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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2008년) 동화 당선작 -까치집 아이들 / 박방희
까치집 아이들
까치들만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사는 게 아니다. 사람들도 건물 꼭대기나 옥상에 까치집 같은 집을 짓고 산다. 까치집이라고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쩌면 땅 속 두더지 방인 지하방보다 낫다. 하늘 가까이 있는 집이니까.
은희네도 까치집에 살았다. 낡은 5층 건물 옥상 한 구석에 고약처럼 붙은 집이다. 밑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건너편 언덕, 미루나무 위 진짜 까치집에서는 잘 보였다. 까치 살림처럼 가난했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간이 싱크대에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식기, 냉장고, 서랍장, 귀퉁이가 깨진 텔레비전, 헐값에 사들여 돌릴 때마다 덜덜거리는 세탁기······.
그들은 일 년 전, 빌딩 옥탑에 까치처럼 둥지를 틀었다. 전망은 좋고 하늘과도 가깝고 햇빛도 밝았다. 그러나 늘 아슬아슬했다. 까치집처럼 바람에 흔들려서가 아니다.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 때문이었다. 벼랑 위에 집 짓고 사는 느낌이라면 딱 맞을 것이다.
은희네 식구는 넷이다. 네 살 난 은희와 곧 두 살이 되는 지웅이, 그리고 엄마, 아빠. 은희 아빠는 얼마 전 공사장에서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다. 얼마간 저축한 돈이 있었으나 그 돈은 헐어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은희 엄마가 남의 집 아이를 돌봐주고 집안일도 해주는 가사 도우미로 나섰다.
오늘도 은희 엄마는 남의 집 아이를 돌봐주러 갔다. 자신의 어린것들은 옥상의 까치집에 두고.
엄마는 어린 남매를 집에 두고 일하러 갈 때마다 늘 근심을 묻혀 나갔다. 아이들은 천사나 새처럼 날개가 없으니, 누가 돌보지 않으면 언제든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하느님은 왜 아이들에게 날개를 주지 않으셨을까? 아이들에게야말로 새나 병아리처럼 작은 날갯죽지가 필요한데.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이 햇살 좋은 날, 옥상에라도 내놓아 뛰놀게 할 수 있을 텐데. 날개만 있다면 위험에 쳐했을 때 작은 날개라도 펄럭거리면 무사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건 인간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고 바랄 수 없는 소망이었다. 은희 엄마는 아이들을 방안에 가둬놓고 바깥에서 자물쇠를 채워야만 했다.
“그래, 얘들아, 답답하겠지만 조금만 참아라. 아버지만 퇴원하고 나면 엄 마는 너희들과 놀아줄 수 있단다. 은희야, 동생 잘 봐라. 엄마 일하고 오 늘은 일찍 들어올게.”
제비 새끼처럼 검은 눈망울을 또록또록 굴리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말하곤 일을 나갔다. 그런데, 그런데·······
까치집에 남은 아이들은 엄마 없이 하루 종일 심심했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소꿉놀이나 손장난뿐이다.
집에는 성냥이 없었다. 아이들이 불장난이라도 할까봐 엄마는 성냥이나 라이터 같은 것은 아예 집에 들이지를 않았다. 그러나 다른 집처럼 하나 숨겨둔 게 있었다. 전깃불이 나갈 때나, 가스레인지 불이 안 켜질 때가 종종 있으니까. 은희는 그걸 안다. 엄마 아빠가 성냥불을 켜고는 그 성냥을 어딘가 숨기는 걸 본 것이다.
한 달 전쯤인가, 은희는 지웅이를 재워 놓고 혼자 불장난을 했다. 전깃불을 켜는 대신 성냥을 그어 발갛게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에서 돌아온 엄마한테 들켜 야단을 맞기는 했지만.
그런데 오늘은 지웅이 생일, 성냥 켤 일이 있었다.
점심때였다. 회사에 다니는 이모가 지웅이 생일 케이크를 사들고 와서 엄마 없는 조카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해주었다.
