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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참, 이런 아가씬 내 평생 처음 보네. 허허" 은수 턱을
여섯 바늘 꿰매고 나오시며 연세 지긋하신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무슨 아이가 이렇게 의젓해. 겁도 하나 없고. 허허허."
같이 웃었지만 놀란 가슴에, 야간 진료 병원 찾아 헤매느라 애타고
긴장했던 탓이었는지 기운이 빠져 말이 입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선생님, 이번이 다섯 번째 꿰맨 것이니 은수가 의젓할 수밖에요.'
얼굴만 네 번, 발바닥 한 번, 집안에서 놀다 툭 하면 다쳐서 우는 아이에게
"어머, 또 찢어졌어. 너 정말 왜 이러니? 왜 맨날 다쳐?"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은수는 놀라서 울음을 뚝 그쳤지요.
집에 오니 친정엄마가 와 계십니다. "어이구, 우리 은수, 얼마나 아팠어?"
할머니 푸근한 품에 안기고서야 은수는 두 눈을 껌벅이며 한숨을 쉽니다.
"엄마, 쟤 하나도 안 아픈가봐. 아무 소리 없이 치료 잘 받았다고 칭찬 받고
왔어요." 저의 비꼬는 말에 은수가 억울하다는 듯 대꾸를 합니다.
"정말 아팠는데 내가 참은 거라고요." "그래, 얼마나 아팠겠니? 어린 것이."
친정엄마는 은수를 꼬옥 안고서 거듭 말씀하셨지요. 얼마나 아팠겠냐고.
몇 달간 병원에 다니시며 엄마도 많이 쇠약해지셨지만 은수가 다쳤다니
당장 달려와 누구보다 안타까워하셨지요. 당신의 아픔에는 의연하셨지만
어린 손녀의 고통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없이 아파하셨습니다.
엄마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봅니다. 세상 누구도 내 아픔 알아줄 이 없다고
울었었는데 주님이 말씀하셨지요. "그래, 얼마나 아프니? 얼마나 힘드니?"
수치스런 형틀 십자가에서 극한의 고통을 당하고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자유와 구원과 치유를 주신 고마우신 주님. 그 십자가를 바라볼 때 나보다
나의 죄와 아픔을 더 아파하고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이 나를 감싸주십니다.
따듯하게 안아주시며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목사님과 성도들 격려 속에,
나의 위로가 필요한 형제자매 눈물 속에 살아계신 주님의 아픈 사랑이
느껴집니다. 예수 믿으세요. 주님은 당신을 가장 잘 이해하시는 분이시고
세상에 없는 가장 큰 위로요, 힘이 되십니다.
글쓴이/장주연/수필가/서울광염교회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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