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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제126호: 생강 밭

김재성............... 조회 수 1654 추천 수 0 2004.11.10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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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 2004 년 10월 22일 발행 (부정기 발행)발행처: 민들레성서마을    발행 및 편집인: 김재성  

생강 밭   정마리아/ 농부

생강을 떠올리면 제가 행복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강의 독특한 향기와 댓잎을 닮은 생강 잎의 수려함도 있지만, 생강을 떠올리면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생강 빵과 갓 구운 생강 빵을 얻어먹기 위해 시인의 식탁으로 모이는 동네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먼저 영상처럼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강과 생강 빵에 대한 행복한 추억에 잠기에 된 것은 우연히 읽게 된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시인에 대한 글을 읽고부터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결혼한 적도 없었고, 고향을 떠나 본 적도 없었으며, 생애 마지막 25년 동안은 아예 자기 집을 벗어나지도 않았다지요. 그러나 그녀는 예리한 자연 관찰자였고 능숙한 정원사였으며, 일생 동안 시를 썼다고 합니다. 그녀는 살아생전 단 한편의 시를 발표 했을 뿐이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녀의 방 벚나무 책상에서 1800편이나 되는 시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에밀리는 아이들을 몹시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에밀리가 일하는 동안 동네 아이들이 집 주위로 몰려들면 에밀리는 2층 창문을 통해 종종 생강 빵이 가득 든 빵 바구니를 줄에 매달아 내려주곤 했다는군요. 갓 구운 생강 빵을 받아들고 즐거워했을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기뻐했을 시인을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죠. 사람들은 그녀의 미소와 기쁨으로 충만했던 눈동자를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에밀리를 만난 적은 없지만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했을 것 같은 그녀가 참 부러웠습니다. 적어도 그녀는 지금을 충실하고 충만하게 살 줄 아는 행복한 시인 같았으니까요. 고향은 아니지만 시골서 살고 있는 저는 금방 에밀리를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친구처럼 동지처럼……. 그래서 생강 밭에 갈 때는 늘 생강 밭의 향기와 함께 에밀리의 행복한 향기도 함께 떠올립니다.

그러나 생강 밭의 현실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차라리 참담하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습니다. 종자에서부터 옮아온 병이 결국 온 밭에 퍼져 수확할 것이 별로 없게 되었으니까요. 생강을 수확할 때까지 열 번 정도 풀을 매 주어야 하는데 텅 빈 생강 밭에 풀은 어찌 그리도 잘 자라는지, 생강 잘 자라라고 듬뿍 넣었던 퇴비는 결국 풀들의 잔치가 되었습니다. 가을비는 애꿎게 질척대고 일손이 달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방방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즈음, 생강 밭은 아예 풀밭이 되어 버렸네요.

그러나 생강 밭처럼 마음까지 엉망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죠.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무엇을 먼저 할까? 우선순위를 정할 때 항상 마음이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것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만사 팽개치고 산보를 간다든지, 노을이 번지는 황금 들판을 달린다든지, 장날 장 구경을 간다든지, 차를 마신다든지, 책을 한 줄 읽는다든지, 가만 앉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긴다든지……. 덕분에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고 살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평화롭게 행복했습니다.

어느 겨울날 에밀리는 건너편 집에 사는 부인에게 자기 집에 와서 피아노를 좀 연주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대요. 부인을 따라온 아이는 그때 처음 에밀리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엄마가 연주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계단에 앉아 있는 에밀리에게 백합 알뿌리를 두 알 선물하였답니다.

“땅에 심으면 백합으로 변할 거예요.”

에밀리 역시 종이에 시를 적어 아이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자, 이걸 숨겨두렴. 아마 머지않아 둘 다 꽃이 필거야.”

에밀리가 소녀에게 준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하는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한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간에
천사들은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애정을 기울여라. 에밀리”

생강 밭에도 천사가 찾아왔습니다. “열무 솎아가세요.” 우연히 던진 한마디에 서울에서 중년 아줌마들이 아홉 분이나 달려 오셨습니다. 그날도 가을비가 소낙비 되어 오던 날이었는데요. 생강 밭을 보시더니 아줌마들은 금방 생강 밭으로 대들었습니다. “얼마나 일손이 달렸으면 이렇겠나!” 안타까워하시면서 질척거리는 밭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연신 감사하다고들 하십니다. 비가 잠시 멈춰 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꼭 필요한 데 와서 봉사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노동의 힘 듬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아주머니들의 감사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처음에는 감사! 감사! 하는 것이 어색하더니 어떤 상황이든지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것도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하겠어요. 아무튼 매사에 감사를 가르쳐준 아줌마들은 점심때가 지나도록 생강 밭을 나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비는 오고, 혼자 이 밭을 어떻게 맬거나 싶으니 마음이 아프시답니다. 결국 아주머니들은 생강 밭을 다 매신 후 허리를 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생강 밭을 다 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오신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들은 찬도 없는 늦은 점심을 아주 달게 잡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아마 제가 너무 목구멍까지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사니까 천사가 잠깐 왔다 갔나 봅니다. 그 뒷날 아침에 일어나니 손이 뻑뻑하고 어깨와 허리가 아프더군요. 서울로 올라간 천사 아줌마들도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아줌마들은 어제 일을 떠올리시며 또 감사하다고 했겠죠. “몸은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하루였다!”

저는 요즘 견유학파에 대한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디오게네스를 비웃는다고 말하자, 그는 “사람들이 (너무 크게) 비웃는다고 해서 내 말이 안 들리게 만들지는 못 한다”고 했다 합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어찌하여 동상에게 구걸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거절당하는 훈련을 받기 위하여 그렇게 하지!”라고 말했다 합니다.

아무튼 저는 또 이렇게 생강 밭을 통하여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가르침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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