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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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025추천 수 02004.03.14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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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처럼 약한 당신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일까요.
경제? 정치? 교육? 아니면 환경의 문제?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학문의 목표도 결국 인간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칸트는 이 답을 얻기 위해 네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이렇게 순수이성과 실천적인 윤리에 관해서
그리고 종교에 관해 질문하다가 다시
네 번째에는 본질로 돌아갑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말 사람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바이블에서도 이 문제가 의문이었는지 이렇게 질문합니다.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
물론 사람에 대해서는 흙으로 호흡으로
또 이슬과 나그네로 그리고 상한 갈대와
꺼져 가는 등불 등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유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약하다는 것'과 '허무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생이 '갈대'라는 비유는
약한 인생을 잘 대변해 주면서도 그 약함 속에는
또 다른 능력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갈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여자의 마음'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여자의 변덕을 두고 한 말이겠죠.
그러나 그렇게 변덕으로 따진다면
남자는 갈대 위에 앉은 메뚜기정도쯤 될 것입니다.
그것은 변덕이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기보다는
약한 자가 갖는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니까요.
대체로 변덕이 심하다는 사람을 살펴보면,
성급하고 단순한 기분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변화파요,
반면에 꼼꼼하고 외로움에 잘 빠지면서
정(情)에 약한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어쩜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기 때문에
아니 그만큼 상대를 믿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변덕쟁이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든 부모님과
조물주는 우리보다 더 심한 변덕쟁이들입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약(弱)해서 변덕이 심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기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자
자신의 약속(約束)을 번복하고 또 번복하십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만약 신(神)이 자신이 말 한대로 세상을 통치한다면
그 앞에 서 있을 자가 누가 있을까...
그들은 우리의 변덕 때문에 언제나 가슴을 졸이시지만
누구보다도 우리의 변덕을 이해하시기에
탓하지 않으시고 하루 속히 변덕에서 벗어나
당신의 의(義)의 길로 갈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또한 갈대의 두 번째 특징은 연약함에 있습니다.
지난주에 영동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이 너무나 심해 다리 위에서 차들이 멈춰 버렸습니다.
그 때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이렇게나 미약한데...'
어쩜 조물주는 인간을 일부러 약하게 만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약하다는 그것이 바로 강한 것임을 알 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세상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당신께서는 갈대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택하시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진정 약한 자는 그 약함을 알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더 겸손하게 살아가기에 자신의 약함은
오히려 그에게 지혜가 되어
스스로 지혜롭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세상은 정글보다 더 치열합니다.
저도 강한 자를 볼 때마다 초라함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땐 자신의 그러한 약한 모습을 안 보이려고
굉장히 화가 난 것처럼 오버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이 날 부른 것은
아니 그(HIM)가 날 부른 것은,
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갈대처럼 약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해서 자신의 약함을 알기에 불렀음에도
저는 어리석게도 더 강한 모습만 보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당신께서는
이렇게 약하고 변덕이 심한 갈대 같은 인생들을
택하시어 사용하시길 기뻐하십니다.
실제로 그리스시대에는 갈대의 마디를
길이를 재는 척도(尺度)로 사용하였습니다.
'연약한 사람이 세상의 척도가 된다'
이것은 분명 억지 역설(逆說)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모든 것을 구비한 자가 성공했다면 사람들은
'그가 성공한 것은 당연한 일이야'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각장애인이 서울대를 합격하니까
'약한 그가 어떻게 그런 일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렇게 약하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갈대와 같이 연약하다는 진짜 의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잔 꾀부리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모습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상 속에서도
새로운 척도(尺度)가 되는 것입니다.
갈대같이 약한 자...
그들은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교훈(敎訓)이 되며
사람들에게 표준(標準)이 되며
오늘도 사람들에게 진리(眞理)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갈대는 약하지만
땅을 청정(淸淨)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이 땅은 너무나 오염되어있습니다.
스스로 힘이 있다고 여기는 자들은
사람을 더럽히고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대처럼 변함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경포호수에 있는 갈대도 평상시에는
사진 찍을 때 장식품으로 쓰는 도구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갈대가 있기에 경포호수는 그런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가 있는 것입니다.
비록 갈대처럼 약하나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그들 때문에
세상은 더 이상 오염되지 않고
신선한 영혼의 공기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2004년 3월 14일에 강릉에서 피러한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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