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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172】욕심부리지 말자
꽃이 없는 겨울동안 열심히 책을 읽으며 꽃 공부를 한 아내가 꽃이 피자마자 저를 끌고 다니며 꽃을 따기 바쁩니다.
"우와... 청매가 벌써 이렇게 피었네... 저거 생강나무꽃.. 산수유.. 매화... 진달래... 아니, 꽃들이 이렇게 갑자기 확 피어버리면 난 어쩌라고..."
마음이 바쁜 아내가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재촉하여 도시락까지 싸들고 산으로 꽃을 따러 갔습니다. 저는 별로 재미가 없어서 연신 하품을 하며 마지못해 따라가고...
결국 저는 따뜻한 날씨에 솔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마른 풀을 깔고 그 위에서 또 한 숨 잤습니다. 파란 하늘과 매화가 가물가물... 벌들이 앵앵거리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립니다.
오전에 내내 꽃을 따고 점심 도시락을 까먹고 오후에 4시까지 꽃을 땄는데도 아쉬운지 아내는 꽃의 가지를 꺾어 통에 담아 가지고 왔습니다.
꽃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꽃을 말리는 일입니다. 꽃차의 모든 노하우가 꽃을 말리는데 있습니다. 꽃의 종류마다 제다하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꽃 한송이가 꽃차로 변하려면 한 100번은 손이 가는 것 같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본다면 그 작은 봉지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깜짝 놀랄 것입니다.)
결국 토요일 내내 딴 꽃 가운데 많은 양을 미처 후처리를 못해서 그만 시들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마음은 급해도 하루에 딸 꽃의 양은 정해져 있고, 더 따고 싶어도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꽃차는 꽃차를 마시면서도 많은 사색을 하게 하지만, 꽃을 따면서도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용우 2009.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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