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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이규섭 (칼럼니스트,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나뭇잎의 희생적 생애는 단풍 보다 아름답다. 봄이면 초록빛 잎새가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피톤치드의 향기를 뿜어내며 우리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준다. 가을이면 마지막 열정을 활활 불태우며 고운 자태를 뽐낸다. 낙엽이 되어 잎의 생애를 마감한 뒤에는 흙으로 산화하여 나무의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단풍의 미학은 영롱한 빛깔만큼 아름답다.
단풍이 물든 곳이면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을까 만은 설악산 주전골의 단풍은 유난히 곱다. 설악산은 냉온대 지역에다 백두대간의 중간쯤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단풍잎에 윤기가 흐른다.
복자기나무, 사시나무, 단풍나무, 옻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져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인다. '단풍 불에 화상을 입고 돌아온다'는 옛 시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암괴석 사이의 푸른 소나무는 단풍의 생태적 배열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배색의 조화를 이룬다. 오색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쉬엄쉬엄 둘러봐도 3시간이면 거뜬하다.
내친 김에 양양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으로 가보자. 수백명이 앉을 만한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가을이 붉게 물든 계곡이 펼쳐진다.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굉음을 토해내며 쏟아지는 폭포의 하얀 포말과 빨간 단풍잎, 쪽빛 하늘의 삼색조화는 세속의 근심을 말끔히 씻어준다.
단풍 물결은 너울너울 불춤을 추며 설악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내장산에서 절정을 이룬다. 단풍나무 종류도 많고 때깔 곱기로 유명한 내장산 단풍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첫 주를 고비로 화려한 불꽃잔치를 마감한 뒤 처연한 슬픔처럼 낙엽이 되어 쌓인다.
내장사 일주문에서 극락교에 이르는 400m '단풍터널'은 단풍철이면 산홍(山紅), 수홍(水紅), 인홍(人紅)의 물결을 이룬다. 열병식 하듯 늘어선 단풍나무는 100여년 전 내장사 스님들이 백팔번뇌를 의미하는 108그루를 심어 조성한 단풍나무 숲길이다. 산에 오르지 않고도 오색단풍을 구경할 수 있어 가족 나들에 좋은 코스다.
늦가을 융단처럼 깔린 단풍잎을 밟는 여유도 쏠쏠하다. '내장산 오색단풍 길'은 건교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중 으뜸이다.
- 신협중앙회 사보 10월호
이규섭 (칼럼니스트,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나뭇잎의 희생적 생애는 단풍 보다 아름답다. 봄이면 초록빛 잎새가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피톤치드의 향기를 뿜어내며 우리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준다. 가을이면 마지막 열정을 활활 불태우며 고운 자태를 뽐낸다. 낙엽이 되어 잎의 생애를 마감한 뒤에는 흙으로 산화하여 나무의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단풍의 미학은 영롱한 빛깔만큼 아름답다.
단풍이 물든 곳이면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을까 만은 설악산 주전골의 단풍은 유난히 곱다. 설악산은 냉온대 지역에다 백두대간의 중간쯤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단풍잎에 윤기가 흐른다.
복자기나무, 사시나무, 단풍나무, 옻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져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인다. '단풍 불에 화상을 입고 돌아온다'는 옛 시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암괴석 사이의 푸른 소나무는 단풍의 생태적 배열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배색의 조화를 이룬다. 오색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쉬엄쉬엄 둘러봐도 3시간이면 거뜬하다.
내친 김에 양양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으로 가보자. 수백명이 앉을 만한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가을이 붉게 물든 계곡이 펼쳐진다.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굉음을 토해내며 쏟아지는 폭포의 하얀 포말과 빨간 단풍잎, 쪽빛 하늘의 삼색조화는 세속의 근심을 말끔히 씻어준다.
단풍 물결은 너울너울 불춤을 추며 설악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내장산에서 절정을 이룬다. 단풍나무 종류도 많고 때깔 곱기로 유명한 내장산 단풍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첫 주를 고비로 화려한 불꽃잔치를 마감한 뒤 처연한 슬픔처럼 낙엽이 되어 쌓인다.
내장사 일주문에서 극락교에 이르는 400m '단풍터널'은 단풍철이면 산홍(山紅), 수홍(水紅), 인홍(人紅)의 물결을 이룬다. 열병식 하듯 늘어선 단풍나무는 100여년 전 내장사 스님들이 백팔번뇌를 의미하는 108그루를 심어 조성한 단풍나무 숲길이다. 산에 오르지 않고도 오색단풍을 구경할 수 있어 가족 나들에 좋은 코스다.
늦가을 융단처럼 깔린 단풍잎을 밟는 여유도 쏠쏠하다. '내장산 오색단풍 길'은 건교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중 으뜸이다.
- 신협중앙회 사보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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