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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3일에 띄우는 일천사백아흔다섯번째 쪽지!
□ 열 가지만 있으면
이규태씨의 <선비의 의식구조>라는 책에 보면, 참판을 지낸 김정국이 재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뭇 사람의 비난을
받고 있는 한 친구에게 쓴 편지를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20년을 빈곤하게 사는 동안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을 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이 각 두어 벌 있었으나 눕고서도 남은 땅이 있고, 신변에는 여벌 옷이 있고, 주발 밑 바닥에 남은 밥이 있었소... 듣건데 그대의 의식과 제택이 나보다 백배라 하는데 어찌하여 그칠 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모으는 것이오. 필히 있어야 할 것은 열 가지 이니
오직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게 하나
환기할 창 하나
햇볕 쪼일 마루 하나
차 다릴 화로 하나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하나
청산을 찾아갈 나귀 한 마리면 족할 것이오.
이 열 가지는 비록 번거롭지만 늘그막을 보내는 데는 하나도 빠질 수 없는 것들이오. 이 외에 더 무얼 쌓으려 한단 말이오.>
청빈은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청빈은 삶의 질과 관련된 그 어떤것입니다.
없으되 정갈하고, 청정하며, 여유가 있으며, 조급하지 않고, 단순한 삶의 한 방식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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