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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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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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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시리즈, 단순히 즐기기만 할 것인가?
- 최근 10년간 두드러진 유머시리즈의 대두요인과 그 기능 -
■ 서 론
유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웃음을 유발한다. 오늘날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가 좋은 배우자감으로 선택되고, 재미있는 시리즈를 한 두개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필수조건으로 꼽힐 정도로 이 시대에서 유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렇다면 유머란 무엇인가? 유머(humo(u)r)는 어떠한 상황이나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불합리한 것·익살스러운 것·우스꽝스러운 것 따위를 알아차리는 능력, 또는 그런 것을 흔히 인간성과 인간행위 속에 들어있는 근본적으로 부조리한 것으로 나타내려고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머 중에는 개인의 번뜩이는 재치로 인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하는 일회적인 것도 있지만 유머의 특정한 주인공과 소재 및 구성이 한 시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향유되는 형태의 시리즈도 있는데 이를 유머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흘러가는 얘기로 치부할 수 있는 이런 시리즈들에 왜 의미를 부여하고, 배경을 살피며 기능까지 논하는 작업을 하는가? 기본적으로 어떤 유머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렇게 발생한 유머가 우리의 언어생활이나 사회에 어떠한 형태로건 영향을 끼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머 시리즈의 본질과 영향을 잘 이해하여, 좋은 점은 살리면서 나쁜 요소를 추출할 수 있는 능동적인 언어사용의 인식을 기르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셈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를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머 시리즈가 창작되고 향유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리즈를 일일이 분석하고 예를 들기에는 양적 방대함과 변형의 유사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므로 조사의 범위를 한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1990년에서 2000년까지 최근 10여년간 한국이란 공간에서 기존의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배경을 가지는 이야기들은 내용에 따라 분류하고, 각 시리즈가 가지는 배경과 특징을 바탕으로 유머시리즈가 끼치는 여러 기능에 대해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 본 론
1. 최근 10년간(90년대)의 시대적 변화
소개에 앞서 이 시대가 보여준 변화를 조사해 보았다.
왜 1990년대 이후에 초점을 두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겪은 가까운 과거이고, 살고 있는 현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외에도, 1990년대는 산업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가장 극렬하게 표면화된 시대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위한 압축 성장을 이루어온 사회는 전통 세대, 산업화 세대, 정보화 세대라는 세대간 단절을 불러왔고, 외채에 의존한 대기업 경제구조와 정부 주도 관료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사회는 중앙화와 수직 계열화라는 인위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다양화와 평등, 개성이라는 측면을 무시해버리는 획일적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역적 부의 불평등한 분배로 인해 발생한 지역 감정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되어 남아있고, 선성장 후분배라는 구도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의 성과물을 독식한 기득권층은 과소비와 도덕적 타락의 전형으로서 한국의 대다수 서민들에게 정신적인 허탈감을 안겨 주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유머의 전파 속도와 범위 및 사회적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학가에서 주로 술좌석이나 화장실, 강의실, 미팅 장소 등을 통해 점진적인 전파 경향을 보이다가 특히 재미가 있는 특수한 유머물의 경우 대중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파되곤 하였다. 그래서 하나의 시리즈가 전국적으로 파급되는데는 2∼3년의 기간을 필요로 하였고 자연히 유머의 등장과 유행 소멸까지의 기간도 2∼3년 이상이 소요되었는데 참새 시리즈와 같은 시리즈물은 자유당 말기에 등장하여 90년대 들어서기까지 30년 이상을 대중과 함께 하였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유머의 주된 생산과 전파 공간은 PC통신의 유머란과 대화방으로 옮겨졌고, 유머 창작 향유층 역시 PC통신에 주로 접속하는 10대 후반과 대학생 및 30대 전후에 해당되는 네티즌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유머의 창작층이 대학생들에 한정되었던 80년대에 비해 90년대의 유머는 창작과 전파, 향유층이 더욱 넓어졌고 더 다양한 유머가 생성되게 되었다.
2. 최근 10년간 유머시리즈의 연구
80년대 유머의 주된 소재는 정치인 풍자와 음담패설이었다. 참새 시리즈는 가장 대표적인 유머시리즈물이었고, 명사 시리즈, 돌 시리즈, 준말 시리즈, 식인종 시리즈, 아이큐 시리즈, 개구리 시리즈 기타 흥부와 놀부, 생쥐, 호박, 드라큐라, 정신병자, 컴퓨터, 죽음, 카, 나와 너, 죄와 벌, 유언, 부모와 자녀, 뚱보, 대머리, 올림픽, 도박, 선거, 데모, 북한, 군인, 부부, 공처가, 스승과 제자, 시험, 에이즈, 버스, 미팅, 의사, 학점, 소개에 앞서 이 시대가 보여준 변화를 조사해 보았다. 스포츠, 노처녀와 노총각, 술, 종교, 가사, 담배 시리즈 등이 있었다.
90년대에도 80년대와 마찬가지로 정치 풍자 시리즈가 창작 향유된다. 노태우 시리즈와 전두환 시리즈, YS 시리즈, DJ 시리즈는 대표적인 정치 풍자 시리즈이다. 그리고 섹스 시리즈 역시 공통적으로 지속되는 시리즈물이다. 그러나 유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상당수 줄었다. 구체적으로 유머 시리즈물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91년도에는 방귀·군인·바보·스승과 제자·건망증·람보·말놀이·사제·의사·할아버지와 할머니·알쏭달쏭 시리즈가 생겨났고, 92년도에는 코끼리·저승·연예인·과소비·인신매매·허무·최불암 시리즈가 생겨났으며, 93년도에는 김영삼·휴거·오렌지·전임 대통령·구두쇠·죄수·경찰관·재벌·공해·연극과 영화·노사연·대발이·샐러리맨·사투리·거지·맹구와 영구 시리즈가 생겨났다. 그리고 94년도에는 재산공개와 실명제·엄마 나∼맞아?·사정·파트라슈·공포·남과 여·자동차·덩달이 시리즈가 새롭게 생겨났다. 95년에는 간 큰 남자·무서워·용서 받지 못할 자·컴퓨터·삐삐 시리즈가 새롭게 등장했다. 97년도에는 IMF·펩시맨·현철·박찬호·명퇴·백수 시리즈가 새롭게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 조폭 시리즈와 삼행시 시리즈, 문자메세지 시리즈, 허준 시리즈 등도 유행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시리즈물을 내용에 따라 구분한 뒤 각 시리즈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내용에 따른 분류
유머 시리즈의 내용은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90년대의 유머의 대표적인 요소를 함축할 수 있는 특징을 네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물론 아래의 네 가지 특징은 독자적인 하나의 90년대 통신 유머의 하위 장르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썰렁함과 허무함' 정체성에 대한 탐구' '나르시시즘'은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이며 90년대 유머의 가장 중심적인 요소이다.
