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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더불어

에스더 서창원 목사............... 조회 수 1876 추천 수 0 2008.09.08 00: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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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에4:10-17 
설교자 : 서창원 목사 
참고 :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새길교회 2006.2.26주일설교) 
한국교회는 교회력에 따라 1919년 기미년 3.1일 민족의 독립운동을 선언한 것을 기억하고 매년 삼일절을 전후하여 3.1절 기념예배를 시행합니다. 이 전통은 한국교회가 민족의 수난과 이를 극복하려는 해방운동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지속으로 이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신학자 메츠(J. Metz)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리고 부활했다는 신앙공동체의 기억(Anamnesis) 행위야 말로 그가 주장하는 정치신학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 기억을 오늘의 교회가 행동적으로 이어주는 것이 선교이며 이것이 하느님나라 운동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은 성서본문도 이스라엘 민족의 부림절(운명의 날)에 대한 대중적 축제의 근원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민족은 공동운명의 경험을 함께 기억하고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이것이 역사의식의 근거입니다.

우리는 매년 삼일절을 맞이하며 일제의 압제로부터의 민족해방을 기억하면서 기미 독립선언문을 낭독합니다. 선언문에는 33인의 민족 대표자가 있습니다. 대표자는 천도교, 불교, 기독교 (장로교, 감리교)의 종교 지도자들이 중심 되어 있습니다. 이 중 제가 봉직하고 있는 감리교신학교 출신 7인 지도자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118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의 자랑이며 명예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흉상을 명예의 전당처럼 대학원 현관 벽면에 부착하였습니다. 오고 가는 후학들이 이 지도자들을 기억하고 삼일운동의 역사적 교훈과 긍지를 이어 주려는 학교의 배려입니다.

이 지도자를 역사적 평가에서 정리해 보면 세 종류의 지도자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처음에는 교회의 중심적 지도자였고 민족의 해방을 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친일 행위를 자행하여 매국노의 불명예와 반민족 행위자로 규탄 받은 인물이 있습니다.

둘째는 실질적으로 독립 선언문 대표로 참석하고 계속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기독교운동을 전개하고 월북하였다는 이유로 아직 흉상이 빈 공간으로 채워져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셋째는 일제의 강압통치 아래에서 말할 수 없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실천하고, 해방 후에는 건국공로훈장 복장이 추서되고 국립묘지 애국선열묘역에 안장되어 독립운동가로 추앙 받는 부류의 인물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세 형태의 지도자의 모습을 보면서 역사와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역사의식의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겠습니다. 이 지도자들의 행태와 연결 지어 3가지 역사이해를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첫째는 접히는 역사와 펼치는 역사에 대한 이해입니다. 역사의 장(field)에는 늘 시대정신이 있습니다.  역사가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역사를 분류하고 시대적 정리를 합니다. 특정한 시대정신의 퇴락해 가게 되면 역사의 장은 접혀서 정리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새시대의 여명이 오면 역사의 새 장이 펼쳐지고 새로운 역사의 주체와 주역들이 등장합니다. 접혀지는 역사의 주역들은 결코 새롭게 펼치지는 역사의 장에서 주역들이 될 수 없습니다.

일제의 부역자나 후일 매국노로 지탄 받는 지도자들도 극단적인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실존적이 갈등과 고뇌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는 마지못해 주저하면서 일제의 통치에 순응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친일행각이 묵인되고 망각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당시 자기들이 연출하던 단층적 시대에 함몰되어 버린 것입니다. 역사가 진보하느냐 아니냐 하는 어려운 문제 이전에, 모든 생명이 진화하는 것처럼 역사는 더디고 우회하는 것처럼 보여도 꾸준하게 나선형적 변화를 스스로 드러냅니다. 이처럼 접히는 역사와 펼쳐치는 역사의 진화적 리듬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새 시대, 새 개벽의 이루어지는 시대의 징조를 읽어낼 수 없기에 펼쳐지는 역사에서는 비극적 운동을 맞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째, 위로부터 역사와 아래로부터의 역사입니다. 역사철학가들은 과거의 역사적 관점이 주로 위로부터의 역사전개였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해가 말해주는 상징적 언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권자, 중심부, 남성지배, 하늘, 위쪽, 강대국 등입니다.

이에 대해 아래로부터의 역사전개는 피지배자, 주변부, 여성, 민초, 바닥, 땅 등입니다. 이러한 언어들이 너무 자의적이고 인위적으로 보이기 쉽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고질적인 위로부터의 역사이해는 전체적이며 통전적 역사이해와 거리가 멀어 파편적 이해가 되기 쉽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역사인식이 보완되지 않으면 진정한 역사 이해가 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적 이념의 추상적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민중신학자 서남동은 역사는 물줄기의 합류(合流)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특별히 민중전통의 물줄기가 합류되어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제기하였습니다.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위에서 보는 시각만이 아니라 아래서 보는 시각이 보완되고 복원되어야 왜곡된 역사 이해의 착시 현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밑바닥 민중의 역사가 보완되지 않은 역사이해는 왜곡되고 닫혀진 역사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두 번째 지도자의 흉상 부착 위해 남겨진 빈 공간처럼 아래로부터의 역사 이해를 보완해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운명적 역사와 창발적 역사 이해입니다. 삼일운동의 독립선언서의 33인 대표자를 보면서 종교 간의 협력을 알 수 있습니다. 천도교, 불교, 기독교 세 종교의 종교적 이해와 연합입니다.

세번째 역사이해에 속한 한 대표적 지도자는 독립선언문 발기인으로 초청 받고 매우 어려운 신앙적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시에는 교리적으로 타 종교와 상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도하는 가운데 4천 년 강토를 잃은 것이 큰 죄인데 독립운동은 이 죄를 벗어나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응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후 감옥에 면회 온 사람들에게 자기가 한 일은 독립을 심는 일이라고 하면서, 하나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성서구절을 인용했습니다(요한복음 11장 24절).

이런 삼일운동의 역사이해 아래서 우리는 오늘을 위한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됩니다. 역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역사는 인과관계의 연속적인 운명에만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적이며 우발적인 개방성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종말론적 희망을 말하면서 하느님나라는 도둑같이 찾아온다고 선포합니다. 그래서 역사에는 합리적이며 고정된 운명의 순환을 넘어서 자기 창조의 모험을 촉발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기의 운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향한 포월적 지향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정의와 사랑과 평화와 생태적 보전의 세계를 꿈꾸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시대는 그 어떤 시기보다 갈등과 대립과 양극화 현상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역(周易)의 입장에서 이해해 본다면 상극과 상생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상생과 상극이 서로 포월하여 함께 조화할 수 있는 더 큰 방향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역사 쓰기’ 또 ‘역사 이어쓰기’, ‘다시 쓰기’의 과정이 모든 생명의 운동에 대한 인간의 역사적 감수성을 통한 증언입니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운영하시는 방향을 깨닫고 알고 응답하여야 합니다. 만물은 위에 계시고 만물 안에 계시고 만물을 통하여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믿음으로 알고 역사와 더불어 증언했던 신앙공동체의 지도자들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기억하는 것이 삼일절기념예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입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사단법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도서출판 새길 http://saeg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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