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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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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언
한 시기를 풍미한 유머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참새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 그리고 얼마 전까지 유행했었던 "사오정 시리즈"가 있다. "참새 시리즈"는 80년대 초에 처음 나타나 중반까지 꾸준히 창작되었고, "최불암 시리즈"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덩달이 시리즈"는 90년대 중반 그리고 "사오정 시리즈"는 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꽤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회자되었었다. 그러면 80년대 말에 큰 인기를 누렸던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 속의 사오정이 90년대 말에 와서 다시 유머 시리즈화 되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살펴보기 이전에 우리는, 유머는 단지 사람들을 웃기는 이야기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창조된 구조적 서사물로써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즉, 그것을 생산해낸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그것을 향유하는 인간들의 의식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유머는 그 자체가 지니는 가벼움과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비문자성, 그리고 일시적 유행 후 사라진다는 일회성 때문에 서사물로써 분석되어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유머는 분석되어져야 한다. '순간'과 '일회성'이라는 속성은 특정한 시기를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짧은 호흡>과도 같기 때문이다. 특히 유머가 내포하고 있는 풍자나 냉소는 그 대상이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고 그 의미가 내재화 되어있기 때문에 분석의 필요성은 더더욱 절실하다.
Ⅱ. 본론
1. 분석대상 및 목적
80년대 말에 큰 인기를 누렸던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속의 사오정이 90년대 말에 와서 다시 유머 시리즈화 되어 부각되었던 사실에 대한 의문, 다시 말해 80년대와 90년대라는 이 시대적 공백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이 보고서의 첫 단추이다. 80년대엔 단지 인기 만화영화였다면 90년대에 유머시리즈로 형식을 달리해 나타난 "사오정 시리즈". 분명 90년대의 무엇인가가 "사오정"이라는 만화영화 캐릭터를 유머시리즈의 캐릭터로 재부각 시켰을 것이다. 바로 90년대에 가지는 "사오정"의 의미를 구조주의학적 관점에서 90년대 사회·문화적 맥락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 분석 틀로써의 이론적 배경
대중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는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분석방법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발생 이후 나타난 대중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에서부터 포스트 모더니즘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유머시리즈를 단지 사람들 사이의 말장난으로써가 아니라 유머들이 유행하던 특정 시기의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그 내면의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텍스트와 실천행위 속에 함축되어 있는 것들을 밝혀내려는 구조주의, 그 중에서도 특히 '롤랑 바르뜨'의 일차적 의미작용과 이차적 의미작용에 관한 이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롤랑 바르뜨는 프랑스의 대중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프랑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언어학적 모델인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를 이용했다. 그는 대중문화를 읽는 기호학적 모델로써 기표/기의=기호라는 소쉬르의 도식을 취하면서 여기에 이차적 의미작용(secondary signification)의 단계를 다시 추가하였다. 즉 기표와 기의는 일차적 의미작용(primary signification)을 통해서 외연적 의미(denotation)를 가지게 되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호(sign)는 이차적 의미작용과정에 있어서 새로운 기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새로운 기표는 이차적 의미작용을 통해 내포적 의미(connetation)를 가지게 된다. 바르뜨에 의하면 일차적 의미작용에서의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나, 이차적 의미작용에서의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비교적·문화적이다. 이차적 의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내포적 의미는 그 문화적 코드를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고, 그들에게는 일차적 의미작용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차적 의미작용에 있어서 기표만을 보고도 자연스럽게 이차적 의미작용까지 이루어져 내포적 의미를 본래의 기표로부터 연상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연상작용이 이미지가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방법이고 역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바르뜨는 말한다.
3. "사오정 시리즈"의 구조주의적 분석
그러면 이제 다시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로 돌아와 "사오정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우선 "사오정 시리즈"에 있어서 기표와 기의는 무엇일까. 일차적 의미작용에 있어서 기표는 "사오정"이란 만화캐릭터이고, 기의는 보라색의 쭈글쭈글한 주름에 누더기 옷을 입고 있으며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동물이다 ("날아라 슈퍼보드" 만화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차적 의미작용을 통해 기표와 기의가 합쳐진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호(sign)="말귀 잘 못 알아듣는 못생긴 동물인 사오정" 은 이차적 의미작용에 있어서 또 다른 기표가 되면서 또 다른 기의를 갖게 되는데 바로 이것을 내연적 의미라고도 한다. 그러면 이 때의 기의는 과연 무엇일까. 이 분석 보고서에서 말하고 싶은 사오정이 가지는 내포적 의미로써의 기의는 '왕따'라는 것이다.