썰렁함과 허무함
썰렁 시리즈는 물론 유머 시리즈의 독특한 하나의 장르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유머 시리즈중의 하나의 하위 장르로서의 썰렁 시리즈가 아닌 90년대 유머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서의 썰렁함이다. 최불암 시리즈로부터 덩달이, 만득이, 사오정 할 것 없이 90년대 대부분의 유머는 썰렁함을 특징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신세대 사이에 썰렁한 유머가 유행하는 것은 신세대들이 경험하는 현대 사회가 그만큼 썰렁하다는 의미이며 구세대와의 관계뿐 아니라 또래 집단간의 관계도 그만큼 썰렁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서정범은 '웃을 일도 박수칠 일도 별로 없는 냉소적 세태의 반영'으로 보고 있다. 신경정신학자들은 웃음과 농담이란 희귀함에서 비롯되는데, 오늘날처럼 성이나 폭력이 과도한 자극을 주다보면 오히려 지나친 자극에 지쳐 인간의 감각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비자극적인 것이 웃음의 소재가 된다고 심리적 해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극의 극대화로 인한 자극의 무감각화와 썰렁한 세대간, 집단간의 왜곡된 관계에서 썰렁 시리즈의 등장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허무함은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
엄마 나∼ 맞아 시리즈는 93년 초겨울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유머시리즈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새끼와 어미의 대화가 기본적인 틀을 이루고 있는 유머시리즈물이었다. 자신의 존재 확인을 통해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미를 지닌 이 유머는 결말 부분에는 반드시 반전 부분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는, 단순하지만 매우 풍자성이 높은 유머시리즈물이었다. 오리의 유전적 형질을 지녔으면서도 닭살이 돋는다는 것, 돼지새끼이면서도 순대가 먹고 싶다는 이 시리즈는 기존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한 신세대의 저항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시리즈물로 읽혀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엄마 나∼맞아 시리즈에는 사물에 대해 다른 반응 양식을 지닌 신세대들의 기성세대와의 차별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리즈에서 결론의 반전은 언어적인 유사성이나 일반화된 관용어구의 뒤틀림으로 이끌어진다. 우리는 최근에 유행하는 삼행시 시리즈에서 이러한 뒤틀림의 반전을 볼 수도 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무관심
나르시시즘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일부 한국인 자신의 유전적 원형으로서 자기 현시욕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또는 경쟁이 극심하고 어떻게 해서든 우열을 가리려는 사회 분위기, 과정보다는 성취결과, 그리고 내용보다는 외양에 의해 판단하는 현 사회풍조에서 원인을 찾는 접근방법도 있다. 95년도와 96년도는 탤런트 김자옥과 여고생 중심의 공주병이 유행을 했었으나 97년도 한보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숨겨진 왕자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써 공주병보다 더 크게 왕자병이 유행하게 되었다. 왕자병 전염의 주인공은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로서 일개 자연인에 불과한 김씨가 마치 조선시대 왕자처럼 김영삼 정부의 4년간 내각 각료의 임명권을 독식하다시피한 일례를 통해 민주주의 시대에 아직도 대통령의 아들이 그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봉건적 신분제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왕자병은 한동안 김현철 시리즈와 상호 관련을 맺으면서 발달하였다.
즉 대중매체의 발달에 의한 새로운 대중공동체 의식의 확산이 와전되어 전통적 사회화 기관의 역할을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매체들의 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수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는 대중들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하는데서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소속감의 부재로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들은 광고나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려한 삶의 이미지에 대한 기대와 그 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중스타들과의 자기 동일시에서 '나'에게 결핍된 부분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상과 같은 미디어에 의한 나르시시즘의 조장이야말로 현대를 자기만이 존재하고 타인은 존재치 않는 세계로 보는 나르시시즘적 주인공을 소재로 하는 유머를 발생시킨 근본적 이유라 할 수 있다.
2) 각 시리즈물의 분석
유머시리즈물은 어떤 장르보다도 대중의 집단 창작과 전파 향유가 잘 이루어지고 집단적인 망각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머의 탄생과 전개, 전성기, 사멸의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유머는 실생활에서 우연하게 만들어져 집단창작 형태로 구전된다. 그리고 라디오, 텔레비전, PC통신, 인터넷 등의 자양분 속에서 하루아침에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기도 한다. 유머에 자양분을 끊임없이 주는 사람들의 세대는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이러한 유머의 유통과정 속에서는 이전에 나왔던 유머는 물론, 광고, 방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결합하여 가지치기가 된 이야기의 다양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한창 전성기를 맞게 되는 유머는 평범한 일상인 위에 군림하기도 하다가 그 유머를 모르는 인구가 거의 없어져 유머가 호소력을 지니는 인구집단이 소멸되면 최후를 맞게 된다. 주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하여 말장난이나 단순 패턴을 지닌 유머일수록 수명이 짧고, 의미있고 등장인물의 지명도가 높거나 패턴이 다양한 것이 수명이 길다고 한다.
이러한 유머의 일생주기를 볼 때 유머의 가장 전형을 살펴보고 90년대 유머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주제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장수를 한 캐릭터 시리즈들인 최불암 시리즈와 덩달이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를 살펴보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최근에 들어 유행하고 있는 조폭시리즈나 문자메일시리즈, 삼행시 시리즈, 허준시리즈 등에 대해 알아보겠다.
최불암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는 지난 1991년 통신 유머란에 등장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통신 유머의 대표적인 유머 시리즈물이다. 사회적 배경으로는 정치적 허무주의가 최고조로 달하기 시작한 노태우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에 등장했으며, 최불암(본명 최영한) 개인적으로는 정주영 국민당 총재의 입당권유에 따라 14대 국회의원으로 출마 30년 연기자로서의 길을 이탈하여 정치적 외도를 하며 기존의 최불암의 고유 이미지로 볼 때는 매우 파격적인 CF 홍삼원 광고에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서정범에 의하면 최불암 시리즈는 1991년 한 해 동안에 357편이 생겨나는 등 지금까지 속어 발달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은 작품이 만들어져 가장 광범위한 대중의 호응을 얻어낸 그 양과 질적 수준에 있어 사상 최고의 유머시리즈물이라 한다.
최불암 시리즈는 단순히 이전의 어떠한 유머 시리즈의 변형이나 그 시리즈에 기반을 두고 발전 전개해온 양식이 아닌 가부장권에 대한 풍자의식이 생성된 90년대 초반에 최불암의 기호를 풍자함을 통하여 이 시대의 가부장 중심주의를 해체하고자 하는 문화 운동의 연장에서 발생된 사회적 운동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최불암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불암은 단순히 람보나 음담패설에 등장하는 마을 이장의 성격뿐만이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풍자의 대상이 된 모든 인물들의 특징을 고루게 갖추고 있다.
일단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최불암의 이미지는 가장 전형적인 한국 가정의 가장을 의미한다. 즉 한국 대가족 사회의 전형적인 유교 가문에 있어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 속에서 최불암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 즉 정보화 사회를 쫓아가지 가지 못하고 개발독재 시대로 내려앉게 된 현재 시대적 퇴출물인 기성 세대들의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성도착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파리가 먹은 자장면까지도 뱉어내게 만드는 악랄한 착취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덩달이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는 최초 1994년도에 등장하여 1995년 본격적으로 PC통신인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1995년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해였다. 국제적으로는 지구 전체의 단일 경제권 형성을 가속화시키는 WTO체제가 출범하였고, 일본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였으며 국내에서는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건과 삼풍백화점 대참사가 발생하였으며 전직 대통령인 전,노씨의 구속이라는 민주주의의 혁명적인 사건이 충격을 더했다.