양초 세 개를 꽂고 기다란 막대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불이 발갛게 타오르자, 이모와 은희가 생일 노래를 불렀다. 지웅이가 후, 입김으로 양초의 불을 끌 때 박수도 쳤다. 케이크는 반만 먹었다.
이모가 따고 들어온 자물쇠를 다시 채우며 말했다.
“얘들아, 갑갑해도 방안에서만 놀아. 지웅이 생일이라고 엄마도 일찍 집 에 온댔으니 조금만 참으면 돼. 알겠지?”
이모가 회사로 돌아가고 난 뒤 아이들은 남은 케이크로 다시 생일잔치를 벌였다. 이모가 버린 양초를 은희가 쓰레기통에서 주워왔다. 성냥은 없었다. 혹시나 하여 이모가 떼어갔다. 그러나 집안 어딘가 성냥이 있다는 걸 은희는 안다. 탐정놀이를 한 끝에 은희가 성냥을 찾아냈다.
타다 남은 양초 세 개를 꽂았다.
성냥을 그어 촛불을 켰다.
짝짝짝 박수를 쳤다.
발갛게 타오르는 불꽃이 고와 아이들은 촛불을 끄지 않았다.
남은 케이크를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졸음이 밀려왔다.
은희와 지웅이는 쓰러져 잠이 들었다.
불이 어떻게 옮겨 붙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옥탑 까치집에 불이 났고 연기가 솟구쳐 올랐고 방안에 아이들이 갇혔다.
은희와 지웅이는 연기와 불을 피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창문이 열려 있었지만, 연기는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방안을 구석구석 꽉 채운 뒤에야 조금씩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갔다.
울부짖던 은희가 지웅이를 감싸 안고 문을 두드리다가 발로 차다가 몸으로 부딪치며 문을 열려고 애썼다. 문은 삐거덕거리기만 했지 열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둘 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이들의 비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하느님만이 하늘로 솟구치는 그 비명을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큰불도 아니었다. 누가 보았다면 그냥 밥 짓는 연기거나 나무 때는 연기인 줄 알았을 거다. 나중에 불이라는 걸 알 만큼 연기가 솟을 때는 이미 방안은 불길에 휩싸인 뒤였다. 오직 하느님만이 하늘로 솟는 한 줄기 불길과 연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건물 옥상에서 일어난 불은 다른 집에는 위험하지도 않았다. 까치들만 동네 골목 위로, 지붕 위로 날아다니며 크게 울었다. 그러나 아무도 까치가 시끄럽게 우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연기가 무슨 신호처럼 하늘로 올라갔다. 아마 하느님한테 살려달라는 구조요청이었을 것이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꼭대기 집이니까. 어쩌면 하느님이 지켜주어야 할 집이고 하느님이 엄마 대신 돌봐줘야 할 아이들이니까!
하느님은 이 구조요청을 보았고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하느님도 위급한 상황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우선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모두들 바빴다. 아이들 엄마는 너무 먼 곳에 가 있었다. 골목에 사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눈길을 옥탑 방으로 돌리게 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곳에 사람이 사는지도 잘 몰랐으니까.
하느님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불은 그만 까치집을 삼키고 말았다.
시커먼 연기가 뭉텅뭉텅 솟구쳐 올랐다.
그때 고물장수 아저씨가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 하느님이 그에게 눈을 하늘로 돌리게 했다. 바닥만 보고 다니던 고물장수 아저씨가 눈을 들자, 건물 옥상에서 치솟는 연기를 보았다. 아저씨는 불이 난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끌고 다니는 수레를 길가에 세워놓고 은희네 집 쪽으로 뛰어왔다. 몇 달 전 은희네 집에 헌 세탁기 한 대를 올려다준 적이 있었다. 불이 난 것을 확인한 아저씨가 급하게 119에 신고했다. 그리고 골목에 대고 외쳤다.
“불이야! 옥상에 불났다!”
사람들이 하나 둘 골목으로 뛰어나왔다.
“에구, 옥상에 웬 연기야!”
“뭘 태우나?”
