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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ㅏㅊㅣ┃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살같은 이야기
┃ ■ ┃그 097번째 쪽지!
┗━━━━┛
□목사와 거리의 아이들
날이 어둑해지면 거리를 맴돌던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며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운다.
부모의 이혼 또는 새엄마의 박대를 못이겨 집나와 추운 겨울 거리를 떠
도는 `거리의 10대들'에겐 따뜻한 정성이 담긴 밥한끼와 잠자리가 간절하
기만 하다.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냄새나는 옷을 빨아주는 등 부모사랑을 베풀
고 있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안산 노동교회' 김현수(40) 목사.
김 목사가 거리의 아이들을 보살피게 된 것은 `거리에서 날 밤을 까는'
아이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몰래 교회에 들어와 자고 아침이면 도망가는
것을 알게 된 지난 10월께부터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교회 안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바람에 화
가 나 문을 잠그기도 했지만 갈 곳 없는 아이들이 계속 오는바람에 억지로
떠맡은 셈이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김 목사의 10평남짓한 사택엔 현재 10살에서 14살까지의 고만고만한 남
녀 아이들 10여명이 올망졸망 모여 한가족처럼 지낸다.
밤이면 악몽을 꾸다 깨서는 겁에 질려 "잘못했다"고 비는 정현(11), 새
엄마가 전처 딸과는 살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할머니집에 가 있다 집을나
온 정인(14.여) 등 어린 나이에 사연도 갖가지다. 김 목사는 "거리를 떠돌
다 보니 애들 몸이 약한 편이고 부모 사랑을 한창 받을 때에 집을 나와 겁
을 잘 먹는 편"이라며 "애들 이야기로는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안산에만
50~60명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국에 아이들 수용시설을 알아보았지만 번번이"시설과 시간.
돈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소년.소녀가장 또는 고아로 판정된
아이들에겐 생계비 등 정부 지원 이나 사회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는 반면
결손가정에서 가출한 10대 아이들의 경우엔 피난처는 물론 숫자조차 정확
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정의 해를 넘기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김 목사의 안타까움이다. (안산 홍용덕 기자)
< 한겨레신문 1994.12.22일자 에서>
매일┃●ㅏㅊㅣ┃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살같은 이야기
┃ ■ ┃그 097번째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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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거리의 아이들
날이 어둑해지면 거리를 맴돌던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며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운다.
부모의 이혼 또는 새엄마의 박대를 못이겨 집나와 추운 겨울 거리를 떠
도는 `거리의 10대들'에겐 따뜻한 정성이 담긴 밥한끼와 잠자리가 간절하
기만 하다.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냄새나는 옷을 빨아주는 등 부모사랑을 베풀
고 있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안산 노동교회' 김현수(40) 목사.
김 목사가 거리의 아이들을 보살피게 된 것은 `거리에서 날 밤을 까는'
아이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몰래 교회에 들어와 자고 아침이면 도망가는
것을 알게 된 지난 10월께부터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교회 안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바람에 화
가 나 문을 잠그기도 했지만 갈 곳 없는 아이들이 계속 오는바람에 억지로
떠맡은 셈이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김 목사의 10평남짓한 사택엔 현재 10살에서 14살까지의 고만고만한 남
녀 아이들 10여명이 올망졸망 모여 한가족처럼 지낸다.
밤이면 악몽을 꾸다 깨서는 겁에 질려 "잘못했다"고 비는 정현(11), 새
엄마가 전처 딸과는 살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할머니집에 가 있다 집을나
온 정인(14.여) 등 어린 나이에 사연도 갖가지다. 김 목사는 "거리를 떠돌
다 보니 애들 몸이 약한 편이고 부모 사랑을 한창 받을 때에 집을 나와 겁
을 잘 먹는 편"이라며 "애들 이야기로는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안산에만
50~60명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국에 아이들 수용시설을 알아보았지만 번번이"시설과 시간.
돈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소년.소녀가장 또는 고아로 판정된
아이들에겐 생계비 등 정부 지원 이나 사회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는 반면
결손가정에서 가출한 10대 아이들의 경우엔 피난처는 물론 숫자조차 정확
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정의 해를 넘기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김 목사의 안타까움이다. (안산 홍용덕 기자)
< 한겨레신문 1994.12.22일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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