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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No.1127 ]도메인네임, 힘 있는 자의 전유물인가

무엇이든 이재일............... 조회 수 1053 추천 수 0 2005.01.31 10: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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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2005년 1월 10일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사이버공간에서 쓰고 있는 도메인네임은 현실공간에서의 회사명이나 상호, 브랜드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외우기 쉬운 '좋은 도메인'은 당연히 먼저 차지하려고 애를 쓴다.

좋은 브랜드야말로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상점으로 친다면 상호가 마음에 들어 지나가던 손님이 저절로 들를 수도 있다. 그리고 한번 찾아온 사림이 상호가 기억에 남아 있어 다음에 또 오기가 그만큼 쉬워진다. 이런 논리는 사이버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한다. 도메인네임 자체가 고가로 팔리기도 한다. 좋은 도메인네임 덕분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유명인의 이름은 기억하기가 쉬워 도메인네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도메인네임은 도메인사냥꾼으로 불리는 도메인스쿼터(Domain Squatter : 인터넷주소 선점행위자)의 표적이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재벌 총수 해외 유명인들의 이름을 선점한 사례도 상당히 많다.

도메인스쿼팅 문제는 결국 국제적으로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자 누가 보아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팔아먹기 위해서라고 인정되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때가 도메인붐이 일기 시작한 직후인 1999년 후반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유명상표인 '샤넬(CHNEL)'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 해 10월8일 도메인사냥꾼들에게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지법이 세계적인 화장품 및 의류업체인 샤넬사가 도메인네임을 샤넬로 등록해 향수 등을 판매한 김모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 등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샤넬 상호를 도메인네임이나 홈페이지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판결문은 "샤넬은 이미 국내외에 알려진 상표이며, 피고측이 이 상표를 도메인네임ㅇ로 사용할 경우 수요자들에게 영업주체를 혼동하게 만들고 타 상표의 명성에 편승한 부당이득을 취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등록한 'chanel.co.kr'이라는 인터넷주소의 등록자체를 말소하도록 했다.

당시의 이 판결은 '선처리·선입수'의 원칙을 깨는 것으로 대단히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당시 필자는 이 판결내용을 보고 크게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정보화사회를 맞아 온 세상이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 남이 차지하니까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서부시대의 갱'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은 분명히 가상의 세계이다. 현실세계와 달리 물리적인 영토가 없다. 서부시대 때 개척자들이 먼저 달려가서 철조망을 치면 땅임자가 될 수 있었듯이, 사이버영토 역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힘있는 자에게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이후 국내외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외국의 유명 연예인 이름들을 여러 개 차지했다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의 결정으로 임자가 뒤바뀐 경우도 많다.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가수 마돈나도 소송 끝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네임을 찾을 수 있었다.

WIPO가 이러한 결정들을 내린 것은 순전히 '상업적인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유명인의 이름을 도메인네임으로 등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덕분에 마구잡이식으로 도메인을 차지하는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인 1999년 다른 사람이 'jungjuyung.co.kr'을 먼저 등록해놓고 현대측과 흥정을 벌였으나 성사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골프선수 박세리와 김미현, 박지은도 제3자가 같은 이름의 도메인을 차지하는 바람에 자신이 필요한 인터넷주소를 쓸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며칠 전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이름으로 된 '이병철.com'의 소유권이 삼성측에 귀속돼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WIPO 도메인네임 분쟁중재센터가 지난 7일 '이병철.com'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에서 원고인 삼성네트웍스의 주장을 인정, 이 도메인네임을 보유한 한국의 ABC 컴퍼니에 소유권을 이전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WIPO측은 "한국에서는 '이병철'이라는 이름이 삼성그룹 창업자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비록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권리로 존속하는 것이라면 '이병철'에 대한 이름은 이병철의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얼른 들기에는 참으로 옳은 듯한 설명이다. 그런데 만약 진짜 '이병철'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병철.com'이라는 인터넷주소를 갖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또한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이름인데, 대재벌이었다고 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밀쳐버리고 고인에게 소유권(?)을 갖도록 해주었을까.

이번 결정은 '삼성 닷비즈(SAMSUNG.BIZ)'와 '삼성그룹.COM', '삼성그룹.NET' 등의 도메인 이름이 삼성측에 귀속돼야 한다는 결정에 뒤이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름이 아니라 진짜로 누가 봐도 '삼성'이 가져야 할만한 것에 대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얼마든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병철.com'에 대한 WIPO측의 결정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고인에게까지 '특혜'를 주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4∼5년 전부터 도메인분쟁과 관련해 '선처리·선입수'의 원칙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도메인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풍긴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시 WIPO측이 로비에 놀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분쟁이 생길 때마다 한결 같이 그럴듯한 구실을 붙여 약자보다는 강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WIPO가 이익단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선단체, 복지단체도 아니지 않는가.

도메인네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먼저 차지하는 행위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꼭 필요한 사람이 자신에게 알맞은 도메인네임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이런 저런 이유로 빼앗는다는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특정 도메인네임을 대기업이나 유력자, 권력자 등 '힘있는 자'가 독점토록 하는 것은 '특혜'나 마찬가지이다. 유명상표나 유명인의 이름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 둘 것인지도 애매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니 이래저래 '힘없는 자'만 억울하게 될 뿐이다.

'이병철.com'의 소유권을 삼성측에 귀속시키도록 한 WIPO측의 결정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무슨 '장난'을 칠지 알 수가 없다. 없는 사람은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사이버세계는 있는 사람들만 활동하는 공간이 아니다. 없는 사람, 어려운 사람, 불쌍한 사람들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사이버공간이야말로 인터넷이 우리에게 준 크나큰 선물이다. 이 같은 열린 공간이 현실세계의 '더러운 손들'에 의해 계속 더렵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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