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재 이야기
열두시에 잠들었지.
잠결에 전화벨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어.
그런데 끈질기게 날 붙잡는 잠 때문에 전화벨은커녕 미련하고 둔한 잠속에서
빠져나오질 못했지. 그렇게 좀 더 잤을까? 인기척이 느껴졌어.
샤워를 하는지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지만 그냥 웅크린채로 잠속에 빠져있었지.
누군가.. 아마도 남편이겠지만 내 옆에 눕더라구.
모르겠어. 이 미련한 잠은 계속 날 놓아주질 않던걸.
어제는 나도 많이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였어.
바쁘고 정신없고, 그런중에도 기쁘게 일처리를 하고 내심 내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했던 그런 날이었지.
남편에게도 그렇게 바쁘고 힘든 날이었나봐.
많이 늦은 퇴근길. 잠들었을 아내에게 미안해서 살짝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들어와
살금살금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물로 땀을 씻어냈을거야.
그리곤 웅크리고 잠들어있는 아내곁에 누워 잠을 청했겠지.
아는척도 안하는 아내에게 서운했을텐데도 살짝 안아주며 토닥토닥.
그렇게 우리의 어젯밤은 캄캄하고 고요하게 흘러갔어.
새벽이 밝아오고 또 인기척이 느껴졌어.
아직 일어날 시간도 안됬는데 뭘까.
난 남편이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는줄 알고 그냥 잤는걸.
타이머에 맞춘 TV가 켜지고 깨어보니.
내옆엔 남편의 베개만 덩그러니 있더라구.
식탁위엔 일찍 나간다는 짧은 메모한장.
뭐야.. 눈물이 핑돌았어. 미련한 나야. 잠텡이 나야.
무슨일이 그리도 많아서 오밤중에 들어와 새벽에 나가는지.
세상일 혼자서 다하는지. 미련하다고 혼잣말로 욕했어.
미련곰팅아 깨우지 그랬어. 하고 욕했어.
출근해서 문자메시질 하나 보냈어.
"간밤에 누군가 다녀갔나봐. 자기맞아?"
답장이 왔네.. "아마 그럴걸?"
평소엔 이런♥하트를 다섯 개쯤 날려보냈던 메시지였어.
마음 아프고 미안하니까 그것도 못하겠더라구.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사랑한다는건 커다란 아픔을 가슴한복판에 들여놓는거라구.
그런거라구... 하루종일 내 가슴한복판이 아파.
많이 아픈 그런 날이야
두 번재 이야기
창밖엔 비가 내리고,
조용한 사무실에 울리는 핸드폰벨소리.
개미목소리로 받아보니 반가운 남편의 목소리.
문자메세지를 다섯줄이나 썼는데 날려버렸다는.
억울해서 전화했다는 웃음 가득한 목소리.
뭐라고 다섯줄이나 쓴건지 말로 전해보라는 말에
‘그때 그사람‘이란 노래가사를 적었노라.
그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노라는.
그럼 직접 불러달라는 주문에 바로 들려오는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사람~~♩♪".
빗소리가 얌전하게 내리는 비요일.
남편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나즈막히...
나도 모르게 따라 읊조리는 이런 행복한 시간.
내리는 빗방울이 가볍게 웃어주는 이런시간.
행복하게 흐르는 어떤 비요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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