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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을 보내는 마음

레위기 서광선 목사............... 조회 수 2165 추천 수 0 2007.12.22 01: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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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레25:8-13 
설교자 : 서광선 목사 
참고 : 새길교회 
1995년, 저물어 가는 이 해를 한국 기독교는 희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내왔습니다. 희년이란 말은 순수한 우리말로 50년이라는 말입니다. 1945년을 기점으로 하면 올해가 해방 50주년이 된다는 해이고 동시에 분단 50년이 되는 해이라서 희년이란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1988년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가 평화통일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올해,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한데 그 유래가 있습니다.
희년이란 말은 50년 혹은 50주년이라고 하는 달력상의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깊은 뜻이 있습니다. 오늘 읽은 구약성서에 제정된 희년제도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안식일의 연장이고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을 일곱번 되풀이 한 다음해인 50년에는 모든 땅이 쉬고 노예들이 자유 하게 되고 자기 땅으로 되돌아가는 해로 정한 것입니다. 모든 역사를 원 위치로 되돌리는 회복과 회귀(回歸)의 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통일이라고 하는 제 자리, 역사의 원점 혹은 원 위치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했던 것입니다. 1995년에는 틀림없이 통일이 성취되고 38선이 무너져 내리고 이남으로 피난 오거나 이북에 반동지주라고 추방당한 사람들이 이북에 가서 제 땅을 차지할 것이라는 그런 뜻에서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한 것이 아닙니다. 1992년 10월 며칠에는 휴거가 일어난다고 떠들었던 문자적 종말론자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분단 50년을 통회하면서 통일운동에 나서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995년에는 통일의 길이 터지기를 희망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지난 몇년 동안 우리는 희년운동을 하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희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주 시시하게 지나갔습니다. 통일희년이라고 했는데, 재작년에 했던 인간 띠 잇기도 못했고, 판문점에서 공동예배를 드리기로 남북교회가 합의까지 했는데 우리 정부가 허락하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희년의 희망과 기쁨보다는 지난 군부독재시대의 비리와 부실공사로 인한 세계적인 대형사고가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를 입으면서 종말론적 절망과 좌절을 절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나섰던 정부여당은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역사 안에 관여하시는 성령이 하는 일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욕심으로 1995년에는 통일의 기틀이 잡히고 통일을 향한 무엇인가 되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북조선의 극심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대화는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통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사의 방향은 우리의 잘못된 경제구조와 과거의 암울하고 불행했던 불의의 역사를 청산하는 바람이 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통일희년을 말하는 레위기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은 통일만을 말하고 있다고, 좁은 눈으로만 읽었었는데, 사실 희년의 선포는 지난 50년 동안의 역사를 바로 잡고 청산하라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레위기의 하나님의 명령은 지난 50년 동안에 있었던 억압과 착취의 사건들을 청산하라는 것입니다.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빚을 탕감하고 고향을 잃었던 사람들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왜곡되었던 지난 50년의 역사를 바로 잡으라는 것입니다. 지난 50년 동안에 있었던 억압과 착취와 비리의 사건들을 청산하고 역사의 원점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레위기의 공소시효는 적어도 50년이라는 것입니다. 희년이 우리의 역사의 한가운데서 선포되고 성취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믿음이 약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70년대부터 이 땅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토록 외쳤고 민중의 힘과 민중의 역사를 말하면서도, 전두환장군이 이끄는 군부세력에 시달리고 억울하게 당하면서도 오늘 전두환과 노태우 일당을 우리 소위 몰지각한 지성인들이 드나들던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 날이, 그 희년이 오리라는 것을 믿지를 않았다는 것입니다. 희년은 통일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것을 망각한 약한 믿음, 왜곡된 믿음을 회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 낸 50년의 왜곡된 이데올로기와 비리의 정치와 부정의 경제, 부패한 사회를 청산하지 않은 채 통일만을 희망한 것입니다. 통일을 향해서 해야 할 필요충분조건들은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통일의 정책과 술수와 방법만을 짜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뉘우치는 것입니다. 분단 50년의 우리의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고 회개하고 새로운 역사를 설계할 때에만 우리의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정의로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3] 저는 바로 두주일 전에 이스라엘을 다녀왔습니다. 중동지역에서 탄생한 세 가지 세계종교, 유태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갈등과 알력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역사의 나라, 종교의 나라, 이른바 거룩한 성지에 가슴을 설레며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은 예수와 기독교의 서울이 아니었습니다. 희년과 평화와 희망의 도성이 아니었습니다. 17살, 18살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아이들이 그 무거운 M16 기관단총을 질질 끌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검문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눈은 공포와 증오로 시뻘겋게 충혈 되어 있었습니다. 그 땅의 몇 세기동안의 주인인 팔레스틴 사람들은 유태인들에게 점령당하고 땅을 빼앗기고 억눌려 살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발상지라고 하지만 그 인구 60만 가운데 기독교인의 수는 카톨릭에서 장로교에 이르기까지 8,000명에 불과합니다. 소수 종교인 중의 소수입니다.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서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유태인 정부의 편이 아니라 팔레스틴 사람들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유태인들은 나치에게 박해 당했던 것을 핑계로 세계 여론의 동정을 받으면서 팔레스틴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기독교 근본주의 신자들은 유태교의 시온주의에 현혹되어 이 세상의 모든 유태인들이 예루살렘에 돌아갈 때 예수님이 재림하신다는 문자적 종말론 신앙에 젖어 유태인들의 팔레스틴 점령정책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틴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유태교와 기독교의 시온주의를 반대하고 나섭니다. 기독교인들은 그리하여 유태교와 이슬람교 틈바구니에서 설 자리를 잃고 양쪽의 박해를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예수가 태어난 땅에서 기독교인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의 상황에서 팔레스틴에서의 희년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저는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통곡의 벽(Wailing Wall)의 커다란 바위를 붙들고 기도하면서 상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예루살렘 땅을 돌려주는 것이 희년인가, 아니면 유태인들에게 이스라엘의 모든 땅을 돌려주는 것이 희년인가. 이번 크리스마스 전야에 유태인 정부는 예수님이 탄생했다는 베들레헴을 팔레스틴 자치주 아라파트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은 희년의 정신을 옳게 실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 지난주일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지났습니다. 1995년의 희년과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예수를 잉태한 갈릴리 처녀 마리아의 노래는 바로 희년의 정신을 그대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희년은 역사 바로잡기이며, 이 땅의 주인에게 땅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부동산을 투자한 사람에게 땅을 돌려준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역사의식에서 하나님에게 땅을 돌려드린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바로 소유의 개념과 권력의 개념을 바로 잡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 불리셨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마리아는 우리 시쳇말로 운동권의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운동권의 젊은 여성의 몸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희년의 참 뜻을 그의 선교, 하나님 나라의 실천에 두셨던 것입니다. 그것은 암울한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 천지개벽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 모두의 선교적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1995년은 우리의 과거가 되고 있습니다. 내일, 1996년의 새 아침을 맞이하는 저희들의 마음속에 희년의 기쁨이 충만하고, 희년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넘치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말씀을 드립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사단법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도서출판 새길 http://saeg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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