“아니, 저 위에 애들과 젊은 엄마가 사는데.”
“맞아요, 우리 가게에 라면 사러 몇 번 왔던데.”
“이를 어쩌나! 아무도 없었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발을 굴렀으나 아무도 불 끄러 가지는 않았다. 모두들 소방차 오기만을 기다렸다. 고물장수 아저씨만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연기가 잦아질 무렵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왔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고무호스를 끌고 계단으로 올라가고, 소방차에서 뽑은 사다리가 옥상까지 올라가 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이 늦은 다음이었다.
세탁소 할머니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골목 끝자락에 있는 교회 목사 부인도, 나중에 은희 엄마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웅성거리고 뒤이어 불자동차가 달려오고 고물장수 아저씨가 한 발 앞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간 뒤였다. 골목에 매캐한 연기 냄새 대신 향긋한 냄새가 퍼져 옥상 위를 바라보니, 하얀 연기가 보처럼 아이 둘을 감싸고 하늘로 올라가더란 것이다.
이는 무슨 얘긴가?
사람들한테서 도움을 못 받은 하느님이 직접 손을 썼다는 말 아닌가.
아이들을 더 이상 불 속에 놓아둘 수 없어 천사를 보내 하늘나라로 데려 갔다는 것인데 사실일까?
사실 하늘 가까운 까치집은 하느님이 지켜주어야 할 집이고, 아이들은 하느님이 엄마 대신 돌봐줘야 할 아이들이었으니,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느님이 데려가셨다면, 아이들은 지금 떨어질 염려 없이 하늘나라에서 천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겠지. 언젠가 일마치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면서······.
진화작업은 빨리 끝났다.
불을 끄고 내려온 소방대원이 골목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집에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가겟집 아줌마가 말했다.
“그 집에 애들은 있을 텐데······· 애기 엄마 일 나갈 때 데리고 나가는 걸 못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니 불행 중 다행이지 뭐요.”
고물장수 아저씨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
가겟집 아줌마가 미장원 아줌마를 보고 말했다.
“애들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니?”
“얼핏 애들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요.”
세탁소 할머니가 말했다.
“그때 좀 내다보지.”
“아니, 난 그냥 뉘 집 애가 자지러지게도 운다, 했지요.”
(끝)
동화 부문 당선 소감
격려를 거름 삼아
제 25회 새벗문학상 당선 소식을 늦은 밤에 들었다. 김재용 회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며 축하해 주셨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문학상을 받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작년 한 해는 내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아동문학에 등단한 게 2001년의 일이다. <아동문예>에 동시로 <아동문학평론>에 동화로 얼굴을 내밀었으나, 그 동안 활동도 하지 않았고 작품 발표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16편의 동시로 제 5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며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동화로 새벗문학상을 받게 되었으니 금상첨화가 되었다. 이제 열심히 걸어가는 일만 남았다.
이 새로운 출발에 참으로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았다. 이렇게 따뜻한 격려는 일찍이 받아본 적이 없다. 우선 새벗 선배님들의 축하와 환영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귀한 충고를 해주신 이동렬 선생님, 원유순, 임정진 선생님, 각별한 우의를 보여주신 글나라의 김재원 선생님과 회원님들, 김혜경 선생님과 동시촌 회원님들, 기뻐해주신 최지훈 선생님과 아평 가족들, 대구아동문학회와 새바람아동문학회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 격려를 거름삼아 노력하고 노력하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김재용 선생님은 2001년 <아동문예> 11월호에 실린 졸작 동시 ‘우리는 모두 무엇을 하고 싶다’를 이 달의 동시로 선정, 비기교의 기교가 돋보인 수작이라며 극찬해 주신 적이 있다.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또한 기쁘다.
끝으로 이 당선 소감을 쓰게 해주신 두 분 심사위원님과 <새벗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약력
*영남대 영문학과, 경북대 대학원 졸업.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옴.
*2001년 스포츠투데이 신춘문예 추리소설 당선.
*현재 가야산 자락에서 작품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주소: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장산리 348의 5번지
연락처 016-526-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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