언뜻 "사오정 시리즈"와 '왕따'현상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오정 시리즈"의 특징과 만화영화 속에서 사오정 캐릭터의 특징을 살펴본다면, 유머로써의 "사오정 시리즈"가 얼마나 '왕따'현상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사오정 시리즈"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이 시리즈를 공유하는 계층은 거의 10,20대의 젊은 세대이다. 둘째, "사오정 시리즈"는 주인공 사오정을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금까지 많은 시리즈가 어느 특정 대상을 그 주인공으로 삼아왔지만, '사오정'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띤다. "최불암 시리즈"의 최불암은 그가 친근하고 인기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쓰인 것이고, "덩달이 시리즈"의 덩달이는 하나의 이름이었을 뿐 사오정과 같은 '놀림'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러한 '사오정 시리즈'의 특징은 '왕따'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왕따'현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청소년층이며, 그 현상의 저변에는 '집단의 유지 혹은 쾌락을 위한 희생양으로서 왕따를 선정'하려는 의도가 짙다. 즉, '왕따'와 사오정 모두 집단에서 '대다수를 웃겨줄 바보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따돌림의 방식에서도 폭력이나 갈취보다는 모욕이나 무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오정시리즈"는 '왕따'현상을 대변한다. 또한 "사오정 시리즈"의 출연 시기와 '왕따'현상이 문제시 된 시기는 매우 비슷하다.
다음으로 "날아라, 슈퍼보드"속의 사오정 캐릭터를 살펴보자. 만화 속에서 사오정은 누추한 옷에 우울한 보라색의 주름진 얼굴을 하고 있다. 보라색은 일반적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회적으로 암매장을 당하고 있는 '왕따'의 색깔일 수 있다. 사오정 외의 인물들 - 저팔계, 손오공, 삼장법사 등- 과 달리 사오정은 언제나 자동차 뒷 트렁크에 타서 혼자의 시간을 보낸다. 만화 속에서 사오정의 성격은 남을 신뢰하지 못하며, 자기 중심적이어서 늘 손오공과 마찰을 빚는다. 이처럼 '왕따'와 유사한 사오정의 모습은 바로 우리사회에서 '왕따'의 모습이고, "사오정 시리즈"를 즐겨온 일반 대중들은 만화 캐릭터인 사오정을 '놀림' 또는 유머의 대상으로 희화화 시켜 집단적 따돌림을 해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롤랑 바르뜨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에 의하면 일차적 의미작용은 자연적이나 이차적 의미작용은 지극히 문화적이라고 한다. "사오정 시리즈"의 사오정이 청소년층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는 '왕따'를 대변한다는 것, 즉 "사오정"이란 기표의 이차적 의미작용은 상당히 집단 문화적이다.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일차적 의미작용의 기표인 "사오정"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만화영화의 캐릭터인 쭈글쭈글하고 말귀 못 알아듣는 동물의 모습이 바르뜨의 말처럼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나 "사오정=왕따"로 연상되는 이차적 의미작용은 청소년층 내지는 1,20대의 젊은 층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이다. "사오정 시리즈"가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퍼졌으며, '사오정 시리즈 하나쯤 알고 있어야 신세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여서 당시에는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세대를 구분 짓는 도구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문화적 코드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층 내지는 젊은 층 사이에서 "사오정 시리즈"가 그처럼 유행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 문화적 코드는 무엇인가? 그들이 기성세대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코드는 바로 집단적 따돌림의 문화, 즉 '왕따'문화에 대한 용인이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왕따'현상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될 만큼 넓게 그리고 심각하게 퍼졌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성세대들의 잣대로 그런 그들을 문제화시킨 것이지, 그들 내부에서는 따돌림을 당할 만한 이유가 있는 대상에 대한 당연한 응징이요, 그래서 놀림의 대상이 되는 자연스런 결과물이었다. 정도의 차이를 두고 어디서나 집단 따돌림의 문화는 내재되어있는 것이 그들의 특성이다. 공부를 심하게 못한다거나 또는 공부를 너무 잘해도 왕따가 되고, 자기 주장이 너무 세거나 외모 또는 장애 등 타인과 신체적 차별성을 가져도 왕따의 대상이 된다. 