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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개학날 아이들 등굣길을 시원히 적셔주었습니다.
"은비야, 은송아, 은수야. 학교 갈 준비 다 했니? 은지도 유치원 가야지."
8시 30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고 한숨 돌리며 치우다 보니
은수 알림장과 필통이 눈에 띕니다. "어휴, 이 녀석 또 시작이야."
스스로 하게끔 옆에서 도와만 주고 잠든 후 확인하는 걸 깜빡했더니
영락없이 빠뜨린 게 있네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속도가 느린 은수에게 이래저래 자꾸만 잔소리가 나옵니다.
학교 가는 길을 아침 산책하듯 다녀서 선생님께 나뭇잎이나 꽃잎을
따다 선물하기도 했답니다. 그날은 당연히 지각이었지요.
알림장에 적어야 하는 것을 다 못 적고 와 준비물도 종종 빠뜨리고.
이유를 물으면 '중요한' 생각을 하느라 그랬다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가지고 가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읽어달라고 할 때도 여러 번, 학교생활은 즐거웠지만
자기 멋대로인 은수는 점점 야단도 맞고 벌도 서야 했지요.
하지만 벌을 서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니 조금씩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 학교에 지각하면 안 되는지, 알림장을 왜 다 써와야 하는지,
벌을 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하나씩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아침마다 약속을 하고 지키려고 애쓰는 은수를 보며 기특했습니다.
방학 전,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에 한 시름 놓았었는데,
친구한테 빌리면 된다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은수 얼굴은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하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그래. 은수야.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것처럼 엄마도 기다릴게.
예수님이 엄마에게 하나하나 가르치시고 말씀해 주시는 것처럼
엄마도 은수에게 말해줄게. 우리가 잘못하고도 느끼지 못할 때
우릴 위해 대신 빌어주신 예수님처럼 엄마도 은수가 깨닫기를 기도할게.
예수님처럼 은수를 믿고 기다려 줄게. 우리, 다시 시작해 보자!'
참고 기다리시는 주님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예수 믿으세요.
글쓴이 / 장주연 / 수필가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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