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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10일에 띄우는 일천오백서른여덟번째 쪽지!
□ 돼지와 부처
심심하고 따분했던 태조 이성계는 마침 옆에 있던 무학대사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어째 내 눈에 무학대사는 돼지 같이 보이는고?" 그 말을 받은 무학대사는
"소인의 눈에 전하는 부처님 같이 보입니다."고 대답합니다
얼굴에 미동도 없이 태연하게 말하는 무학대사에게
"정말인가? 과인이 정말 부처같이 보이는가?"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입니다"
시골에 살면 눈에 보이는 풀이 다 먹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도시 사람들의 눈에는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지 못하는 풀을 골라 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는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고, 생각하는 만큼만 듣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전부이며 옳은 진리라고 믿어버립니다. 이것을 심리학적인 용어로 유용성(availability)의 오류 라고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잠깐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무엇이 옳고, 상식이며, 도리이고, 원칙인지 알 수 있는데, 그 잠깐의 생각을 안합니다. 지금 우리는 유용성의 오류에 빠져 너무 쉽게 믿고, 즉흥적이고, 깊이가 없고, 감정적인 판단으로 살아가면서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사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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