덩달이 시리즈의 인물구성은 지극히 문학적이다. 덩달이 시리즈에는 크게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덩달이라는 학생을 주인물로 하여 과제를 부여하는 선생님과, 그 과제를 도와주는 할머니가 주요 인물이다.
덩달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구성도 발단-전개-갈등-결말로서 철저히 구분된다. 또한 덩달이 시리즈의 진행틀은 언제나 하나의 일정한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선생님이 작문 숙제를 내 주면 덩달이는 그 작문 숙제를 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할머니가 우연하게 던진 말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엉터리로 과제물을 해 간다. 덩달이 시리즈에 있어 청자에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부분은 언제나 덩달이가 글짓기 과제물로 작성한 엉터리 문장들 때문이다. 덩달이 문법은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무화시키는 문법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문법에게서 비속하다고 치부되었던 지방 사투리와 가변적인 가벼운 것이라 규정되어오던 젊은이들의 구어적 사고방식, 그리고 비주체적이라 일컬어지던 외래어가 절묘하게 공존한다.
이러한 공존은 결국 한국에 있어 서울의 교양있는 중류계층의 언어인 표준어 역시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지방어로 전락될 뿐이며, 오히려 비주체적 언어라 일컬어지던 영어가 세계의 표준어로 도래하며, 그 동안 비속한 언어로 망각되어온 사투리가 자연적인 우리의 얼을 담고 있는 언어였다는 점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존의 시도인 것이다.
만득이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는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한총련 사태, OECD 가입 등으로 한창 어수선했던 1996년 PC 통신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한 멀티미디어형 유머 시리즈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청년세대들과 함께 웃음을 공유할 수 없는 유머가 바로 만득이 시리즈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들은 만득이 시리즈를 들었을 때 허무감이나 난해함을 느낀다. 따라서 흔히 신세대들은 만득이 시리즈의 이해 수준에 따라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만득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만득이와 귀신 둘로 나뉘어 진다. 늦동이로 태어난 만득이를 처녀귀신이 좋아해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 내용으로 만득이를 계속 따라다니는 귀신은 만득이의 가학적 폭력에 늘 노출되면서도 언제나 다시금 만득이의 뒤에 나타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신세대들의 좌절감과 허무주의적인 현실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것은 다른 데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상실'의 반영이다. 사람들은 현대를 상실의 시대라고 하면서 무엇을 상실했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며 살고있다. 또한, 만득이 시리즈에는 유난히도 보여주기식 유머가 많은데, 즉 화자는 단순히 문자의 전달 이외에도, 행동이나 의성어등을 사용해서 흉내를 내어야 웃음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오정 시리즈
사오정은 중국의 고대소설 《서유기》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패러디한 KBS TV의 90년 허영만 원작의 국산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처음 나왔을 때는 단지 조연급에 불과하였으나 지난해인 99년 초까지 통신 유머속의 스타로서 만화영화에 익숙한 신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사오정 시리즈는 97년도의 IMF사태가 있은 후에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97년도는 한보사태와 김현철 커넥션, 이회창 후보 자제의 병역기피, 기아사태와 강경식 전경제부총리의 거짓 발언 등 일종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일단 문민정부의 대표자 김영삼 대통령의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적인 정치 스타일은 이미 모든 국민이 알고 있고,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연일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고 동남아 통화위기가 재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 기본 여건이 건실하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던 강경식 총리의 발언은 사오정의 익숙한 어법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또한 국민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마음은 월드컵 열기에 빠져 온통 관심은 한일전의 승부와 프랑스 월드컵 축구 예선에만 있었다. 그러한 97년도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오늘날 사오정 시리즈의 등장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사오정 시리즈를 성립시키는 핵심적인 것은 현대인의 자기 중심성과 의사 소통의 불가능성이다. 대화의 단절과 타인의 이야기를 제멋대로 해석하기는 수없이 등장하는 사오정 시리즈의 공통분모이다. 대화의 단절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대간의 대화 단절이다. 신세대들은 흔히 기성세대를 '가는귀먹은 사오정'에 비유한다. 또한 PC 통신에는 '우리 엄마 혹은 담임은 사오정'이라는 글이 오르곤 했다.
사오정 시리즈는 단지 정치인과 재벌 및 일부 특권층에 대해서만 풍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신세대를 동시에 희화화하고 있으며 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모두 작은 불법을 저지르고 규칙을 어기는 우리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뿌리깊은 고질병을 풍자한다. 특히 IMF 이후 만연되고 있는 계층간 갈등과 의사 소통 부재를 풍자하는 것이 사오정 시리즈의 핵심적인 주제이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단순한 오락하나로 보기에는 그 힘이 실로 엄청났다. 1998년부터 게임방의 열풍을 일으켰고, 프로 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을 창출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밤을 지새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에 더불어 많은 유머시리즈 물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게임을 실제로 접해보지 않았거나, 유닛의 명칭과 기능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완전한 암호일 뿐이다. 이 시리즈물의 등장은 세대차 뿐 아니라, 같은 세대라도 매니아와 일반인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 시리즈의 형식은 이전의 시리즈물을 차용한 경우가 많으나 언어의 측면에서는 외래어의 사용이 과다한 특징을 보인다.
조폭시리즈
최근 들어 과장된 몸짓과 말투의 흉내와 함께 대중매체를 타고 그 종류가 부쩍 늘고 있는 형태이다. 왠만한 토크쇼에서 하루에 한 두개씩 만들어지고 삼행시 시리즈 등과 결탁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시리즈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문헌이 없으나 그 시초를 홍콩느와르 영화가 범람하던 80년대 후반에서 찾을 수 있겠다. 주윤발, 장국영등이 어두운 세계에서 의리란 미덕을 끌어낸 뒤, 소설과 영화, 드라마 그리고, 코미디 프로를 통해 "조직"이라는 집단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90년대 후반 "왕초"라는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대중성이 더욱 강해졌다.
즉 폭력이나 냉혹함보다 의리나 지순한 사랑이 부풀려지고, 거기에 코믹함의 요소가 첨부되어 거부감이 줄었다.
또한, 어지러운 사회와 더불어 인기를 누리는 영웅론의 영향으로 피해의식을 갖고 사는 일반 서민에게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본질은 거부하면서도 재창조된 유머는 즐기게 되는 이중적인 구조를 낳게 된 것이다.
문자 메시지 시리즈와 삼행시 시리즈
"지금은 친구지만 10년 뒤 나는 너를 이렇게 부르고 싶어 여보..........게 친구야!"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이쁘니?" "울렁거린다 .얘야. 머리 치워라!"
은밀히 말한다면 위의 두 시리즈를 유머 시리즈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특정한 주인공이나 소재가 없이 구성에만 중점을 둔 언어유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통신가와 대중매체를 통해 어느정도 대중성이 확보되었으므로 그 내용을 약간 다루어 보았다.
