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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있는 예언자

누가복음 길희성............... 조회 수 1942 추천 수 0 2004.05.05 14: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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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눅24:13-35 
설교자 : 길희성 형제 
참고 : 새길교회 
오늘 봉독한 말씀은 예수님의 두 제자가 믿고 따르던 스승이 처형당한 비극의 현장 예루살렘을 뒤로 하고 엠마오라는 마을로 낙향하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이 이야기를 통해 누가가 예수님을 어떻게 증언하고 있는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이 그를 넘겨주어서, 사형선고를 받게 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분에게 소망을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매우 솔직하고 담담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증언은 간단명료하고 복잡한 신학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거나 삼위일체의 한 분이라거나 하는 말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백성 앞에서 의로운 예언자,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였는데, 당시 종교권력을 쥔 자들이 그를 넘겨주어 사형선고를 받게 하고 흉악범들이나 받는 십자가의 극형을 받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고 그에게 걸었던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낙심하여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부활의 주님이 나타나 다시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 다른 제자들과 함께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명을 받는 것으로 누가복음서는 끝을 맺습니다.

  부활은 예수의 처형과 더불어 실망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다시 모이는 계기가 되었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하늘나라 운동을 계속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억울하게 죽은 그의 의로운 예언자 예수를 버리지 않으시고 죽은 예수를 거두어 그에게 새로운 생명, 부활의 생명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이러한 부활 신앙이 없었더라면 예수 운동은 십자가의 처형과 더불어 끝났을 것이며, 그 후의 기독교 2000년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며, 오늘 우리도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누가복음과 동일 저자가 쓴 사도행전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의 부활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를 무법자들의 손을 빌어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서 살리셨습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슬라엘 온 집안은 확실히 알아두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주님과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사 2: 23-24)

  부활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며, 하나님께서 그의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죽은 그의 의로운 예언자 예수를 죽음에 방치하지 않으시고 그의 품으로 거두어 주신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 한 분에게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을 보편적 진리라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요체입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하늘나라의 운동을 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그들의 수고가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의 재림과 더불어 주의 나라가 이 땅 위에 실현되는 날, 예수님과 더불어 부활의 영광을 누릴 것이라는 것이 초대 교회의 소박한 신앙입니다.

  부활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단지 미래에 누릴 축복만은 아닙니다. 예수의 부활은 그가 말씀으로 증언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새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 왔음을 알리는 징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활은 ‘종말적 사건’입니다. 이 종말은 시간적 종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삶이 종식되고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종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의 역사, 끝없는 탐욕과 억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죽음의 역사가 완전히 종말을 고하고 이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이러한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확실한 징표요 증거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초대교회는 엄청난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늘 기쁨과 환희의 삶을 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미래의 소망이 현재의 기쁨이 되어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는 삶”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예수님의 사업, 곧 그가 목숨을 바쳐 하셨던 하늘나라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의 영광이 예수님만의 사건이 아니라 세례를 통해 그와 함께 세상에 대하여 죽고 그의 부활과 함께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우리들 자신의 사건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억울한 죽음과 그의 부활을 기억하며 세례를 통해 그의 십자가와 부활에 동참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또한 성례전을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그를 만납니다. 그의 피와 살을 나눔으로써 그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공동체입니다.

  오늘 말씀에 보면,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볼 수 있는 영의 눈이 열리기 전까지는 부활의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과 마주 앉아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떼어 주시자 비로소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성만찬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자만이 부활의 주님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세례와 성만찬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영, 부활의 영, 새 생명의 영을 받아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부활의 주님을 만나는 것은 세례나 성만찬이라는 교회의 의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를 따라 사는 실천적 삶입니다. 그와 같이 하늘나라 운동에 동참하는 의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불의가 횡행하고 의로운 자들이 고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세우는 새로운 역사에 참여하는 실천적 삶입니다. 부패한 역사를 뒤집어 없고 의로운 역사를 일구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불의를 저질렀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절망적인 정치를 되풀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정치여서 정치를 통해서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정치를 외면하고서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정치권이 거듭나는 희망의 징표를 보기 원합니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의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부합하는 부활의 징표가 우리의 정치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부활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는 것이 성서의 증언입니다. 하나님께서 억울하게 죽은 그를 살리셔서 자신의 품으로 거두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생명의 영, 부활의 영이 하신 역사입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백성 앞에서 힘 있는 예언자였던” 예수님의 뒤를 따라 의롭게 살며 의로운 자가 받는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할 때,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고 우리를 그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의미이며, 오늘도 여전히 세상에서 의롭게 살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힘과 위로와 희망이 되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부활의 기쁨과 위로, 희망과 용기가 세상의 유혹과 고난 속에서도 예수를 따라 의로운 삶을 살고자 결단하고 나선 새길교회 형제자매 여러분들의 가정과 여러분이 하시는 모든 일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이러한 부활의 희망과 기쁨을 우리와 나누기 위해서 성가대가 오랜 준비 끝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에게도 주어질 부활의 희망과 위로, 그리고 세례와 성만찬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은총으로 주어진 그리스도의 새 생명이 약동하는 기쁨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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