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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새로운 것을 찾는 예술적인 방법 중에 '낯설게 하기'가 있습니다.
늘 보던 익숙한 것을 마치 처음 보듯 새롭게 보고 느끼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낯선 사람과의 만남, 새 집, 새 책,
새 물건 등 새것에서 느끼는 감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라집니다.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움직이는 것은 차이, 즉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는데,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서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은 때때로 일탈이나 변화를 통하여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합니다.
날마다 대하는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갖는다면
하루하루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은 김재욱 님(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이 보내 주신 글을 나눕니다.
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주 사용하는 알트 키와 시프트 키를 떠올리며
쓴 글인데, '낯설게 하기'라는 말과 더불어 여운이 남는 글입니다.
새로 단장한 홈페이지 주소 첨부하니 들어가 보세요~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책벌레지기
홈페이지 http://jaewoogy.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woogy68

알트와 시프트
연말연시를 지나다 보니 작년 9월에 죽은 친구 한수 생각이 많이 났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목소리도 생생해서, 어딘가에서 날 부르거나 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다.
2001년경에는 한수랑 꽤 자주 만났었다.
그의 작업실에도 자주 갔었는데, 나는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들길 때면 가끔 생각나는 말이 있다.
작업실에서, 뭔가 설명하며 컴퓨터를 두들기던 한수가 말했다.
"나는 컴퓨터를 할 때마다, 이 시프트(shift) 키한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구.
이거 없으면 안 되는 게 정말 많잖어. 근데 이 알트(alt) 키는 평소엔 쓸 데가 없어.
거추장스럽기만 하구...."
"거 듣고 보니 그렇구만."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대화였지만 그때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
잉카제국의 피리소리가 들리는 이 곡은 가사가 이렇다.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어야지.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래야지...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어야지.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래야지...
도시의 거리가 되기보다는 숲이 되어야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노래가 생각날 때마다 한수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혼자 속으로
개사한(?) 가사를 중얼대 보곤 했다.
"알트가 되기보다는 시프트가 되어야지. 할 수만 있다면 꼭..."
시프트는, 그것 하나만 누르면 아무 반응도 없다. 그 자체로는 애초부터 맡은 임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프트가 없으면 쓸모없는 자판들이 많다. 쌍자음·중모음·괄호와 물음표·따옴표 등 각종 기호....
반면에 알트 키는 특정 프로그램 등에서 쓰이지만 평소에는 손이 갈 일이 없는 자판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풀리지 않는 삶을 살았던 한수는 솔직히 시프트 키처럼
그다지 쓰임새(?)가 많거나 남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은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가 죽은 뒤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아는 것보다 많은 이들에게
어떤 면에서는 시프트 키처럼 도움을 주고, 웃음을 주고,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친구를 때때로 알트 키처럼 여겨 방치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기만 하다.
내가 먼저 친구에게 시프트 같은 사람이었다면 그가 혼자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친구는 그때 그 시간에 멈춰버리고, 나만 한 살을 더 먹었다.
남은 날 동안 조금이라도 더...
달팽이보다는 참새, 못보다는 망치, 도시의 거리보다는 숲과 같은 사람이,
그리고 알트보다는 시프트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할 수만 있다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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