2000년 봄부터 인터넷과 통신 등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자메세지 시리즈는 내용에 따라 앞서 분류한 것 중에서 "썰렁함"에 포함될 수 있다. 언제나 달콤한 사랑의 밀어 같이 시작해서 결말은 무의미와 허망함으로 끝맺게 되기 때문이다. . 이러한 시리즈 역시 신세대의 기성세대가 흉내낼 수 없는 순발력과 고도의 섬세한 감각이 낳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삼행시 시리즈의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그 종류가 부쩍 늘었다. 쉬운 자작성과 , 기존의 의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신세대적인 사고가 이러한 시리즈의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허준 시리즈
7월에 종영예정인 "허준"의 인기는 블랙 먼데이로 불린 4/17일에 녹초가 된 투자자까지도 TV앞에 앉게 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가 유머시리즈로 향유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CF나 코미디쇼, 유명 연예인이 유머시리즈의 대상이 되는 것은 멀티미디어가 새로운 사이버 공동체를 이끄는 오늘날,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탈 장르"라는 특성 때문이다. 전통의학과 사극, 개그와 스릴러등의 여러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시청자의 다양한 구미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이전에 TV에 기반을 둔 시리즈보다 폭넓게 사랑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리즈는 거의 그 프로그램의 종료와 함께 그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독특한 cf나 자극적인 멘트가 늘어 다양한 시리즈가 많이 생겨나지만, 그 수명이 짧고, 이전의 형식에 주제만 바꿔서 끼워넣기식으로 변형된 시리즈도 늘고 있다.
3. 유머의 순기능과 역기능
이제 이러한 유머시리즈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자.
1) 순기능
유머시리즈는 개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현대는 표면적으로는 풍요와 행복의 시대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회적 억압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렇게 복잡하고 억압된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웃음이라는 매개체로 해소하기 위한 필수도구가 유머이다.
이러한 유머의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웃음과 신체의 관계가 과학적으로 측정되었다. 서울 분당 차병원에 의뢰해 코믹 비디오를 1시간 정도 시청토록 한 후에 얼굴의 세 곳을 골라 체온을 재어보았더니 놀랍게도 1.5∼3도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신진대사가 왕성하게 일어난 결과로 풀이하였고, 술을 마시고 난 후 체온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설명이다.
유머 시리즈는 사회 유대 관계를 강화시킨다.
일찍이 프로이드는 "유머와 의식의 관계"에서 유머가 사회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유머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구성원간의 친근감을 강화하여 상급자에겐 통솔력의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다.
유머시리즈는 부정과 비리에 대한 풍자기능을 갖는다.
오래된 유머의 단골메뉴이고 최근에는 사오정 시리즈로 변형되어 공감대를 더욱 넓혀가는 것이 "정치판"이라는 소재이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처음에는 영웅적인 인물로 부추겨지다가 실망과 분노로 마무리되는 역대 대통령 시리즈나, 무노동 유임금에 각종 비리의 온상인 국회에 대한 우리의 적대적 감정이 풍자에 의해 해소되고, 긴장감은 이완되어 진다.
유머 시리즈는 그 사회의 리트머스 종이이다.
우리가 고려속요를 통해 고려시대 서민의 모습 유추하는 것처럼 유머시리즈는 그 사회나 특정 집단의 모습을 반영한다.
경제적 위기가 왔을 때 등장한 IMF 시리즈, 실직자 시리즈나 가부장적인 권위의 실추를 보여주는 최불암시리즈 등을 통해 그 사회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인에 대해 혹은 해결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유머 시리즈를 통해 일상에서의 글쓰기가 가까워졌다.
PC 통신의 가상적인 공간이 90년대, 창작과 전파 향유의 주된 공간으로 전환함에 따라 공간의 개방성과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창작 담당층의 확대가 가속화되고, 실시간의 사용으로 인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특히 유머의 경우 개인이 그 시리즈의 흐름을 파악하고 약간의 재치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유머시리즈를 통해 일상으로서의 글쓰기가 가까워졌다.
2) 역기능
웃음마저도 획일화된다.
어떤 시리즈가 대중성을 확보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면 유머는 그 영향력이 막강해져서 마치 그 유머를 모르거나 듣고서 웃지 않는 사람은 유행에 뒤쳐지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수에게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우습지 않아도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지함이 설자리가 사라져버리는 역기능이 생성되는 것이다
세대차이의 벽을 더욱 두텁게 한다.
기성세대에게 있어 썰렁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유머도 아니고 의미있는 내용도 아니므로 신세대들의 대화 내용과 웃음의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말 같지 않은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무의미와 허망한 얘기가 많을수록 더욱 재미있는 유머가 된다는 점은 기성세대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므로 세대간의 간격을 더욱 심화시킨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앞서 든 예로 든 최불암 시리즈에서 공격당한 것은 최불암 개인이 아니라 최불암으로 상징되는 기성세대였다. 하지만 기성 세대가 모두 보수적인 것은 아니고, 신세대라고 해서 모두 기존의 권위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닌데, 많은 시리즈물이 흑백논리의 견지에서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런 의식이 퍼지면 세대차에 의한 단절감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인한 인간성을 파괴한다.
위의 내용이 좀더 확장된 개념이나 연예인이 유머시리즈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인기를 반영하는 결과겠지만 그 시리즈가 지나치게 인신공격으로 흐르게 되면 그 사람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신체적 특징을 꼬집고 마치 성도착증. 환자인양 몰게 되면 무비판적인 사회 구성원은 그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여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90년대 초 노사연씨의 법정 소송 사건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엿볼 수 있다.
사회약자 계층에 대한 왕따적 현상이 생겨난다.
사오정 시리즈 중에 이런 것이 있다.
-- 한 아이가 집에 가서 아버지와 이야기한다.
"아빠, 아빠 사오정 얘기 알아요? 이거 재밌는데," "사오정이 어떤 앤데?" "에이 참 있잖아요. 귀가 잘 안들려서 맨날 실수하는 애" "그런 애 놀리면 못쓴다." --
물론 세대차에 의한 의미단절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오정 시리즈의 인기가 고조되었을 때, 정신박약이나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귀에 이상이 생긴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약자를 보호해주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다리 걸어 넘어뜨리고 짓밟는 식의 유머시리즈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유머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
유머시리즈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 유포되는 경우 여론이 조장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편협한 사고를 심어 줄 수 있다. 이것은 상품에 있어서는 자기 회사 상품을 선전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깎아 내리는데 이용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특정 후보의 입지를 굳히거나 흔드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전 대통령 선거 때 갑자기 쏟아진 후보들의 시리즈나(YS, JP, DJ) 근원은 알 수 없는 티코시리즈, OB라거 시리즈 등에서 이러한 사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 결 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머시리즈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욕구충족의 단계를 넘어 사회상을 반영하고 사회의 구성인인 개인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의 유머는 창작과 전파 향유층이 넓어져 다양한 유머가 생성되게 되었으나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PC통신과 인터넷의 주된 사용자란 점에서 여전히 대학가가 유머의 생산과 향유에 있어 중요한 공간이란 사실이다. 최근의 유머시리즈는 수적으로는 방대하지만, 그 내용에는 힘이 없다. 내용에 힘이 없으면 웃음에도 힘이 있을 수 없다. 건강한 웃음이 없이 건강한 정서를 가지기는 힘들다. 다시말해 물 속에 쓸데없는 영양분이 많으면 산소가 부족해지는 법이다.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언어에 말장난이 너무 가득하면 정서는 올곳에 서 있을 수 없다. 검열의 칼날이 없는 사이버 공간의 일이라서 방관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우스운 이야기라고 친구, 연인에게 전해 주기 전에 나름대로 이 시리즈가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호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더 '살만한' 곳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최근 10년간 두드러진 유머시리즈의 대두요인과 그 기능 -
■ 서 론
유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웃음을 유발한다. 오늘날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가 좋은 배우자감으로 선택되고, 재미있는 시리즈를 한 두개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필수조건으로 꼽힐 정도로 이 시대에서 유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렇다면 유머란 무엇인가? 유머(humo(u)r)는 어떠한 상황이나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불합리한 것·익살스러운 것·우스꽝스러운 것 따위를 알아차리는 능력, 또는 그런 것을 흔히 인간성과 인간행위 속에 들어있는 근본적으로 부조리한 것으로 나타내려고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머 중에는 개인의 번뜩이는 재치로 인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하는 일회적인 것도 있지만 유머의 특정한 주인공과 소재 및 구성이 한 시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향유되는 형태의 시리즈도 있는데 이를 유머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흘러가는 얘기로 치부할 수 있는 이런 시리즈들에 왜 의미를 부여하고, 배경을 살피며 기능까지 논하는 작업을 하는가? 기본적으로 어떤 유머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렇게 발생한 유머가 우리의 언어생활이나 사회에 어떠한 형태로건 영향을 끼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머 시리즈의 본질과 영향을 잘 이해하여, 좋은 점은 살리면서 나쁜 요소를 추출할 수 있는 능동적인 언어사용의 인식을 기르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셈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를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머 시리즈가 창작되고 향유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리즈를 일일이 분석하고 예를 들기에는 양적 방대함과 변형의 유사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므로 조사의 범위를 한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1990년에서 2000년까지 최근 10여년간 한국이란 공간에서 기존의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배경을 가지는 이야기들은 내용에 따라 분류하고, 각 시리즈가 가지는 배경과 특징을 바탕으로 유머시리즈가 끼치는 여러 기능에 대해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 본 론
1. 최근 10년간(90년대)의 시대적 변화
소개에 앞서 이 시대가 보여준 변화를 조사해 보았다.
