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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22일에 띄우는 일천사백일흔네번째 쪽지!
□ 나도 옛날에 일등한적 있다.
저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저도 옛날에 달리기에서 일등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명중에 일등 했냐구요? 자그마치 100명? 천명? 만명? 그보다 훨씬~ 훨씬 많습니다. 얼마나 많은가 하면 우리나라 인구 4천만명 보다도 몇 배 더 많은 사람들을 물리치고 1등을 했습니다. 그때 정말 대단했지요.
정신없이 꼬박 24시간동안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길은 왜 그렇게 깜깜하고 미끄러운지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뛰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앞서 달려나가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기도 하고, 주저앉아버리기도 했지만 저는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나중에는 뒤돌아보니 끝까지 남은 사람은 몇 명 안되더군요. 저 멀리 희미하게 골인지점이 보였습니다. 힘은 다 빠지고 마지막에는 걷다시피 하며 앞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저와 치열하게 경쟁을 한 사람이 두어명 있었지만 그러나 결국에는 제가 1등을 하였습니다.
무려 3억명의 정자 친구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구요. 저도 옛날에 어마어마한 경기에서 1등을 한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 그때만 생각하면 세상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3억명도 물리친 내가 말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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