어디든지 나서거나 아는 척 하는 경우, 또는 남들 다 아는 또래 집단의 문화(패션, 음악, 인터넷 등등)를 공유하지 못하면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고 어느 정도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렇게 집단적 따돌림의 문화가 이미 당연스럽게 내재화, 구조화 되어있는 청소년 세대에서 '따돌림, 왕따'의 모습을 대변하는 만화캐릭터 '사오정'이 희화화되어 유머로써 "사오정 시리즈"가 풍미했었다면, 그것은 유머의 대상으로써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세대의 문화적 특수성이 표면화, 구조화되어 드러난 대상으로써 우리는 '사오정'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왕따'현상은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도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꽤 높았었고, 가해자 집단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오정 시리즈"에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어떻게 보면 신체적 결함을 가진 사오정을 희화화 시켜 '놀림'의 대상으로 삼아 따돌림을 시키는 집단은 바로 일반대중이며 자세히 말해 집단적 따돌림의 문화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청소년층이다. 그들은 "사오정 시리즈"를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즐김으로써 왕따에 대한 일반적인 죄의식 내지는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하나의 유머 시리즈로써 '사오정'을 왕따 시키는 것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될 뿐이지, 그 누구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 의식 또한 심각한 수준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바르뜨가 말했듯이 이차적 의미작용에 있어 그 내포적 의미는 청소년 문화코드에 의해 내면화 되도, 비록 "사오정=왕따"로의 의미연상 작용이 자연스럽지 못할지라도 그들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오정 같은 사람은 왕따'라고 인식된다. 그리고 그러한 대상에 대한 특징들은 "사오정 시리즈"에 나타남으로써 왕따의 외형적·행동적 양상들이 자연스럽게 규정된다.
Ⅲ. 결언
유머 시리즈는 80년대 "참새 시리즈"부터 최근의 "사오정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져 왔으며 그것은 시대의식 내지는 특정집단 의식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유머시리즈가 이처럼 한 시대의 단면을 극명히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 분석이나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유행했던 "사오정 시리즈"를 분석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처음 보고서를 시작할 때 제기되었던 의문, 즉 시대적 공백기에 대한 의문의 해답은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 속의 사오정의 외모와 행동 면을 살펴보면서 풀린 것 같다. 사오정의 외모와 행동특성은 왕따와 매우 닮았으며 90년대 말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왕따'문제와 "사오정 시리즈"의 출연시기는 시대적 근접성을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0년대 유행했던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사오정은 90년대 말에 왕따현상의 표면화를 위해 "사오정 유머 시리즈"로 재 구성화 되어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나게 된 데에는 청소년 세대만의 집단적 따돌림, 즉 왕따의 문화가 기성세대에게 나쁘게 인식되면서 더 이상 '왕따'에 대한 집단적 분위기는 드러내놓을 수 없게 되고, 가해자는 죄의식을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사오정 시리즈"는 단지 사오정을 희화화 시켜 일반 대중이 즐김으로써 왕따 문화에 대한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유머 스토리 내에는 왕따의 신체적 행동적 특성들이 특징지어져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롤랑바르뜨의 구조주의학적 분석 틀에서 볼 때, 이러한 왕따 문화가 내면화된 "사오정 시리즈"의 유행(특히 청소년층을 중심으로)은 기표로써 만화영화의 캐릭터인 '사오정'이 일차적·이차적 의미작용을 거쳐 자연스럽게 따돌림당하는 '왕따'를 내포적 의미로써 가지게 된다. 이는 집단적 따돌림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청소년층에게는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것으로 '왕따'현상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문화적 행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오정 시리즈"는 청소년층의 '왕따'문화가 사회적 죄책감으로부터 회피하면서 드러나게 된 집단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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