왜 1990년대 이후에 초점을 두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겪은 가까운 과거이고, 살고 있는 현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외에도, 1990년대는 산업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가장 극렬하게 표면화된 시대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위한 압축 성장을 이루어온 사회는 전통 세대, 산업화 세대, 정보화 세대라는 세대간 단절을 불러왔고, 외채에 의존한 대기업 경제구조와 정부 주도 관료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사회는 중앙화와 수직 계열화라는 인위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다양화와 평등, 개성이라는 측면을 무시해버리는 획일적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역적 부의 불평등한 분배로 인해 발생한 지역 감정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되어 남아있고, 선성장 후분배라는 구도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의 성과물을 독식한 기득권층은 과소비와 도덕적 타락의 전형으로서 한국의 대다수 서민들에게 정신적인 허탈감을 안겨 주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유머의 전파 속도와 범위 및 사회적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학가에서 주로 술좌석이나 화장실, 강의실, 미팅 장소 등을 통해 점진적인 전파 경향을 보이다가 특히 재미가 있는 특수한 유머물의 경우 대중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파되곤 하였다. 그래서 하나의 시리즈가 전국적으로 파급되는데는 2∼3년의 기간을 필요로 하였고 자연히 유머의 등장과 유행 소멸까지의 기간도 2∼3년 이상이 소요되었는데 참새 시리즈와 같은 시리즈물은 자유당 말기에 등장하여 90년대 들어서기까지 30년 이상을 대중과 함께 하였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유머의 주된 생산과 전파 공간은 PC통신의 유머란과 대화방으로 옮겨졌고, 유머 창작 향유층 역시 PC통신에 주로 접속하는 10대 후반과 대학생 및 30대 전후에 해당되는 네티즌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유머의 창작층이 대학생들에 한정되었던 80년대에 비해 90년대의 유머는 창작과 전파, 향유층이 더욱 넓어졌고 더 다양한 유머가 생성되게 되었다.
2. 최근 10년간 유머시리즈의 연구
80년대 유머의 주된 소재는 정치인 풍자와 음담패설이었다. 참새 시리즈는 가장 대표적인 유머시리즈물이었고, 명사 시리즈, 돌 시리즈, 준말 시리즈, 식인종 시리즈, 아이큐 시리즈, 개구리 시리즈 기타 흥부와 놀부, 생쥐, 호박, 드라큐라, 정신병자, 컴퓨터, 죽음, 카, 나와 너, 죄와 벌, 유언, 부모와 자녀, 뚱보, 대머리, 올림픽, 도박, 선거, 데모, 북한, 군인, 부부, 공처가, 스승과 제자, 시험, 에이즈, 버스, 미팅, 의사, 학점, 소개에 앞서 이 시대가 보여준 변화를 조사해 보았다. 스포츠, 노처녀와 노총각, 술, 종교, 가사, 담배 시리즈 등이 있었다.
90년대에도 80년대와 마찬가지로 정치 풍자 시리즈가 창작 향유된다. 노태우 시리즈와 전두환 시리즈, YS 시리즈, DJ 시리즈는 대표적인 정치 풍자 시리즈이다. 그리고 섹스 시리즈 역시 공통적으로 지속되는 시리즈물이다. 그러나 유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상당수 줄었다. 구체적으로 유머 시리즈물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91년도에는 방귀·군인·바보·스승과 제자·건망증·람보·말놀이·사제·의사·할아버지와 할머니·알쏭달쏭 시리즈가 생겨났고, 92년도에는 코끼리·저승·연예인·과소비·인신매매·허무·최불암 시리즈가 생겨났으며, 93년도에는 김영삼·휴거·오렌지·전임 대통령·구두쇠·죄수·경찰관·재벌·공해·연극과 영화·노사연·대발이·샐러리맨·사투리·거지·맹구와 영구 시리즈가 생겨났다. 그리고 94년도에는 재산공개와 실명제·엄마 나∼맞아?·사정·파트라슈·공포·남과 여·자동차·덩달이 시리즈가 새롭게 생겨났다. 95년에는 간 큰 남자·무서워·용서 받지 못할 자·컴퓨터·삐삐 시리즈가 새롭게 등장했다. 97년도에는 IMF·펩시맨·현철·박찬호·명퇴·백수 시리즈가 새롭게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 조폭 시리즈와 삼행시 시리즈, 문자메세지 시리즈, 허준 시리즈 등도 유행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시리즈물을 내용에 따라 구분한 뒤 각 시리즈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내용에 따른 분류
유머 시리즈의 내용은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90년대의 유머의 대표적인 요소를 함축할 수 있는 특징을 네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물론 아래의 네 가지 특징은 독자적인 하나의 90년대 통신 유머의 하위 장르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썰렁함과 허무함' 정체성에 대한 탐구' '나르시시즘'은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이며 90년대 유머의 가장 중심적인 요소이다.
