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ㅏㅊㅣ┃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살같은 이야기
┃ ■ ┃그 096번째 쪽지!
┗━━━━┛
□ 철망산 싼타클로스
경기도 광명시 철망산 기슭 무허가 판자촌에 현대판 산타클로스가 등장
해 쌀과 옷가지를 나눠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대형사건.사고와 각박한
인정에 찌든 세밑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광명시 하안2동 24-7 일대 철망산 기슭.
서울에서 밀려나 이곳 무허가 판자촌에 둥지를 틀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2
백여세대 주민들에게 `이상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남녀 8명이 가가호호를 돌며 쌀과 어린이용 점퍼를 나눠주고 1시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30대 후반의 남자 6명과 20대 여성 2명이 4.5t 화
물트럭에 20kg 짜리 정부미 6백여포대와 어린이용 점퍼 수십벌을 싣고와
산비탈에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판잣집들을 일일이 방문해 가구별로 쌀
3포대씩과 국민학생이 있는 가구에 는 점퍼를 나눠주었다.
이곳에 판자촌이 들어선 20년 동안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주민들은 얼떨
결에 쌀과 옷가지를 전해받고 "어디서 오신 누구냐" 고 물었지만 이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면 의미가 없다"며 한결같이 신분 노출을 꺼렸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선행을 철저히 감추기 위해서인 듯 타고온 화물
트럭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뒤 물건을 내려놓고 차량 번호가 알려지지
않도록 서둘러 트럭을 되돌려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여 주민들을 더욱 어
리둥절하게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들이 혹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물을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또다른 주민들은 "비록 어렵
기는 하지만 누가 무엇 때문에 보낸 것인지도 모르는 선물을 왜 받느냐"
며 `산타'들을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들은 마지못해 "해마다 연말이면 사장님의 지시에따라 서울의
한 달동네를 찾아 도와 왔는데 그곳이 재개발돼 다른 곳을 물색하다 이곳
을 찾게 됐다"며 "사장님의 엄명 때문에 더이상 밝힐 수는 없으며 다른 뜻
은 일체 없으니 성의로 받아달라"고 정중하게 주민들을 설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하던 주민들은 얼핏 본 트럭의 번
호판이 `전남' 번호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철저히 선물을 보낸 사람을
숨기기 위해서인 듯 쌀도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것이 골고루 섞여 있는 점
그리고 `산타'들이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순수한 이웃돕
기로 결론짓고 흐뭇하게선물을 받아들였다.
이곳 통장 박재석(49)씨는 "돈으로 따지자면야 얼마 안되지만 남몰래 불
우이웃을 돕는 진실한 분의 선물을 받게 돼 주민들이모두 기뻐하고 있다"
며 "각박한 삶 속에서 우리 주위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
다는 것만도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겨레신문 1994.12.18일자 에서>
매일┃●ㅏㅊㅣ┃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살같은 이야기
┃ ■ ┃그 096번째 쪽지!
┗━━━━┛
□ 철망산 싼타클로스
경기도 광명시 철망산 기슭 무허가 판자촌에 현대판 산타클로스가 등장
해 쌀과 옷가지를 나눠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대형사건.사고와 각박한
인정에 찌든 세밑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광명시 하안2동 24-7 일대 철망산 기슭.
서울에서 밀려나 이곳 무허가 판자촌에 둥지를 틀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2
백여세대 주민들에게 `이상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남녀 8명이 가가호호를 돌며 쌀과 어린이용 점퍼를 나눠주고 1시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30대 후반의 남자 6명과 20대 여성 2명이 4.5t 화
물트럭에 20kg 짜리 정부미 6백여포대와 어린이용 점퍼 수십벌을 싣고와
산비탈에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판잣집들을 일일이 방문해 가구별로 쌀
3포대씩과 국민학생이 있는 가구에 는 점퍼를 나눠주었다.
이곳에 판자촌이 들어선 20년 동안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주민들은 얼떨
결에 쌀과 옷가지를 전해받고 "어디서 오신 누구냐" 고 물었지만 이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면 의미가 없다"며 한결같이 신분 노출을 꺼렸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선행을 철저히 감추기 위해서인 듯 타고온 화물
트럭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뒤 물건을 내려놓고 차량 번호가 알려지지
않도록 서둘러 트럭을 되돌려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여 주민들을 더욱 어
리둥절하게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들이 혹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물을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또다른 주민들은 "비록 어렵
기는 하지만 누가 무엇 때문에 보낸 것인지도 모르는 선물을 왜 받느냐"
며 `산타'들을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들은 마지못해 "해마다 연말이면 사장님의 지시에따라 서울의
한 달동네를 찾아 도와 왔는데 그곳이 재개발돼 다른 곳을 물색하다 이곳
을 찾게 됐다"며 "사장님의 엄명 때문에 더이상 밝힐 수는 없으며 다른 뜻
은 일체 없으니 성의로 받아달라"고 정중하게 주민들을 설득했다.
삼삼오오 모여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하던 주민들은 얼핏 본 트럭의 번
호판이 `전남' 번호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철저히 선물을 보낸 사람을
숨기기 위해서인 듯 쌀도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것이 골고루 섞여 있는 점
그리고 `산타'들이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순수한 이웃돕
기로 결론짓고 흐뭇하게선물을 받아들였다.
이곳 통장 박재석(49)씨는 "돈으로 따지자면야 얼마 안되지만 남몰래 불
우이웃을 돕는 진실한 분의 선물을 받게 돼 주민들이모두 기뻐하고 있다"
며 "각박한 삶 속에서 우리 주위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
다는 것만도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겨레신문 1994.12.18일자 에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