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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No.1122 ]미신신봉 부추기는 신문과 포털사이트

무엇이든 이재일............... 조회 수 1433 추천 수 0 2005.01.08 12: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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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6일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조인스닷컴이 고객님께 드리는 '2005감동 이벤트'. 천년비서(千年秘書) 적천사주가 함께 합니다. 2005년 신년운세 운수대통 이벤트.』

오늘 아침에 받은 e-메일에 실려있는 광고의 앞 문장이다. 조인스닷컴의 '내 편지함'을 열어보니 '이재일님!! 조인스닷컴에서 신년운세 보면 컴퓨터와 디카가 와르르~~'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신년운세'라는 단어가 몹시 눈에 거슬렸다.

아무리 송신자가 확실한 것이라도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냥 삭제해버리지만, 은근히 화가 나서 클릭해보았다. 도대체 국내 최고의 신문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지금이 무슨 시대인가. 그야말로 첨단과학시대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점(占)을 보라는 광고였다. '감동 이벤트'라는 말도 우습고, '천년비서'라는 단어는 어이마저 없었다. '적천사주'는 또 무슨 뜻인지? 하도 궁금(?)해서 국어사전, 백과사전, 상식사전을 두루 찾아봐도 풀이가 없었다. 아마 회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사주'라는 말 앞에 이같이 애매한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표제 아래 나열되어있는 광고문구들도 가관(可觀)이다. '나쁜 것을 두려워하면 사주를 봐야할 이유가 없다.'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개운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에 적천사주는 좋고 나쁨을 분명히 구분하였으며, 아울러 좋은 운은 활용하고 나쁜 운은 개운하여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2005년의 현명한 설계!'라는 말들이 '어리석은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맨 밑에는 '2005 정통 신년운세'와 '2005 신토정비결'의 2가지 항목을 설정해놓고 마음내키는 쪽을 선택하여 '운세보기'를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마치 용한 점쟁이가 자신 있게 '당신의 운세를 확실하게 점쳐주겠다'는 듯한 분위기가 확 풍긴다. 도무지 수준 있는 인터넷사이트로 대접받고 있는 '조인스닷컴'에서 벌이고 있는 이벤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벤트기간은 2004년 12월13일부터 2005년 2월7일까지로 두 달 가까이나 된다. 경품내용은 고성능 컴퓨터와 고화질의 디지털카메라, 엠피쓰리(MP3), 문화상품권 등 다양하다. 경품을 받을 대상자도 자그마치 115명이나 된다. 그야말로 '감동 이벤트'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벌이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이다. 젊은 네티즌들은 이상할 만큼 운세보기를 좋아한다. 하루 종일 첨단기기를 다루는 그들이 '점'치는 일을 즐기는 것 또한 희한한 일이다.

네티즌들에게 '미신신봉'을 강요하는 것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다. 그보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신문들이 더 극성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점보기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작정이나 한 듯 운세와 관련한 특집기사를 다루고 있다.

필자가 정기구독하는 한 신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1월5일자 18면에 '을유년 운세 인터넷에 있어요!'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를 싣고 있다. 이 면은 네티즌들을 겨냥한 듯 타이틀이 'e파크'이다. 기사내용을 보면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새해를 맞아 다양한 운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토정비결과 서양의 타로카드를 접목시킨 타로토정비결에서 취업운, 한해의 운세흐름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점보기를 부추기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운세보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신문이 앞장서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사를 좀 더 읽어 가면 마치 광고비라도 받고 쓴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사이트소개가 아주 적극적이다.

이 같은 박스기사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에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이 또 있다. 어느 신문 할 것 없이 매일같이 연예면이나 오락면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2개 띠와 출생년도에 따라 약간씩의 풀이를 해놓고 있는데 문구를 보면 제법 새겨들을 만한 것들이다.

닭띠인 필자가 구독하는 또 다른 신문에 실린 1월6일자의 '운세'를 보면 '재물=무난, 건강=양호, 사랑=기쁨, 길방=北'으로 되어있다. 연령별로는 '33년생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해 줄 듯. 45년생 일은 명분 있게 하고 편법을 멀리 할 것. 57년생 대접받는 일 생기거나 대접하게 될 수도. 69년생 개인사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수도. 81년생 주변에서 좋은 말 듣거나 능률 향상 될 듯.'이라고 해놓았다. 한결 같이 덕담이어서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독자들이 크게 믿지도 않으면서 별 부담 없이, 재미 삼아 보는 것은 바로 이런 '덕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신을 믿게 되는 버릇이 생길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우스운 것은 각 신문마다 똑같은 날짜의 운세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1월5일자 J신문은 닭띠의 경우 ' 45년생 기다리던 소식 접하거나 일을 하게 될 수도. 57년생 이미지 좋아지고 인간관계 호전 될 듯. 69년생 인정받게 되고 좋은 소식 접할 수도. 81년생 칭찬 받게 될 수 있고 기분이 UP될 수.'라고 해놓았다.

반면에 P신문은 '45년생 기분전환을 위해 힘써야 할 때. 57년생 순간적인 만회는 가능하나 근본적인 손해는 회복이 안 돼. 69년생 대인관계에 질과 양을 스스로 살펴보도록. 81년생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기 좋은 때.'라고 되어있다.

두 신문을 놓고 나이별로 따져보면 1945년생과 1957년생, 1969년생의 경우 내용이 크게 어긋난다. 1981년생은 내용은 다르지만 분위기는 약간 비슷하다. 어쨌든 4가지 중에 3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확률적으로나 통계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결과라고 하겠다.

필자가 이런 문제에 민감해 가지고 너무 따지는 게 아니냐고 나무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래서 운세를 보는 것을 꼭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재미로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해마다 초승이 되면 조선 선조때의 학자 토정(土亭) 이지함선생(1517∼1587)이 만든 '토정비결'로 그 해 신수를 점쳐보는 일은 우리민족이 수백년 동안 지켜온 세시풍습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예나 지금이나 점괴에 나온 말을 '덕담'으로 받아들이고 한 해를 살아가는데 참고로 할 뿐이지 '미신'처럼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용도 '북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으니 귀한 아들을 낳으리라'는 등 희망적인 구절이 많다. 좋지 않은 내용이라고 해도 '이 달은 실물수(失物數)가 있으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거나 '화재수가 있으니 불을 조심하라'는 식으로 되어 있어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도 희망을 갖게 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조심스럽게 생활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거의 열풍처럼 불고 있는 점보기바람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거역할 수는 없다. 결혼을 앞두었을 때나, 취업이나 새로운 직업을 택하기 위해서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본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간의 앞날을 '정확'하게 점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신문이나 포털사이트에서 미신을 신봉하는 분위기를 앞장서서 부추기는 처사는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까. 미신신봉을 부추기는 캠페인이나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것 같은 '웃기는 일'은 지금 당장 집어치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최첨단 과학시대이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나약해지면서 기계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슬픈 일이다. 미래가 불안하고, 그래서 점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슬픔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슬픈 피에로'인가.

                  - 200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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