썰렁함과 허무함
썰렁 시리즈는 물론 유머 시리즈의 독특한 하나의 장르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유머 시리즈중의 하나의 하위 장르로서의 썰렁 시리즈가 아닌 90년대 유머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서의 썰렁함이다. 최불암 시리즈로부터 덩달이, 만득이, 사오정 할 것 없이 90년대 대부분의 유머는 썰렁함을 특징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신세대 사이에 썰렁한 유머가 유행하는 것은 신세대들이 경험하는 현대 사회가 그만큼 썰렁하다는 의미이며 구세대와의 관계뿐 아니라 또래 집단간의 관계도 그만큼 썰렁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서정범은 '웃을 일도 박수칠 일도 별로 없는 냉소적 세태의 반영'으로 보고 있다. 신경정신학자들은 웃음과 농담이란 희귀함에서 비롯되는데, 오늘날처럼 성이나 폭력이 과도한 자극을 주다보면 오히려 지나친 자극에 지쳐 인간의 감각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비자극적인 것이 웃음의 소재가 된다고 심리적 해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극의 극대화로 인한 자극의 무감각화와 썰렁한 세대간, 집단간의 왜곡된 관계에서 썰렁 시리즈의 등장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허무함은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
엄마 나∼ 맞아 시리즈는 93년 초겨울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유머시리즈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새끼와 어미의 대화가 기본적인 틀을 이루고 있는 유머시리즈물이었다. 자신의 존재 확인을 통해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미를 지닌 이 유머는 결말 부분에는 반드시 반전 부분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는, 단순하지만 매우 풍자성이 높은 유머시리즈물이었다. 오리의 유전적 형질을 지녔으면서도 닭살이 돋는다는 것, 돼지새끼이면서도 순대가 먹고 싶다는 이 시리즈는 기존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한 신세대의 저항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시리즈물로 읽혀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엄마 나∼맞아 시리즈에는 사물에 대해 다른 반응 양식을 지닌 신세대들의 기성세대와의 차별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리즈에서 결론의 반전은 언어적인 유사성이나 일반화된 관용어구의 뒤틀림으로 이끌어진다. 우리는 최근에 유행하는 삼행시 시리즈에서 이러한 뒤틀림의 반전을 볼 수도 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무관심
나르시시즘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일부 한국인 자신의 유전적 원형으로서 자기 현시욕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또는 경쟁이 극심하고 어떻게 해서든 우열을 가리려는 사회 분위기, 과정보다는 성취결과, 그리고 내용보다는 외양에 의해 판단하는 현 사회풍조에서 원인을 찾는 접근방법도 있다. 95년도와 96년도는 탤런트 김자옥과 여고생 중심의 공주병이 유행을 했었으나 97년도 한보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숨겨진 왕자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써 공주병보다 더 크게 왕자병이 유행하게 되었다. 왕자병 전염의 주인공은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로서 일개 자연인에 불과한 김씨가 마치 조선시대 왕자처럼 김영삼 정부의 4년간 내각 각료의 임명권을 독식하다시피한 일례를 통해 민주주의 시대에 아직도 대통령의 아들이 그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봉건적 신분제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왕자병은 한동안 김현철 시리즈와 상호 관련을 맺으면서 발달하였다.
즉 대중매체의 발달에 의한 새로운 대중공동체 의식의 확산이 와전되어 전통적 사회화 기관의 역할을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매체들의 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수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는 대중들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하는데서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소속감의 부재로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들은 광고나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려한 삶의 이미지에 대한 기대와 그 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중스타들과의 자기 동일시에서 '나'에게 결핍된 부분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상과 같은 미디어에 의한 나르시시즘의 조장이야말로 현대를 자기만이 존재하고 타인은 존재치 않는 세계로 보는 나르시시즘적 주인공을 소재로 하는 유머를 발생시킨 근본적 이유라 할 수 있다.
2) 각 시리즈물의 분석
유머시리즈물은 어떤 장르보다도 대중의 집단 창작과 전파 향유가 잘 이루어지고 집단적인 망각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머의 탄생과 전개, 전성기, 사멸의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유머는 실생활에서 우연하게 만들어져 집단창작 형태로 구전된다. 그리고 라디오, 텔레비전, PC통신, 인터넷 등의 자양분 속에서 하루아침에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기도 한다. 유머에 자양분을 끊임없이 주는 사람들의 세대는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이러한 유머의 유통과정 속에서는 이전에 나왔던 유머는 물론, 광고, 방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결합하여 가지치기가 된 이야기의 다양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한창 전성기를 맞게 되는 유머는 평범한 일상인 위에 군림하기도 하다가 그 유머를 모르는 인구가 거의 없어져 유머가 호소력을 지니는 인구집단이 소멸되면 최후를 맞게 된다. 주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하여 말장난이나 단순 패턴을 지닌 유머일수록 수명이 짧고, 의미있고 등장인물의 지명도가 높거나 패턴이 다양한 것이 수명이 길다고 한다.
이러한 유머의 일생주기를 볼 때 유머의 가장 전형을 살펴보고 90년대 유머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주제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장수를 한 캐릭터 시리즈들인 최불암 시리즈와 덩달이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를 살펴보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최근에 들어 유행하고 있는 조폭시리즈나 문자메일시리즈, 삼행시 시리즈, 허준시리즈 등에 대해 알아보겠다.
최불암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는 지난 1991년 통신 유머란에 등장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통신 유머의 대표적인 유머 시리즈물이다. 사회적 배경으로는 정치적 허무주의가 최고조로 달하기 시작한 노태우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에 등장했으며, 최불암(본명 최영한) 개인적으로는 정주영 국민당 총재의 입당권유에 따라 14대 국회의원으로 출마 30년 연기자로서의 길을 이탈하여 정치적 외도를 하며 기존의 최불암의 고유 이미지로 볼 때는 매우 파격적인 CF 홍삼원 광고에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서정범에 의하면 최불암 시리즈는 1991년 한 해 동안에 357편이 생겨나는 등 지금까지 속어 발달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은 작품이 만들어져 가장 광범위한 대중의 호응을 얻어낸 그 양과 질적 수준에 있어 사상 최고의 유머시리즈물이라 한다.
최불암 시리즈는 단순히 이전의 어떠한 유머 시리즈의 변형이나 그 시리즈에 기반을 두고 발전 전개해온 양식이 아닌 가부장권에 대한 풍자의식이 생성된 90년대 초반에 최불암의 기호를 풍자함을 통하여 이 시대의 가부장 중심주의를 해체하고자 하는 문화 운동의 연장에서 발생된 사회적 운동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최불암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불암은 단순히 람보나 음담패설에 등장하는 마을 이장의 성격뿐만이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풍자의 대상이 된 모든 인물들의 특징을 고루게 갖추고 있다.
일단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최불암의 이미지는 가장 전형적인 한국 가정의 가장을 의미한다. 즉 한국 대가족 사회의 전형적인 유교 가문에 있어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 속에서 최불암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 즉 정보화 사회를 쫓아가지 가지 못하고 개발독재 시대로 내려앉게 된 현재 시대적 퇴출물인 기성 세대들의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성도착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파리가 먹은 자장면까지도 뱉어내게 만드는 악랄한 착취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덩달이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는 최초 1994년도에 등장하여 1995년 본격적으로 PC통신인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1995년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해였다. 국제적으로는 지구 전체의 단일 경제권 형성을 가속화시키는 WTO체제가 출범하였고, 일본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였으며 국내에서는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건과 삼풍백화점 대참사가 발생하였으며 전직 대통령인 전,노씨의 구속이라는 민주주의의 혁명적인 사건이 충격을 더했다.
