굴을 담은 듯 참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기 때문이다.

그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아 평생을 소록도에서 봉사해온 한 여성이 이청준에게 따진다. “선생님이 제 젊음을 빼앗아 갔으니 어떻게 책임지실래요?” 작가에게는 이만저만 큰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글 쓰는 이의 두려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약사 출신인 그녀를 몇 번 만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보려는 노력도 했으나 영 개운한 것은 아니었다. 그렁저렁 30년이 흐른 어느해 늦가을 문득 소록도를 찾으니 그녀는 에티오피아 난민촌으로 귀환의 기약도 없이 의료봉사를 떠나고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겼음직한 한마디가 심금을 흔든다. “이 섬만 해도 제 삶이 꽃 피기에는 너무 호사스러운 땅인 것 같아서요.”

독자는 이청준의 소설보다 오히려 이청준의 체험 이야기를 들을 때 그의 진한 글냄새를 맡는다. 본인도 어깨에 힘을 빼고 쓰는 글이어서 편안하고, 독자도 방바닥을 뒹굴며 읽을 수 있다. 다만 눈알이 뻑뻑해지는 감동이 밀려오더라도 그의 책임은 아니다. 소설가가 쓴 실화(實話)일 뿐이니까, 라고만 해둔다.

게다가 이청준은 음란하기까지 하다. 이 무슨 책임 못질 해괴한 소리냐 하겠지만, “문학과 예술은 대개 성과 성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고, 좋은 작품이란 성욕망의 순화와 해방의 과정에서 얻게 된 산물”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다 보니 이청준의 글에는 깊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거슬러 오르며 성욕망을 간지럽히는 천연덕스러움이 있다. 엊그제 소개했지만 프랑스의 젊은 소설가 아멜리 노통이 쓴 ‘살인자의 건강법’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83)가 이렇게 말한다. “작가는 음란해야 하오.”

이청준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깨진 유물 한 점을 소개하면서 “깨어진 것이 완형(完形)”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 또한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도굴꾼조차 버리고 간 토기는 사실은 신라 시대에 죽은 사람의 무덤에 함께 넣어준 부장물의 하나로 원래부터 깨서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물건을 구별짓는 방법이었다. 깨어진 것이 그릇 원래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이청준의 글은, 개인의 삶도 인류의 역사도 상처와, 상처의 내력으로 이루어져 간다는, 따지고 보면 상처가 완형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작고 범박한 이야기 한토막을 꺼내면서 두툼한 철학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건네는 솜씨가 이청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청준에게 여간해선 들키지 않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일화도 아닌 것을 마치 일화처럼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어색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는 ‘일화스럽게(episodically)’ 말한다. 큰도둑은 그런 글사기(?)로 독자를 사로잡는 것인지 언젠가 한번 물어볼 참이다. 타고난 이야기꾼(born to be a teller)이 못 되는 보통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솜씨다.

둘째 비밀은 얘기의 굽이를 넘어갈 적마다 독자의 관심을 혹독하게 잡아채는 기술이다. 마치 “앞으로 나올 얘기에 비하면 지금까지 당신들이 들은 얘기는 얘기 축에도 못 끼지요”라는 식이다. 지금까지도 재미 있었던 독자는 이 대목에서 얘기꾼의 무릎에 더 바싹 다가앉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예컨대 ‘노인의 침묵’ 같은 글을 보시길).

또 하나, 이청준의 에피소드는 하루 동안에 일어나거나 몇 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짧으면 몇 년, 길면 수삼십년을 훌쩍 건너 뛰는 호흡을 보여준다. 앞서 ‘소록도의 꽃’ 이야기도 그렇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소철분 이야기’도 십여년을 진행한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주례 선생님 댁으로 인사를 갔던 가난한 이청준 부부는 값싸고 못생긴 소철분을 하나 샀다. 이걸 받아든 주례 선생님이 소철을 잘 키워주겠다고 다짐 말씀을 주셨으나 새내기 부부는 말치레쯤으로 여기고 까마득히 잊는다.

그리고 십여년이 흐른 어느 해 첫 아이를 안고 세배를 갔다가 선생님의 거실에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소철을 발견하고는 그 앞에 서서 얼어붙어 버린다. 선생님의 말씀을 가벼이 여긴 자신들의 젊은 어리석음이 못내 부끄러웠을 것이고, 벼락같이 엄습한 감사의 마음이 파동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피소드란 고대 그리스에서 합창대의 노래와 노래 사이에 들어가는 대화를 뜻했다. 이청준의 에피소드도 읽고 나면 그 앞뒤로 거대한 인생의 합창이 들린다. 진짜다.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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