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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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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과 부끄러움

무엇이든 1581 ............... 조회 수 753 추천 수 0 2003.02.16 22:45:00
.........


해외연수단(海外硏修團)은 영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 28번 게이트
탑승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실로 모여들었다.
대부분 한국인이었지만 서구인도 꽤 있었다.

 대개의 서구인들은 남녀를 불문(不問)하고 대기시간에 책을 펴들고 느긋이
책을 읽고 있다. 그것도 책의 부피가 한 5∼6백 페이지나 될 듯한
두툼한 책을 겂없이 읽고 있다.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에 빠져있다.
그 두꺼운 책의 부피와 독서 습관이 나를 놀라게 한다.

 나도 긴 비행시간에 책을 읽기 위하여 얄팍하고 가벼운 책 세 권을 준비해 왔다.
가벼운 소설책 1권, 계간지(季刊誌) 1권과 공항 서점에서 산
우리나라 야생초(野生草)에 관한 산문집 1권이다.

 기내에서도 그들은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노랑머리 외국인 젊은이는 겁나게 두툼한 책을 읽고 있다.
그것도 옆에다 두꺼운 영영사전(英英辭典)을 놓고 부지런히 찾으며 책을 읽고 있다.

 공항대기실, 비행기 기내, 어디를 가도 여유 시간에 책을 읽는 서구인들이
참으로 많은 편이다. 그들은 책이 없으면 신문이라도 열심히 읽는다.
그에 비하여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별로였다.

 내놓으라 하는 명품점(名品店)에는 한국인들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수백만 원어치나 되는 버버리 명품들을 한 가족이 한 아름씩 껴안는 것을 보면
우리의 국력신장을 실감케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 것이 진정한 국력일까하는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다.
정작 명품의 나라에는 그들의 명품을 사용하는 자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유럽에 가서 느낀 그들의 문화적 여유로움의 첫 번째 부러움이었다.

 영국에서 해저터널을 통하는 유로스타 기차로 불란서에 도착했다.
호텔 객실 사용에 대해서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의 말이 가관이었다.
"호텔 객실의 미니바(미니냉장고)는 잠겨있으니 사용하려면
프런트에 연락하고서 사용하세요."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들이 미니바의 물건을 먹고서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호텔 측에서는 한국인이 투숙하면 미니바를 잠가 논다는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호텔 객실의 미니냉장고에 있는 생수, 맥주, 음료수 등을
자유롭게 먹고서 체크아웃할 때 계산하고 나가야 한다.
객실의 미니냉장고를 확인하니 꽁꽁 잠겨 있었다.
물 한 모금, 음료수 한 병 자유롭게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어디에서든지 물을 일일이 사먹어야 한다.
심지어 음식점에 가서도 물을 따로 사먹어야 한다.
한국 음식점처럼 당연히 물이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유럽 나라의 물에는 석회가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그대로 마실 수 없다.

 오기가 나서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건너 24시간 편의점에서
찝질한 미네랄워터를 사다 먹었다.
 참으로 그 소리를 들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번 여행에서 느끼는 첫 번째 부끄러움이었다.

 여행의 참된 목적은 그들 나라의 풍경, 문화재, 명품만 보러온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 이뤄놓은 문화의 본질 등 모든 것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이뤄 놓은 압축경제 성장에 의한 천민적 자본주의는 이렇게
외국에서 벌거숭이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신적인 성장은 압축하거나 건너 뛸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인간의 가치는 물질과 그 소유만에 있다는
저품격가치 인식이 팽배해 있다.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인간의 가치는 그 사람의 소유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있다." 라고 하고,
서울대 정옥자 교수는 "품격은 돈과 지식이 많은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예절을 몸에 익히는 데서 나온다." 라고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잘 살아도 아무 나라나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고품격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입국할 때, 내가 탄 이태리발 비행기 승객은 인천 세관에서 전부 가방을 여는
검사를 받았다. 개중에는 명품 가방, 옷, 구두 등을 들고, 입고,
차고, 신고, 쓰고 하면서 들어와서 그런가 보다.
하기야 불란서,이태리, 스위스, 영국은 명품의 나라가 아닌가?

 우리들의 겉명품은 아주 화려하다.
영국의 버버리숍에는 한국인들이 득시글득시글한다.
층마다 한국이 직원 서너 명이 겉명품 만들기에 구색(具色)을 부츠기고 있다.

 정작, 명품의 나라 영국, 불란서, 이태리 사람들은 그들의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를 않았다.
그저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모습들로 다닌다.

 그들은 창조력과 장인정신으로 이룬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세계로 접목시키고 있다.
그 밑의 저력에는 그들의 끊임없는 독서력도 한 몫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속명품일 것이다.

 우리들은 속명품이 속빈 강정이 아닌가 한다.
겉궁합보다 속궁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우리들에게도 있지 않은가?

    <정영인 /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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