덩달이 시리즈의 인물구성은 지극히 문학적이다. 덩달이 시리즈에는 크게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덩달이라는 학생을 주인물로 하여 과제를 부여하는 선생님과, 그 과제를 도와주는 할머니가 주요 인물이다.
덩달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구성도 발단-전개-갈등-결말로서 철저히 구분된다. 또한 덩달이 시리즈의 진행틀은 언제나 하나의 일정한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선생님이 작문 숙제를 내 주면 덩달이는 그 작문 숙제를 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할머니가 우연하게 던진 말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엉터리로 과제물을 해 간다. 덩달이 시리즈에 있어 청자에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부분은 언제나 덩달이가 글짓기 과제물로 작성한 엉터리 문장들 때문이다. 덩달이 문법은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무화시키는 문법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문법에게서 비속하다고 치부되었던 지방 사투리와 가변적인 가벼운 것이라 규정되어오던 젊은이들의 구어적 사고방식, 그리고 비주체적이라 일컬어지던 외래어가 절묘하게 공존한다.
이러한 공존은 결국 한국에 있어 서울의 교양있는 중류계층의 언어인 표준어 역시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지방어로 전락될 뿐이며, 오히려 비주체적 언어라 일컬어지던 영어가 세계의 표준어로 도래하며, 그 동안 비속한 언어로 망각되어온 사투리가 자연적인 우리의 얼을 담고 있는 언어였다는 점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존의 시도인 것이다.
만득이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는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한총련 사태, OECD 가입 등으로 한창 어수선했던 1996년 PC 통신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한 멀티미디어형 유머 시리즈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청년세대들과 함께 웃음을 공유할 수 없는 유머가 바로 만득이 시리즈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들은 만득이 시리즈를 들었을 때 허무감이나 난해함을 느낀다. 따라서 흔히 신세대들은 만득이 시리즈의 이해 수준에 따라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만득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만득이와 귀신 둘로 나뉘어 진다. 늦동이로 태어난 만득이를 처녀귀신이 좋아해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 내용으로 만득이를 계속 따라다니는 귀신은 만득이의 가학적 폭력에 늘 노출되면서도 언제나 다시금 만득이의 뒤에 나타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신세대들의 좌절감과 허무주의적인 현실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것은 다른 데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상실'의 반영이다. 사람들은 현대를 상실의 시대라고 하면서 무엇을 상실했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며 살고있다. 또한, 만득이 시리즈에는 유난히도 보여주기식 유머가 많은데, 즉 화자는 단순히 문자의 전달 이외에도, 행동이나 의성어등을 사용해서 흉내를 내어야 웃음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오정 시리즈
사오정은 중국의 고대소설 《서유기》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패러디한 KBS TV의 90년 허영만 원작의 국산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처음 나왔을 때는 단지 조연급에 불과하였으나 지난해인 99년 초까지 통신 유머속의 스타로서 만화영화에 익숙한 신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사오정 시리즈는 97년도의 IMF사태가 있은 후에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97년도는 한보사태와 김현철 커넥션, 이회창 후보 자제의 병역기피, 기아사태와 강경식 전경제부총리의 거짓 발언 등 일종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일단 문민정부의 대표자 김영삼 대통령의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적인 정치 스타일은 이미 모든 국민이 알고 있고,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연일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고 동남아 통화위기가 재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 기본 여건이 건실하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던 강경식 총리의 발언은 사오정의 익숙한 어법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또한 국민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마음은 월드컵 열기에 빠져 온통 관심은 한일전의 승부와 프랑스 월드컵 축구 예선에만 있었다. 그러한 97년도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오늘날 사오정 시리즈의 등장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사오정 시리즈를 성립시키는 핵심적인 것은 현대인의 자기 중심성과 의사 소통의 불가능성이다. 대화의 단절과 타인의 이야기를 제멋대로 해석하기는 수없이 등장하는 사오정 시리즈의 공통분모이다. 대화의 단절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대간의 대화 단절이다. 신세대들은 흔히 기성세대를 '가는귀먹은 사오정'에 비유한다. 또한 PC 통신에는 '우리 엄마 혹은 담임은 사오정'이라는 글이 오르곤 했다.
사오정 시리즈는 단지 정치인과 재벌 및 일부 특권층에 대해서만 풍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신세대를 동시에 희화화하고 있으며 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모두 작은 불법을 저지르고 규칙을 어기는 우리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뿌리깊은 고질병을 풍자한다. 특히 IMF 이후 만연되고 있는 계층간 갈등과 의사 소통 부재를 풍자하는 것이 사오정 시리즈의 핵심적인 주제이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단순한 오락하나로 보기에는 그 힘이 실로 엄청났다. 1998년부터 게임방의 열풍을 일으켰고, 프로 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을 창출했으며, 많은 사람들의 밤을 지새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에 더불어 많은 유머시리즈 물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게임을 실제로 접해보지 않았거나, 유닛의 명칭과 기능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완전한 암호일 뿐이다. 이 시리즈물의 등장은 세대차 뿐 아니라, 같은 세대라도 매니아와 일반인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 시리즈의 형식은 이전의 시리즈물을 차용한 경우가 많으나 언어의 측면에서는 외래어의 사용이 과다한 특징을 보인다.
조폭시리즈
최근 들어 과장된 몸짓과 말투의 흉내와 함께 대중매체를 타고 그 종류가 부쩍 늘고 있는 형태이다. 왠만한 토크쇼에서 하루에 한 두개씩 만들어지고 삼행시 시리즈 등과 결탁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시리즈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문헌이 없으나 그 시초를 홍콩느와르 영화가 범람하던 80년대 후반에서 찾을 수 있겠다. 주윤발, 장국영등이 어두운 세계에서 의리란 미덕을 끌어낸 뒤, 소설과 영화, 드라마 그리고, 코미디 프로를 통해 "조직"이라는 집단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90년대 후반 "왕초"라는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대중성이 더욱 강해졌다.
즉 폭력이나 냉혹함보다 의리나 지순한 사랑이 부풀려지고, 거기에 코믹함의 요소가 첨부되어 거부감이 줄었다.
또한, 어지러운 사회와 더불어 인기를 누리는 영웅론의 영향으로 피해의식을 갖고 사는 일반 서민에게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본질은 거부하면서도 재창조된 유머는 즐기게 되는 이중적인 구조를 낳게 된 것이다.
문자 메시지 시리즈와 삼행시 시리즈
"지금은 친구지만 10년 뒤 나는 너를 이렇게 부르고 싶어 여보..........게 친구야!"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이쁘니?" "울렁거린다 .얘야. 머리 치워라!"
은밀히 말한다면 위의 두 시리즈를 유머 시리즈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특정한 주인공이나 소재가 없이 구성에만 중점을 둔 언어유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통신가와 대중매체를 통해 어느정도 대중성이 확보되었으므로 그 내용을 약간 다루어 보았다.
2000년 봄부터 인터넷과 통신 등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자메세지 시리즈는 내용에 따라 앞서 분류한 것 중에서 "썰렁함"에 포함될 수 있다. 언제나 달콤한 사랑의 밀어 같이 시작해서 결말은 무의미와 허망함으로 끝맺게 되기 때문이다. . 이러한 시리즈 역시 신세대의 기성세대가 흉내낼 수 없는 순발력과 고도의 섬세한 감각이 낳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삼행시 시리즈의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그 종류가 부쩍 늘었다. 쉬운 자작성과 , 기존의 의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신세대적인 사고가 이러한 시리즈의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허준 시리즈
7월에 종영예정인 "허준"의 인기는 블랙 먼데이로 불린 4/17일에 녹초가 된 투자자까지도 TV앞에 앉게 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가 유머시리즈로 향유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CF나 코미디쇼, 유명 연예인이 유머시리즈의 대상이 되는 것은 멀티미디어가 새로운 사이버 공동체를 이끄는 오늘날,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탈 장르"라는 특성 때문이다. 전통의학과 사극, 개그와 스릴러등의 여러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시청자의 다양한 구미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이전에 TV에 기반을 둔 시리즈보다 폭넓게 사랑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리즈는 거의 그 프로그램의 종료와 함께 그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독특한 cf나 자극적인 멘트가 늘어 다양한 시리즈가 많이 생겨나지만, 그 수명이 짧고, 이전의 형식에 주제만 바꿔서 끼워넣기식으로 변형된 시리즈도 늘고 있다.
3. 유머의 순기능과 역기능
이제 이러한 유머시리즈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자.
1) 순기능
유머시리즈는 개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현대는 표면적으로는 풍요와 행복의 시대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회적 억압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렇게 복잡하고 억압된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웃음이라는 매개체로 해소하기 위한 필수도구가 유머이다.
이러한 유머의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웃음과 신체의 관계가 과학적으로 측정되었다. 서울 분당 차병원에 의뢰해 코믹 비디오를 1시간 정도 시청토록 한 후에 얼굴의 세 곳을 골라 체온을 재어보았더니 놀랍게도 1.5∼3도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신진대사가 왕성하게 일어난 결과로 풀이하였고, 술을 마시고 난 후 체온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설명이다.
유머 시리즈는 사회 유대 관계를 강화시킨다.
일찍이 프로이드는 "유머와 의식의 관계"에서 유머가 사회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유머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구성원간의 친근감을 강화하여 상급자에겐 통솔력의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다.
유머시리즈는 부정과 비리에 대한 풍자기능을 갖는다.
오래된 유머의 단골메뉴이고 최근에는 사오정 시리즈로 변형되어 공감대를 더욱 넓혀가는 것이 "정치판"이라는 소재이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처음에는 영웅적인 인물로 부추겨지다가 실망과 분노로 마무리되는 역대 대통령 시리즈나, 무노동 유임금에 각종 비리의 온상인 국회에 대한 우리의 적대적 감정이 풍자에 의해 해소되고, 긴장감은 이완되어 진다.
유머 시리즈는 그 사회의 리트머스 종이이다.
우리가 고려속요를 통해 고려시대 서민의 모습 유추하는 것처럼 유머시리즈는 그 사회나 특정 집단의 모습을 반영한다.
경제적 위기가 왔을 때 등장한 IMF 시리즈, 실직자 시리즈나 가부장적인 권위의 실추를 보여주는 최불암시리즈 등을 통해 그 사회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인에 대해 혹은 해결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유머 시리즈를 통해 일상에서의 글쓰기가 가까워졌다.
PC 통신의 가상적인 공간이 90년대, 창작과 전파 향유의 주된 공간으로 전환함에 따라 공간의 개방성과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창작 담당층의 확대가 가속화되고, 실시간의 사용으로 인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특히 유머의 경우 개인이 그 시리즈의 흐름을 파악하고 약간의 재치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유머시리즈를 통해 일상으로서의 글쓰기가 가까워졌다.
2) 역기능
웃음마저도 획일화된다.
어떤 시리즈가 대중성을 확보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면 유머는 그 영향력이 막강해져서 마치 그 유머를 모르거나 듣고서 웃지 않는 사람은 유행에 뒤쳐지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수에게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우습지 않아도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지함이 설자리가 사라져버리는 역기능이 생성되는 것이다
세대차이의 벽을 더욱 두텁게 한다.
기성세대에게 있어 썰렁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유머도 아니고 의미있는 내용도 아니므로 신세대들의 대화 내용과 웃음의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말 같지 않은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무의미와 허망한 얘기가 많을수록 더욱 재미있는 유머가 된다는 점은 기성세대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므로 세대간의 간격을 더욱 심화시킨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앞서 든 예로 든 최불암 시리즈에서 공격당한 것은 최불암 개인이 아니라 최불암으로 상징되는 기성세대였다. 하지만 기성 세대가 모두 보수적인 것은 아니고, 신세대라고 해서 모두 기존의 권위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닌데, 많은 시리즈물이 흑백논리의 견지에서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런 의식이 퍼지면 세대차에 의한 단절감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인한 인간성을 파괴한다.
위의 내용이 좀더 확장된 개념이나 연예인이 유머시리즈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인기를 반영하는 결과겠지만 그 시리즈가 지나치게 인신공격으로 흐르게 되면 그 사람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신체적 특징을 꼬집고 마치 성도착증. 환자인양 몰게 되면 무비판적인 사회 구성원은 그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여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90년대 초 노사연씨의 법정 소송 사건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엿볼 수 있다.
사회약자 계층에 대한 왕따적 현상이 생겨난다.
사오정 시리즈 중에 이런 것이 있다.
-- 한 아이가 집에 가서 아버지와 이야기한다.
"아빠, 아빠 사오정 얘기 알아요? 이거 재밌는데," "사오정이 어떤 앤데?" "에이 참 있잖아요. 귀가 잘 안들려서 맨날 실수하는 애" "그런 애 놀리면 못쓴다." --
물론 세대차에 의한 의미단절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오정 시리즈의 인기가 고조되었을 때, 정신박약이나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귀에 이상이 생긴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약자를 보호해주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다리 걸어 넘어뜨리고 짓밟는 식의 유머시리즈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유머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
유머시리즈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 유포되는 경우 여론이 조장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편협한 사고를 심어 줄 수 있다. 이것은 상품에 있어서는 자기 회사 상품을 선전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깎아 내리는데 이용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특정 후보의 입지를 굳히거나 흔드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전 대통령 선거 때 갑자기 쏟아진 후보들의 시리즈나(YS, JP, DJ) 근원은 알 수 없는 티코시리즈, OB라거 시리즈 등에서 이러한 사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 결 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머시리즈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욕구충족의 단계를 넘어 사회상을 반영하고 사회의 구성인인 개인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의 유머는 창작과 전파 향유층이 넓어져 다양한 유머가 생성되게 되었으나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PC통신과 인터넷의 주된 사용자란 점에서 여전히 대학가가 유머의 생산과 향유에 있어 중요한 공간이란 사실이다. 최근의 유머시리즈는 수적으로는 방대하지만, 그 내용에는 힘이 없다. 내용에 힘이 없으면 웃음에도 힘이 있을 수 없다. 건강한 웃음이 없이 건강한 정서를 가지기는 힘들다. 다시말해 물 속에 쓸데없는 영양분이 많으면 산소가 부족해지는 법이다.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언어에 말장난이 너무 가득하면 정서는 올곳에 서 있을 수 없다. 검열의 칼날이 없는 사이버 공간의 일이라서 방관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우스운 이야기라고 친구, 연인에게 전해 주기 전에 나름대로 이 시리즈가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호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더 '살만한' 곳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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